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총장 ‘직무정지 의결 유보’ 논란. 연합뉴스.
[일요신문]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안건 의결이 유보된 가운데 정부와 카이스트 교수 등 과학계 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른바 신성철 사태가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르면서 논란은 확전될 조짐이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261차 정기이사회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요구한 신 총장 직무정지 안건 의결을 유보하기로 했다.
당초 이사회 구성을 두고 한차례 잡음이 있었지만 결국 이사회가 ‘정부개입과 정치보복’ 등 과학계 내부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라는 평가이다.
앞서 카이스트 교수 자치기구인 교수협의회(교협)는 지난 10일 성명서에서 “신 총장의 거취 관련 결정에 있어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사실상 과기정통부를 비판했다. 성명서에는 교협 전체 회원 569명 중 310명이 서명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7~8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감사에서 신 총장이 DGIST 총장에 재임할 당시 이면계약으로 국가연구비를 횡령했고 제자를 편법으로 채용한 혐의를 발견, 이를 지난달 검찰에 고발했다.
과기정통부는 국가연구비를 횡령한 의혹으로 신성철 총장에 대해 직무정지 요청을 했다. 신 총장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응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면계약 대상인)로렌스버클리연구소(LBNL)를 향한 현금지원은 LBNL의 첨단 연구장비에 대한 독자적인 사용권한 확보를 위해 LBNL측의 요청에 의해 부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사태가 여전히 갈등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자 카이스트 교수들은 사건의 진위 여부를 떠나 정부가 독립된 법인인 카이스트를 좌지우지하려는 것 자체에 불쾌해하다는 분위기가 나돌았다. 특히 카이스트 총장의 거취에 대해 정부 부처가 이례적으로 나선 것 자체를 두고 윗선이 개입해 과학기술계를 길들이거나 정치보복성 조치가 아니냐는 추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한 과학계 관계자는 “신 총장의 인선 당시 전 정권 인사들과의 친분이 있다는 루머가 과학계에서 있긴 했지만 구체적인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총장 개인의 잘잘못을 가리는 문제이기보다 정부가 카이스트로 상징되는, 과학계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으로 비춰진 점은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카이스트 이사회의 입장을 존중한다”며, “본 사안이 검찰수사를 통해 명백히 밝혀져 모든 의혹과 논란이 종식되기 기대한다”고 입장을 냈다.
하지만 신성철 총장이 이번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국제 문제로 비화시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앞으로 이 같은 행동을 자제하기 바란다고 신 총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카이스트 이사회는 올해 안에 신 총장 거취를 결정할 가능성이 낮아졌다. 정기 이사회는 3월과 12월에 열린다. 다만, 내년 3월 이사회 전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의결할 수 있는 점은 남아있는 상태다. 신 총장에 대한 검찰수사 시기와 결과에 따라 카이스트 등 과학계와 과기정통부의 갈등의 불씨도 여전하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