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미넴은 평소 엄청나게 인스타그램 팔로어에 집착했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팔로어가 늘어나는 걸 쉬지 않고 확인했다. 진성 팔로어가 많아져야 자신이 나중에 코인을 팔 때 적극적으로 구매해주기 때문이었다. 그는 평소에도 “이희진은 나에게 작전을 배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사실확인이 되지 않는다.
헤미넴이 구입해 화제가 된 아르망디 30L. 아르망디 30L 개봉은 헤미넴이 아시아 최초였다. 서울 강남 클럽 ‘아레나’ 인스타그램 캡처.
이미 헤미넴과 잘 아는 유흥업소 관계자들은 핼러윈 4개월 전에 그가 아르망디 30ℓ를 구매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한다. 헤미넴을 잘 아는 한 업체 사장은 “4개월 전쯤부터 아시아 최초 타이틀을 얻기 위해 핼러윈데이(10월 31일)에 맞춰 아르망디 30ℓ를 ‘지르겠다’고 말해 주변에서 만류했다. 아르망디 30ℓ 누가 따라올 수 없는, 더이상 오를 데 없는 경지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아르망디 30ℓ로 엄청나게 유명해진 뒤 이를 발판으로 코인 판매에 나설 계획까지 세웠다. 그는 평소에도 유흥업소에서 ‘왜 이미 만들어진 코인을 사서 파냐. 내가 직접 그럴 듯하게 만들면 된다’고 얘기했다고 전해진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별다른 기술력이 없어도 보여줄 수 있는 정도 수준의 암호화폐를 만드는 데에는 큰돈이나 노력이 들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 계획은 무산됐다. 핼러윈이 평일이었기 때문에 토요일인 10월 27일에 그는 계획대로 아르망디 30ℓ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처음에는 그도 효과를 톡톡히 봤다며 좋아했다고 한다. 바로 다음 날에도 그는 여느 때처럼 다시 클럽을 찾았다.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건 31일 언론에서 보도가 쏟아지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다 경찰까지 그를 주목했다는 게 알려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A 씨의 재산 형성 과정과 엔젤투자 등을 명목으로 투자자를 상대하는 과정에서 불법 소지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보도를 보고 헤미넴은 잠적을 선택하게 됐다.
그는 유명해지기 위해 거짓말도 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유명 비트코인 투자가 로저 버와의 관계가 그렇다. 그가 청년들에게 자신의 인생에 대해 들려준 소위 ‘소통회’에서 그는 “2010년에 제 친구 중에 로저버가 있어요. R.O.G.E.R V.E.R. 로저버. 이 친구가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1000원씩 주는거야. 근데 비트코인 가격이 올라가거든요. 이걸 저한테 줬을 때가 60만 원이었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알파벳 하나하나 힘줘 발음하던 로저 버와 그가 친해진 건 몇 년 전이 아닌 몇 달 전에 불과했다. 로저 버에게 헤미넴과 언제 처음 만났냐고 로저버 지인을 통해 물어볼 수 있었다. 그는 ‘올해 4월쯤 만났다’고 전해왔다. 로저버는 헤미넴에게 비트코인을 준 적도 없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로저 버와 헤미넴은 도대체 어떻게 친해졌을까 궁금해 했다. 의외로 간단했다. 둘이 자주 찾는 유흥업소가 같았다. 그 둘이 4월에 처음 만나게 된 곳은 한 유흥업소였다. 헤미넴과 로저버 관계를 잘 아는 한 업소 사장은 “둘은 옆 룸에서 놀다 우연히 만났고 같이 술 마시면서 알게 됐다”며 “헤미넴이 로저 버와 굉장히 친해지고 싶어했다”고 귀띔했다.
헤미넴과 로저 버가 함께 찍은 사진. 헤미넴 인스타그랩 캡처.
이후에는 헤미넴이 여성을 붙여주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헤미넴은 여성들을 미리 섭외해 로저 버와 어울리게 했다. 국내에서뿐만이 아니었다. 심지어 로저 버가 외국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여했을 때는 헤미넴이 평소 업소에서 어울리던 여성들과 같이 간 사실도 확인됐다. 행사 관계자에 따르면 로저 버도 이를 만족스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이 행사가 헤미넴이 인스타그램에 ‘로저 버의 전용기를 타고 갔다’고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비행기는 로저 버의 전용기가 아니었다. 로저 버를 행사에 초대한 주최 측에서 비용을 들여 결제해 준 전세기였다. 다른 게시물에도 여러 번 로저 버가 전용기를 타고 왔다고 했지만 로저 버는 전용기를 타고 한국에 온 적이 없었다.
이렇게까지 한 이유도 앞서의 코인 판매와 관련이 있다. 세계적인 투자가로 알려진 로저 버와 어떻게든 인연을 만들고 인스타그램에 그 친분을 과시하는 게 코인 판매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헤미넴은 로저 버와 만난 자리를 사진을 찍어 전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렸지만 한국어이기 때문에 로저 버는 알 수 없었다.
로저 버도 유흥업소에서 친분을 쌓은 그가 ‘한국에 오면 만나는 술 친구’ 정도였기 때문에 어떤 사업을 하는지까지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한다. MBC ‘실화탐사대’에서 로저 버에게 헤미넴과의 친분에 대해 묻자 “나는 헤미넴과 만난 적이 있지만 그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는 모른다”고 답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 이 같은 허위 게시물을 올리는 것은 로저 버 사례만 있는 게 아니었다. 헤미넴이 자신의 롤스로이스라고 올려 놓은 게시물은 사실 그와 친분이 있는 중국 투자가의 차였다. 그가 수많은 열쇠고리를 올려 놓은 사진도 그의 차가 아니었다.
헤미넴은 세간 이목 때문에 추진하던 ICO가 무산되고 현재 지방으로 모습을 감춘 상태라고 한다. ‘일요신문’은 헤미넴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