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명가’로 꼽히던 SM엔터테인먼트의 레드벨벳. 소녀시대와 F(x)가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현재 SM의 유일한 걸그룹이다.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BTS)과 워너원처럼 중소기획사 소속 그룹이 신흥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보이그룹과 달리, 걸그룹은 전통 강자인 3대 기획사가 상위권 수성을 지속해 왔다. SM엔터테인먼트의 레드벨벳, JYP엔터테인먼트의 트와이스, YG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다.
특히 올 한 해 동안 세 그룹은 돌아가면서 각각 부문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1월 발매된 레드벨벳의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더 퍼펙트 레드 벨벳’은 해외 평론가들이 꼽은 ‘2018 베스트 케이팝 송 20’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JYP의 트와이스는 2017년 일본 진출을 발판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특히 올 한 해는 걸그룹만 본다면 JYP의 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TT댄스’로 일본에서 다시 한 번 한류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트와이스는 보이그룹 방탄소년단과 함께 2018년 한 해를 빛낸 올해의 가수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두 기획사와 달리 올 한 해 가장 부진한 성적을 보였던 YG는 블랙핑크의 강력한 성장세를 바탕으로 반등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6월 발매한 미니 1집 타이틀 곡 ‘뚜두뚜두’가 빌보드 핫 100차트와 200차트에 동시 진입하는 등 케이팝 걸그룹 최고 기록을 기록한 블랙핑크는 일본과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상황이다.
트와이스의 활발한 일본 활동을 발판으로 JYP는 본격적인 일본 진출과 새로운 걸그룹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러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위키미키의 경우는 올 한 해에만 디지털 싱글, 미니 2집, 싱글 1집을 발매하는 등 데뷔 갓 1년을 넘긴 신인치고는 활발한 활동을 선보였다. 하지만 음원 차트 아웃이 지속되는가 하면, 앨범 판매율도 급감하면서 팬덤 내에서도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기도 했다.
프리스틴은 더욱 심각하다. 아예 올 한 해 완전체 활동 자체가 없었다. 지난해 8월 미니 2집 ‘SCHXXL OUT’ 이후로 신인에게 치명적인 긴 공백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멤버 가운데 5명을 중심으로 한 유닛 그룹 ‘프리스틴 V’가 결성되긴 했지만, 이마저도 공식 활동은 약 2개월 만에 종료됐다. 활발한 홍보에 나서도 부족할 판에 소속사마저 입을 다물고 있어 프리스틴은 데뷔 후 반 년이라는 가장 짧은 활동을 한 걸그룹으로 기록될 처지에 놓였다.
이렇듯 I.O.I 출신 걸그룹이 주춤하는 사이, 오히려 솔로 가수로 데뷔한 멤버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솔로 데뷔한 청하의 경우는 독보적인 성공으로 기존 I.O.I 팬덤은 물론, 대중들의 호감을 한 몸에 받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난 7월 발매한 미니 3집 ‘블루밍 블루’의 타이틀 곡 ‘러브 유’는 발매 당일 멜론 차트 6위를 기록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며 상위권 차트인을 유지한 채 활동을 마무리했다.
I.O.I로 데뷔하지는 못했지만 프로듀스 101 출신으로 눈도장을 찍은 멤버 태하가 포함된 모모랜드는 드라마틱한 한 해를 보냈다. CF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에이스로 등극한 멤버 주이의 활약 덕이었다.
YG엔터테인먼트의 블랙핑크는 막강한 해외 팬덤 화력을 바탕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한편 올 한 해는 데뷔 일이 늦어 뚜렷한 활동은 하지 못했지만, 내년의 활약에 업계와 대중들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는 걸그룹도 있다. I.O.I의 뒤를 이은 프로듀스48 프로젝트 걸그룹 ‘아이즈원’이다. 일본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 중인 일본인 멤버들이 포함되면서 그룹의 정체성 문제로 각종 논란을 낳기도 했지만, 한·일 양국에서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걸그룹계의 기대주로 꼽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데뷔 직후부터 해외 시장이 보장되고 있는 만큼 활동 범위가 일반 신인들에 비해 넓기 때문이라는 것.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보이그룹의 경우는 방탄소년단이나 워너원처럼 업계 전체를 뒤흔들 만한 새로운 그룹이 나와 지각 변동을 일으켰지만, 걸그룹의 경우는 단순한 ‘반짝 인기’를 끈 그룹이 있었을 뿐 상위권은 여전히 3대 기획사 걸그룹이 자리 잡은 채로 변화가 없었다”며 “이렇다 보니 일단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 전부터 인기가 보장된 아이즈원에 기대가 쏠리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아듀 워너원~ ‘괴물 신인’ 빠진 자리, 누가 채울까? 2018년 보이그룹의 강자로는 방탄소년단과 워너원이 꼽혀 왔다. 특히 워너원의 경우는 단순히 1년 6개월간의 활동만이 보장된 프로젝트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데뷔 직후부터 막강한 팬덤 화력을 바탕으로 보이그룹 업계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바 있다. 지난해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결성된 워너원의 활동 종료일은 12월 31일이다. 당초 예상외의 대중적 인기로 계약 연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이어졌지만, 워너원의 활동을 전담하고 있는 소속사 스윙엔터테인먼트가 지난 18일 “계약 연장 없이 12월 31일자로 계약이 종료된다”고 공식 발표했다. 내년 1월 예정돼 있는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워너원의 모든 공식 활동이 마무리된다. ‘괴물신인’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의 계약이 오는 31일자로 종료된다. 사진=스윙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처럼 업계의 판도를 바꾼 워너원의 해체에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높은 반면, 한편으로는 ‘제2의 워너원’을 기대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당초 워너원의 이례적인 성공은 프로듀스 101 프로그램의 ‘국민 프로듀서 시스템’으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좋아하는 개인 멤버에 대한 막강한 팬덤 화력이 전체 그룹으로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마찬가지로 유사한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면, 제2의 워너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단순히 유사한 프로그램 포맷만으로 워너원과 같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미 앞서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됐던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결과물들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던 바 있다. 심지어 데뷔조차 무산된 채 종결된 사례마저 있을 정도다. 앞선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워너원의 사례가 이례적이었던 이유는 그들의 존재 자체가 ‘다시 없을 결과물’이기 때문”이라며 “업계에서도 워너원의 성공을 정확하게 분석하기 어렵다. 프로그램의 영향력, 개인 팬덤의 형성 과정, 그리고 그 팬덤이 전체 그룹 팬덤으로 융화되는 과정 등이 운이 좋아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지, 무작정 같은 방식을 반복한다고 해서 같은 결과가 나올 거라고는 자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워너원은 해체 후 각 멤버의 개별 활동으로 전환된다. 강다니엘과 윤지성, 김재환은 당초 워너원의 매니지먼트를 맡아왔던 CJ E&M 소속으로의 활동을 준비 중이다. 보이그룹 뉴이스트 소속이었던 황민현과 핫샷 소속의 하성운은 다시 그룹 활동으로 팬들과 마주한다. 그 외 멤버들은 각 소속사의 차기 보이그룹 합류 또는 솔로 데뷔 등 다양한 활동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