부산 기장군 일광면 25개 마을 주민 350여 명이 지난 12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시위를 펼쳤다.
부산 기장군 일광면 25개 마을 주민들은 지난 12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시위를 펼쳤다. 부산 기장군에 조성 중인 일광신도시의 오폐수 관로 설계 재검토 소식이 알려지자 피해를 우려한 해당 주민들이 거센 찬바람을 뚫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려고 나선 것이다.
기장군 일광면 25개 마을 주민 350여 명은 이날 “도시공사의 일광신도시 오폐수 관로 설계 재검토에 반대한다. 부산도시공사와 부산시가 주민 반발 민원을 이유로 기존 오폐수 관로 설계를 바꾸려고 한다. 우리 마을이 피해를 입게 생겼다. 재검토 용역을 즉각 취소하라”고 주장했다.
일광면 주민들이 이처럼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최근 부산도시공사가 신도시에서 빠져나가는 오폐수 관로의 위치 변경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 용역을 시작한 게 발단이 됐다.
첫 단추가 잘못 채워졌다. 일광신도시 개발사업자인 부산도시공사는 2015년 일광신도시 조성 계획 수립 당시 아파트와 단독주택, 상업시설 등에서 배출되는 하수를 새로 지은 공공하수처리시설을 거친 뒤 1.66㎞ 길이의 하수관로를 통해 기장읍 죽성천으로 흘려보내기로 안을 세웠다.
일광면 주민들이 버린 오폐수를 기장읍 죽성천으로 방류하려고 들면 기장읍 주민들이 반발하고 나선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부산도시공사는 일광해수욕장으로 오폐수를 보낼 수 없다는 점에만 매몰돼 치밀한 계획 없이 배출 방향을 기장읍 죽성천으로 잡았다.
이에 기장읍 주민들이 행동에 나섰다. 지구환경운동연합 부산지부와 기장읍이장협의회·기장읍주민자치위원회 등 12개 단체는 지난 7월 20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일광신도시 정화 하수의 기장읍 방류계획을 취소할 것을 촉구했다. 기장읍 주민들은 10월에도 몇 차례에 걸쳐 시위를 가졌다.
주민들이 이처럼 반발하자 기장군이 이를 의식해 해당 오폐수 관로 매설을 위한 굴착 공사 허가를 부산도시공사에 내주지 않았고, 관련 공사는 중단됐다. 그러자 부산도시공사는 3년 전에 진행된 관로 설계에 문제가 있는지 용역 업체를 통해 재검토에 나섰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광면 주민들 사이에서 ‘공사 측이 관로 설계를 바꿔 일광으로 오폐수가 지나가게 됐다’는 소문이 널리 퍼졌다. 특히 부산도시공사가 지난 11월 29일 신도시 부지에 설립한 오수 기계 펌프실의 시험 가동을 위해 사용하는 용수의 관로를 일광면 쪽으로 돌리자 반발 여론은 더욱 확대됐다. 이에 이번에는 일광면 주민들이 집단행동에 나섰다.
이 같은 논란을 두고 주민들 사이의 ‘님비’에 기초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부산도시공사의 근시안적인 탁상행정에 대한 비판이 더욱 거세다. 윤우봉 기장신문 발행인은 “애초 면밀하게 계획을 세워야 했는데, 부산도시공사가 주먹구구식으로 계획을 잡았다. 주민들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한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일광면 주민들과 일부 전문가들은 심해 방류를 해결책으로 거론하고 있다. 심해 방류는 경제성이 비교적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오염원을 지역주민과 분리할 수 있어 주민들에게 피해가 거의 없는 것으로 평가되는 방법이다. 사업비는 400여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일광신도시에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준주거용지 등을 포함해 총 9654세대가 들어선다. 2020년 1월 ‘일광 자이푸르지오’ 1547세대와 ‘e편한세상 일광’ 1104세대를 시작으로 신규 아파트 입주가 본격 시작된다. 일광 신도시에 지하 2층, 지상 2층 전체면적 5612㎡ 규모로 들어서는 일광하수처리장은 하루 9000톤의 하수처리 능력을 갖추며, 올해 안으로 준공될 예정이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