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 위치한 모란시장 전경
[일요신문]김창의 기자=한 해 평균 8만여 마리의 개를 도축하며 전국 최대 규모의 개 도축 시장으로 불리던 성남 모란시장이 개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게 됐다. 성남시는 모란시장에서 개 도축을 해오던 마지막 업체가 시설을 자진철거했다고 17일 밝혔다.
시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이달 초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불법 도축 혐의로 압수수색에 나서자 압박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특사경은 6일 업체가 개를 도살할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전기충격기와 화염방사기 등을 압수했다. 성남시도 올해만 4차례의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보내고 2차례에 걸쳐 도축시설과 천막을 철거하는 등 계도에 나섰다.
마지막 업체의 철수로 모란시장은 개 도축 없는 시장이 됐다. 2016년 ‘개고기 문제 해결 태스크포스’를 설치하고 모란시장 상인회와 ‘모란시장 환경 정비 업무협약’을 맺은 지 2년만의 성과다.
1960년대 시장의 형성과 함께 개 도축업체들이 모여든 모란시장은 한때 50여 개가 넘는 업체들이 성업했다. 이후 2002월드컵과 개를 식용이 아닌 반려동물,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며 다소 침체를 겪었지만 불과 2~3년 전만 해도 20곳이 넘는 업체들이 하루 평균 300마리 이상의 개를 도축‧판매해왔다.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은 개를 도살하는 방식(전기충격) 등이 동물보호법을 위반한다며 성남시에 개도축을 금지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고 2016년 7월 성남시는 11개 부서를 통합한 ‘개고기 문제 해결 태스크포스’를 마련해 문제 해결에 나선다.
하지만 도축업체들의 저항 역시 완강했다. 업체들도 생계가 걸린 일이라 물러서지 않았다. 몇 차례 크고 작은 물리적 충돌도 빚어지는 등 신경전이 이어졌다. 이에 성남시는 6개월여에 걸친 의견수렴을 통해 모란시장 상인회와 개도축을 중단하는 대타협을 이룬다.
상인들은 모란시장에서 판매 목적의 개 보관·전시·도살을 중단하고, 관련 시설을 폐쇄하기로 하고, 시는 상인들의 영업 손실 보전을 위해 ▲업종전환 자금 저금리 알선 ▲임대료 인하 등 건물주와의 재계약 유도 ▲교육·컨설팅 및 경영 마케팅사업 지원 ▲종사자 맞춤형 취업 알선 ▲시 소유 공실 점포 입주권 부여 ▲비 가림막·간판·보행로 등 환경정비를 지원하는 결정을 내림으로 모란시장 변화의 전기를 마련하게 된다.
성남시장 시절 유기견 행복이를 입양한 이재명 시장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대한민국의 모범을 만들어가겠다”는 발언과 함께 동물방역국 신설, 유기동물 보호시설 지자체 직영 운영, 반려동물 의료보험 도입 등 반려동물 8대 공약을 발표하며 ‘동물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17일 모란시장 마지막 개 도축업체의 철수는 단순히 개 도축의 중지를 넘어서 정책 연속성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전임 이재명 시장의 모란시장 환경 정비 약속을 지켜냈다는 것에서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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