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 송종출 씨(오른쪽)가 운영하던 자동차정비업소에 아들 종혁 씨가 합류해 역할을 분담한 뒤 고객이 더 늘었다고 한다. | ||
송종출 씨의 정비업소는 대로변이 아닌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주택가 골목 안이다. ‘이런 곳에 누가 찾아올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결과는 의외다. 하루 평균 입고되는 차량 수는 30~40대. 비슷한 규모의 정비업소가 3~4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이 중 70%는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 나머지는 견인 차량을 통하거나 우연히 들어오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후자의 80~90% 역시 재방문으로 이어진다고. 좋지 않은 입지에서도 고객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뭘까.
아들 동혁 씨는 “아버지의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정직한 서비스가 답”이라고 말한다. 아버지 송 씨는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자격증을 취득한 1급 정비기술자다. 아들도 마찬가지. 그 역시 자동차 검사, 정비 2급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한 법. 지나친 정직함이 화를 불러오기도 한다고.
“아버지는 오직 전문가의 입장에서 성실하게 일을 합니다. 고객을 대하는 데는 융통성이 없으시죠. 수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따르지 않을 때 고객과 다툼이 일어나곤 합니다.”
웃으면서 들어왔다가 얼굴을 붉히며 나가는 손님이 그들. 때문에 수리를 다 해놓고도 공임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제는 아들 동혁 씨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다. 활발한 성격의 아들은 수리 시간만큼의 대화시간을 마련, 고객과의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정비소 분위기는 훨씬 부드러워졌고 수리비도 문제없이 청구됐다.
처음에는 아들의 가업 승계 의지에 아버지 송 씨는 반대했다고 한다. 자식의 손에 기름때를 묻히고 싶지 않았던 것. 아들은 아버지의 정비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경력을 쌓아야만 했다. 타이어 판매점에서 차량용품점, 변속기 수리전문점 등 다양한 자동차 관련 업소에서 5년간 실무경력을 쌓았다. 그제서야 아버지는 아들을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2005년 10월 아들의 합류로 정비소는 체계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우선 자동차 10년 타기 정비센터 가맹점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 자동차를 오래 타고, 정비시장의 과열 경쟁으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를 줄이자는 캠페인이다. 그에 따라 투명한 정비 시스템과 경영을 도입했다. 정비 내역서는 대기업 정비소가 아니면 대부분 발급을 꺼리지만 그들은 100% 발급을 원칙으로 했다. 또 수리 전 상태와 수리 후 상태를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 인터넷에 올려 고객이 직접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신뢰도가 높아졌음은 물론이다.
현재 등록된 정비소 방문 고객은 1200명 정도. 대부분 6개월에 1회 이상 방문하는 고객들이다. 10년 이상 이용 고객도 상당수다.
“한번은 단골 손님의 차가 부산에서 멀리 떨어진 시외에서 고장이 났어요. 인근 정비업소에 맡기면 10만 원 정도의 수리비로 해결됐을 텐데 저희 업소로 차를 가지고 오더라고요. 견인비만 30만 원을 냈더군요. 고맙기도 하지만 부담스럽기도 하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요.”
아들 동혁 씨는 하이브리드 디젤 학회 등록, 정기적인 수입자동차 정비교육 등 다양해지는 차량과 고객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이들 부자는 “예전과 달리 많은 정비업소에서 전문 기술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소비자들도 이제 정비업소를 믿고 맡겨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송 씨의 자동차 정비소 창업비용은 시설 및 장비(리프트, 엔진 스캐너, 휠얼라인먼트 등) 1억 원, 점포비용 1억 5000만 원 등 총 2억 5000만 원이 들었다. 월 평균 매출은 2500만~3000만 원, 순수익은 700만 원 정도다.
김미영 프리랜서 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