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3일 열린 롯데월드타워 그랜드 오픈식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50주년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롯데가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에 이어 롯데캐피탈까지 공개 매각에 나섰다. 금융계열사를 전부 매각해 지주사의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고, 계열사간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정가격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롯데 금융계열사 인수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롯데는 금산분리 문제 때문에 금융계열사를 빨리 매각할 수밖에 없다”며 “인수하려는 입장에서는 손보보다 카드가 매력적인 매물이지만 롯데가 함께 묶어 팔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신동빈 회장 개인적으로도 확보한 자금으로 롯데케미칼 지분 인수 대금을 치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금융계열사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을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에 쓸 수 있다. 미니스톱 인수전에 거액을 베팅한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편의점업계 이목이 집중된 미니스톱 인수전에 롯데는 4300억 원의 입찰가를 제시해 사실상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장 예상가 3000억 원보다 훨씬 많은 액수며 경쟁자인 신세계(이마트24)가 3500억 원대 베팅한 것으로 알려진 점을 감안하면 과감한 베팅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입찰가를 얼마 써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인수 의지보다 경영효율 측면이 중요한 만큼 시장가격 이상으로 인수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9500여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의 세븐일레븐은 2500여 개 점포를 보유한 미니스톱 인수 시 총 1만 2000여 개 점포를 보유하게 된다. 점포 보유 규모 확대로 1만 3000여 개의 점포를 보유한 업계 선두 GS25, CU와 ‘빅3’체제를 형성하게 되는 셈. 반대로 그간 급격한 확장세를 보이며 추격 중이던 업계 4위 이마트24(신세계그룹)와의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
다만 세븐일레븐(코리아세븐)은 지난해 기준 3335억 7500만 원의 유동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90억 6700만 원으로 미니스톱을 인수할 실탄이 부족하다. 따라서 그룹차원의 수혈이 불가피함에도 롯데가 높은 입찰가를 제시한 것이다.
롯데가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과감한 베팅을 한 까닭은 유통부문 강화에 대한 의지로 읽힌다. 롯데는 앞서 지난 10월 50조 원의 대규모 투자고용계획을 발표하며 그룹의 두 축인 유통부문과 화학부문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알린 바 있다. 건설·화학부문에 20조, 유통부문에 12조 5000억 원을 투자하고 특히 온라인 역량 강화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8월 출범한 롯데쇼핑 산하 e커머스사업본부는 이달 말 롯데월드타워로 이전한다.
백화점·마트 부문에서 공격적인 행보도 눈에 띈다. 롯데는 내년 초부터 이달 말 신세계백화점이 영업을 종료하는 인천종합터미널에서 새롭게 영업을 시작한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과 이마트 인천점이 폐점하고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가 들어서는 것. 지난해 11월 인천종합터미널 내 신세계백화점 영업권을 둘러싸고 벌여온 법적 분쟁에서 최종 승소한 롯데는 인천종합터미널 부지와 옆 구월동 농수산물시장 부지까지 합해 복합 쇼핑몰 ‘롯데타운’을 조성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난 10월 밝힌 투자계획 발표안대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장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유통부문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라며 “롯데백화점 인천점 역시 오랜 기간 준비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인천종합터미널 뺏긴 신세계 다음 행보는? ‘스타필드 청라’로 인천 상권 재도전 신세계가 최근 국내 유통가 맞수인 롯데에 번번이 밀리고 있다. 미니스톱 인수전에서 롯데보다 낮은 입찰가를 제시해 밀릴 것으로 예상되며 인천종합터미널에서 운영하던 신세계백화점마저 롯데에 뺏겼다. 이달 말 영업을 종료하는 신세계백화점 인천점 자리에 내년부터는 롯데백화점이 들어선다. 이미 지난 16일 영업을 종료한 이마트 인천점 자리에는 롯데마트가 들어선다.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은 연 매출 8000억 원대로 ‘알짜배기’ 점포로 꼽힌 터라 신세계로서는 더 아쉽게 됐다. 신세계 백화점 관계자는 “아직까지 인천에 신규 점포를 계획한 것은 없다”며 “2016년도에 점포가 많이 늘었기 때문에 신규 점포를 안정화시키는 것을 우선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세계그룹 차원으로 봤을 때 롯데에 빼앗긴 인천 상권에 스타필드로 재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은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에 ‘스타필드 청라’를 조성 중이다. 다만 아직 인·허가 단계를 지나지 못해 개장까지는 한참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개장 계획보다 조금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 프라퍼티 관계자는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최근 호텔 등 시설을 추가하면서 설계변경 인·허가를 다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