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최대 관심사는 NH농협은행에 최초의 연임 은행장이 탄생하느냐다. NH농협금융지주는 이미 지난 11월 16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사장단 선임에 착수했다. 이대훈 행장 임기 내 NH농협은행은 3분기 동안 9339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당초 실적 목표치 7800억 원을 3분기 만에 초과 달성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순익 5160억 원)보다 81.0%나 성장했다. 농협중앙회에 내는 농업지원사업비를 포함할 경우 순이익은 1조 924억 원으로 4대 시중은행 못지않다.
실적뿐 아니라 수익성도 크게 개선됐다. 3분기 기준 농협은행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45%로 지난해 말(0.25%) 대비 0.2%포인트 상승했고 자기자본이익률(ROE) 역시 같은 기간 4.52%에서 8.26%로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농협은행의 은행장이 연임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신충식, 김주하, 이경섭 등 전임 농협은행장들이 모두 연임없이 물러났다. 특히 이경섭 전 행장의 경우 2016년 ‘빅배스(부실자산 대거 상각)’를 성공적으로 해소하며 첫 연임 역사를 쓰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왔지만 ‘역시나’ 연임에는 실패했다.
다만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점은 희망적이다. 지주사인 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이 CEO 연임에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지난 7월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CEO가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경영할 수 있도록 CEO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회장의 인사 권한이 온전히 반영된다면 이대훈 행장의 연임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평가가 나온다.
2015년 9월 1일 공식 출범한 KEB하나은행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에서 열린 출범식에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통합은행기를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함영주 하나은행장은 채용비리와 노사 문제가 3연임의 최대 걸림돌이다. 함 행장은 2015년 9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이 합쳐진 후 첫 행장으로 조직을 비교적 잘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평가에 힘입어 지난해 2월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함 행장 체제에서 하나은행 당기순이익은 2015년 9699억 원, 2016년 1조 3727억 원, 2017년 2조 1035억 원 등으로 증가했다. 성장률은 매년 40~50%대에 이른다.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 757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1% 증가했다.
다만 하나은행이 ‘금융권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이 연임에 부담 요소다. 함 행장은 2015~2016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청탁을 받고 총 지원자 9명을 부당하게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함 행장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할 수 없다”며 “법률상 면접관은 피해자가 될 수 없고 채용 기준도 사기업의 자율 권한”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상태다.
올 초 타협을 이끌어 냈던 노조 문제도 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다. 당초 지난 9월까지였던 제도통합 태스크포스(TF)가 연말 임금단체협상과 맞물려 노조와 진통을 겪고 있는 부분도 있다. 하나은행 노조는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최근까지 기존 외환은행과 하나은행 직원들의 임금을 통합하는 부분과 관련된 설명회를 진행 중이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지난 11월 16일 오전 총리공관에서 열린 이낙연 총리 초청 시중은행장 오찬에 참석하는 모습. 임준선 기자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안정적인 경영실적을 바탕으로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은 CEO로 꼽힌다. 하지만 정치권과 연루된 외풍에 흔들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3월 신한은행의 새 수장이 된 위 행장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1조 9165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1조 7110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신한은행의 올해 실적은 2011년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글로벌 부문의 실적이 두드러진다. 국외점포 손익비중은 2016년 9.3%, 2017년 13.7%로 상승했고, 올해 3분기도 12.8%로 순항 중이다.
하지만 위 행장은 이른바 ‘남산 3억 원 사건’과 관련해 위증교사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대상에 올라 있다. 만약 위 행장이 이 사건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사법처리 대상이 될 경우 연임은 물 건너갈 수 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주요 은행장 모두 실적만 보면 유임 가능성이 높지만, 걸림돌이 될 만한 암초들이 존재한다”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안정적으로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이상의 임기를 보장하는 제도가 더 확실히 자리 잡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