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문으로 들었쇼’에 출연한 이희진 씨의 모습.
[일요신문] 2017년 8월 금융위원회는 하나금융투자에 역대 최고가 과태료를 처분했다. 하나금투에 부과된 과태료는 총 15억 5000만 원. 하나금투가 최고가 과태료를 받은 이유는 다소 뜬금없는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 씨 때문이었다. 이 씨가 그가 운영하는 투자클럽 미라클에 고객 알선 리베이트 수수료를 제공한 게 금융당국으로부터 적발되면서다.
시간을 더 거슬러 2015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이 씨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선물계좌를 서울 하나금투 A 지점에서 만들도록 권유했다. 이렇게 A 지점으로 몰아줘 만든 선물계좌가 644개였다.
이 씨는 대가로 644개 계좌에서 매월 발생하는 매매수수료 수입에 따른 성과급 일부를 지급받기로 약정했다. 이 씨가 이 계좌들에서 발생한 수수료 수입을 하나금투로부터 계좌이체나 현금으로 받은 대가는 총 4억 2000만 원이었다. 하나금투가 일종의 고객 알선 리베이트 수수료를 이 씨에게 준 셈이다.
자본시장법 제71조 7호, 제68조 5항 14호, 금융투자업 규정 제4-20조 1항 12호 등에 따르면 금융투자 업자는 국내외에서 금융투자업을 하지 않는 사람에게 거래대금, 거래량 등 투자자의 매매 거래 규모 또는 금융투자업자의 수수료 수입에 연동하여 직간접적으로 대가를 지불하면 안된다.
이희진 씨로 인해 하나금투는 앞서 설명한 매매수수료 연동 대가 지급 행위 이외에도 집합주문절차 처리위반, 투자일임 수수료 외 타 수수료 수취, 자전거래로 총 4가지 위반 사항이 적발됐다. 금융위는 자전거래에 5000만 원, 나머지 3가지 행위에 각 5억원씩 과태료를 매겨 총 15억 5000만 원 역대 최대 과태료를 부과했다.
최근 이희진 피해자모임 대표인 박 아무개 씨는 이 사건을 들고 검찰청으로 향했다. 불법적인 리베이트를 지급받은 게 확인된 만큼 이 씨에게 최소 벌금형이라도 나오지 않을까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박 씨는 검찰청을 그대로 돌아 나와야 했다. 황당하게도 준 사람은 처벌받는 데 돈을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알선한 사람을 처벌하는 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제약회사와 의사 간의 불법적인 리베이트 계약을 하고 의사가 해당 제약회사 약품만 처방하다 적발되면 양 쪽 다 처벌받는데 왜 이건 받은 사람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 했다. 이어 박 씨는 “최소한 하나금투로부터 받아간 수수료만이라도 토해내게 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처벌규정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이희진 씨 한 명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이 불법 리베이트가 인터넷 방송국 BJ나 유튜버들의 신종 수입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BJ나 유튜버 중에서 이렇게 특정 계좌를 추천해서 만든 계좌로 수입이 엄청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퍼져나가고 있다.
국회에서 금융관련 입법을 소관하는 정무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처벌 규정이 없다면 입법 미비로 보인다. 파악해보고 만약 문제가 있다면 보완하는 입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