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의 영원한 제국을 향한 꿈이 담긴 ‘수원화성’. 사진=수원시 제공.
[일요신문] 수원(水源)은 물의 근원이다. 물은 생명의 뿌리이며, 곧 사람의 근본이다. 이 땅에서 정조대왕은 백성과 더불어 유신(維新)을 꿈꾸었다. “강한 자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부축하며 탕탕평평하는 땅의 이치를 좇아야 하느니라. 그러기 위해 구악을 갈아엎고 끊임없이 유신을 해 갈 때 비로소 우리는 이제껏 꿈꿔왔던 이상의 나라, 그것을 이룰 수 있느니라.” (영화 ‘영원한 제국’ 중에서)
덕으로 백성을 다스리는 왕도(王道) 정치를 넘어 임금과 백성이 직접 만나 소통하는 왕민(王民) 정치의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던 정조. 그가 선택한 최적의 땅이 수원이다. 백성이 배불리 풍요롭고 왕권이 백성의 지지 위에서 견고한 ‘대제국 조선’의 황도(皇都)로 수원을 택한 정조는 이 땅에 새로운 조선의 상징 ‘화성(華城)’을 건설한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 화성(사적 제3호)의 정문은 북문인 장안문(長安門)이다. 나라와 왕실, 그리고 백성이 두루 평안하길 바랐던 정조의 염원이 담긴 문이다. 한양도성의 숭례문(崇禮門)보다 크기가 큰 ‘장안문’은 남문이었던 숭례문과는 달리 북문인 것이 특징이다. 이는 한양도성과 수원을 잇기 위한 것으로 왕이 한양을 출발해 수원으로 들어오는 첫 관문이기 때문에 정문으로 쓰였다.
남문인 팔달문(八達門. 보물 제402호)은 “사방팔방으로 길이 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동쪽으로는 창룡문(蒼龍門)이 있고, 서쪽으로는 화서문(華西門. 보물 제403호)이 있다. 이 밖에도 서장대(西將臺), 화홍문(華虹門),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 효원(孝園)의 종 등이 수원화성을 찾는 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수원화성을 나오면, 수원역사박물관, 한국서예박물관, 지도박물관, 축구박물관, 수원광교박물관에서 더 깊은 수원의 역사와 만날 수 있다.
국내 최대의 도심 속 호수공원인 ‘광교호수공원’. 사진=수원시 제공.
수원의 역사를 알았다면, 이제는 수원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과 마주할 차례이다. 청정지역의 지표로 알려진 반딧불이가 서식하고 있는 광교산(해발 582m), 수원지역의 허파로 수림이 울창하고 곳곳에 자연 습지가 조성돼 있는 칠보산(해발 238.8m), 천연기념물인 백로(두루미)와 왜가리, 황로, 해오라기 등의 서식지가 있는 야생동식물 보호구역으로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의 토기와 집터 등 선사유적이 발견된 여기산(해발 104.8m), 조선 태조 이성계가 “아름답고 사통팔달한 산”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팔달산(해발 128m)이 수원을 포근히 감싸 안고 있다. 광교호수공원, 광교공원, 광교저수지, 광교산 산림욕장, 만석공원, 만석거(일왕저수지), 축만제(서호), 효원공원, 지지대고개 등도 볼만하다.
수원의 아름다운 자연까지 즐겼다면, 이제는 출출함을 달래줄 수원의 맛과 만날 시간이다. 천하일미 수원갈비는 다른 지방의 갈비보다 크고 푸짐하여 육질이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해 맛이 매우 좋다. 팔달문 인근 ‘수원 통닭거리’는 전국적으로도 그 명성이 자자하고, 깔끔한 맛과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지동시장 먹자골목 안 ‘수원 순대타운’에는 30~40년 전통의 순대집들이 모여 있다.
맛있는 수원의 음식들을 즐겼다면, 소화도 시킬 겸 이제는 수원의 숨은 볼거리들을 즐겨볼 시간이다. 화성성곽과 지동 골목길 벽화사업과 지동주변 전통시장이 연계되는 ‘노을빛전망대’와 공자를 비롯해 중국과 우리나라 현인의 위패를 모신 경기도문화재자료 1호인 ‘수원향교’, 국가민속문화재 제123호인 ‘수원 광주이씨 고택’, ‘봉녕사’, ‘청련암’ 등이 광교산 등산로와 이어진다.
수원에는 사람이 있다. ‘사람이 반가운 휴먼시티, 수원’. 결국 도시는 사람이 만든다. 도시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표일 수 없다. 그래서 도시는 사람이 살기 편안하고 행복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수원은 ‘진짜 도시’다. 지금의 수원이 있기까지 시장에서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그리고 시민들이 합심해 사람 사는 도시를 만들어 가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민선5기부터 현 민선7기에 이르기까지 “수원을 ‘사람 냄새 나는 도시, 사람이 중심인 도시, 더불어 살아가는 도시’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수원을 여행하는 동안 ‘사람이 반가운 진짜 도시, 휴먼시티 수원’과 만나길 바란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