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님들이 “남는 것도 없겠다” 걱정을 할 만큼 음식이 푸짐하다. | ||
서울 여의도 MBC 방송국 인근의 한 낙지전문점. 직장가 인근의 음식점은 점심 장사가 끝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곳은 그런 말이 무색할 정도다. 점심에는 해장 손님, 저녁에는 술 한 잔 기울이려는 직장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여의도에서‘낙지’ 하면 “아 거기”라고 바로 튀어나오는 이른바 대박 음식점이다.
평범한 주부였던 김 씨가 대박집 사장님으로 변신한 것은 전수창업을 통해서였다. 비법을 전수받은 곳은 전라도 광주의 이름난 대박 음식점이다.
“친척이 운영하는 지방의 낙지전문점을 찾아갔어요. 호남대 인근의 낙지전문점인데 상호도 같아요. 신문과 잡지에 ‘광주의 명소’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곳이죠.”
친척이 운영하는 음식점이었지만 조리법과 운영법을 배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야간기차와 심야버스를 타고 내려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일을 했다. 직원들이 다 퇴근한 이후 남은 설거지는 자신의 몫이었다. 숙소로 돌아갈 때면 몸은 움직이기가 힘들 정도로 지친 상태. 무엇보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 남몰래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장사 셈이 서방 질투보다 무섭다’라는 말이 있어요. 수십 년 동안 쌓은 장사의 노하우는 아무나 쉽게 얻을 수 없다는 말이죠.”
그는 무엇보다 자신에게 경계의 눈빛을 보내는 종업원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카프나 립스틱 등 값비싼 것은 아니지만 정성이 담겨 있는 선물을 내려갈 때마다 했다. 주인인 삼촌에게는 그가 좋아하는 술 등을 선물하며 마음을 얻으려 노력했다.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전수과정은 훨씬 수월해졌다. 그날 배운 것은 잠들기 전 꼭 일기 형식으로 메모를 했다. 실전에서 얻을 수 없는 정보는 책을 통해 얻었다. ‘낙지’와 관련된 책은 닥치는 대로 사서 읽고 또 읽었다.
▲ 대박집에서 비법을 전수받아 또 다른 대박을 터트린 ‘낙지한마당’ 김회자 사장. | ||
“삼촌이 절대 재료를 아끼지 말고 퍼 주라고 신신 당부하셨어요. 그 원칙을 꾸준히 지켜왔죠. 이제는 손님들이 이렇게 많이 주고 남는 게 있느냐고 오히려 걱정을 합니다(웃음).”
그가 6년간 지켜온 원칙은 또 있다. 바로‘정직한 장사’다. 정직의 기본은 바로 국내산 재료의 사용이다. 낙지 한마당의 재료는 모두 산지에서 직송해 온다. 낙지는 고흥, 꼬막과 새조개는 벌교, 매생이는 완도에서 직접 공수해온다.
“낙지를 예로 들어볼까요? 수입산 낙지 한 마리의 가격이 1000∼2000원입니다. 그런데 국산은 7000원이 넘어요. 가격이 3배 이상 차이가 나죠. 그런데 왜 비싼 재료를 고집하느냐고요? 요즘 손님들은 입맛이 까다로워서 재료의 차이를 대번에 알아냅니다. 좋은 재료 쓰고 제대로 된 값을 받는 것이 최선이죠.”
음식점이 소문나면서 그에게 음식을 배워 창업하겠다는 사람들도 줄을 이었다.“한 사람이 강남에 똑같은 낙지집을 내겠다고 해서 주방장까지 파견해줬어요. 하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더군요. 가서 음식 맛을 보니 ‘사낙(死絡)’즉, 죽은 낙지를 쓰고 있는 겁니다. 결국에는 문을 닫고 말았죠.”
반면 자신과 같이 정직하게 장사를 하는 곳은 성업 중이라고.
일반적으로 음식점은 개업 후 서너 달이 지나면 식재료를 배달해 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매일 시장에 나가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하고 재료를 산다. 정직한 장사를 위해서다.
이제 김 사장은 더 큰 꿈을 꾼다. 여의도 백화점 맞은편에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직영점이 바로 그것. 직영점이 안정을 찾으면 프랜차이즈 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그래서‘낙지한마당’도 상표 등록을 해놓았다.
그는“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음식점 운영이 너무나 즐겁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패하지 않는 창업, 나아가 성공하는 창업을 위해서는 “손님을 넉넉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 어려움이 닥쳐도 정직한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낙지한마당의 창업비용은 7000만 원(1층 17평, 점포비용은 제외), 월평균 매출은 5000만 원(주5일 영업). 마진율은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