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모바일솔루션 등에 보낸 계약해지 이메일 서면
LG전자는 두 업체에게 하청을 줄 물량 감소와 계약만료에 따른 것이라고 ‘계약해지’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그 이면을 보면 LG전자 담당인 M 팀 간부 A 씨가 감사에서 다른 하청업체와의 비리 적발로 올 여름 퇴사했고, 팀까지 해체되면서 무관한 두 업체까지 계약해지에 몰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8월 당시 LG전자 M 팀 소속 B 대리는 이메일로 두 업체에게 “도급계약기간 만료로 인해 정상 종료된다. 최종 종료 날짜는 2018년 12월 31일이다”라고 통보했다. ‘일요신문’이 서면을 입수해 보니 상대방에게 거래정지 의사를 표명하는 중대한 내용임에도 대표, 본부장, 부서장은 물론 B 대리의 직인 또는 전자서명도 찾아볼 수 없는 등 정상적인 공문형태가 아니었다.
이 아무개 모바일솔루션 대표는 “당사는 2013년 3월 쯤 LG전자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이 마지막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계약 관계가 자동 연장하는 것으로 LG전자와 암묵적으로 합의해 왔다. B 대리가 이메일 서면에서 적은 대로 만료로 인한 계약해지라면 올해 11월이 아니라 내년 3월에 계약을 해지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두 업체는 LG전자와 체결한 하도급계약서의 독소조항도 지적했다. 이 계약서 조항에는 ‘LG전자 또는 수탁인은 상대방에 대한 3개월 전의 서명 통지로써 여하한 해지료나 손해배상 책임 없이 계약해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LG전자 측은 이 조항에 따라 6월에 통보했고 11월에 계약을 해지해 문제없다는 주장만 하고 있다는 게 두 업체의 주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하도급계약서 ‘거래정지’ 규정을 보면 “계약의 해제 또는 해지 외의 부득이한 사유로 거래를 정지하려는 경우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는 상대방에게 피해가 없도록 3개월 이상의 거래정지 유예기간을 두어 사전에 상대방에게 통보한다“고 규정돼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하도급계약 쌍방의 거래 정지는 피해가 없어야 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봐야겠지만 거래 정지로 계약 쌍방 중 하나가 막대한 피해를 본다면 불공정 계약과 위법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와 단말기 재생 하청업체간 하도급계약서 일부
두 업체는 10년 이상 유일한 거래처였던 LG전자가 ‘물량부족’이라는 이유로 갑자기 계약해지한 점을 석연치 않게 보고 있다. 이 대표는 “다른 하청업체와 M 팀 A 간부의 유착관계에 대해 LG전자 감사팀이 지난해 12월부터 감사를 벌였고, 그 결과 비리가 적발된 A 씨는 올해 6~7월 쯤 회사에서 퇴사했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이를 전후해 M 팀을 해체시켰다”며 “결국 M 팀 해체와 함께 도매급으로 계약 해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LG전자 복수의 내부관계자들의 증언도 확보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M 팀은 조직이 해체 됐으며, 이메일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B 대리 등 당시 팀 소속 직원들은 모두 타부서로 전배된 상태다.
두 업체는 10년 이상 LG전자를 믿고 투자해 온 공장과 기계 설비 등을 헐값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찬누리는 올 봄 서울에서 수원으로 공장을 옮겼으나 몇 달 만에 모든 사업을 접게 됐다. 모바일솔류션 역시 비슷한 시기 공장 2년 임대차계약을 갱신한지 얼마 안 돼 LG전자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고, 당시 50명에 달했던 직원 모두가 퇴직한 상태다.
김 아무개 찬누리 대표는 “LG전자 측에 장기간 거래해 온 관계를 고려해 임대료와 설비투자 등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LG전자 담당 임원은 ‘(하청업체의 투자비용이) 단가에 포함돼 있다. 계약서 상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 이해하고 끝내자’는 입장만 보였다”고 토로했다.
현행 하도급법은 일반적으로 지급되는 대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일률적인 비율로 단가를 인하해 결정하는 것을 위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두 업체는 LG전자의 부당한 단가 인하 사례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하청업체에서 정한 단가가 100이라면 LG전자에서 4분의 3을 삭감해 4분의 1만 지급하는가 하면 하도급 대금을 주기로 해놓고 갑자기 반반씩 부담을 강요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모바일솔루션과 찬누리는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본부장 추혜선 국회의원)를 통해 사태해결 관련 도움을 받고 있으며 LG전자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공정위 신고를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명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라는 입장만 밝혔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