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빚을 때 손자국 모양이 서민들의 소박한 멋을 풍기고 있다. | ||
‘산 너머 부잣집에 품 팔러 갔다가 돌아오던 어머니가 산길에서 호랑이를 만난다. 호랑이는 어머니가 얻어 온 떡을 달라고 한다. 어머니는 떡을 주지만 떡을 다 먹은 호랑이는 어머니를 잡아먹는다. 호랑이가 어머니의 옷을 입고 집으로 찾아오자 아이들은 나무 위로 도망치지만 더 이상 갈 데가 없다. 이들의 간절한 기도를 들은 하느님이 보내준 두레박을 타고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되었다.’
야담이나 설화, 속담 등에도 자주 등장하는 떡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친근한 음식이다. 철마다 그에 맞는 떡을 해 먹었으며 어른의 생신, 회갑, 아기의 백일, 첫돌, 생일, 혼례, 제상 등에도 빼놓지 않았다. 단순히 음식이나 간식을 넘어 잔치 상을 풍성하게 만들었으며 고사나 제사에서는 신성하고 편안함을 비는 마음까지 담아 있었다.
지금은 서양의 빵에 밀려 가정에서 직접 만드는 일은 줄었지만 예전에는 집마다 떡을 찌는 시루가 하나씩은 있어야 했다.
떡에 얽힌 고사도 많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유리와 탈해가 서로 왕위를 사양하다 떡을 깨물어 생긴 잇자국의 수를 세어 결국 잇자국 수가 많은 유리가 왕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신라 자비왕 때 사람인 백결은 세밑에 떡을 못해 슬퍼하는 아내를 위해 방아 소리를 흉내 낸 거문고 음악을 만들었다는 기록도 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정월 초하루에는 흰떡을 만들어 떡국을 끓이고, 이월 초하루 중화절에는 노비송편, 삼월 삼짇날에는 두견화전, 사월 초파일에는 느티떡, 오월 단오에는 수리취절편, 유월 유두에는 떡수단, 추석에는 송편, 구월 구일 중구절에는 국화전, 음력 시월에는 시루떡을 만들어 서로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떡은 그 종류를 일일이 헤아리기 힘들다. 잘 알려진 것만도 인절미, 절편, 개떡, 버무리, 거멀접이, 겨떡, 꼬장떡, 설기떡, 두텁떡, 부꾸미, 비지떡, 상애떡, 시래기떡, 우메기, 장떡, 좨기떡, 주염떡, 증편, 차조떡, 범벅, 차산병, 주악, 수리치떡 등등 헤아리기에 숨이 찰 정도다.
우리나라 떡은 또 지방마다 특색이 있어 고향의 맛을 느끼게 한다.
떡이 가장 발달했다는 경기도에서는 흰 절편에 노랑, 파랑, 분홍 물을 들인 색떡을 비롯해 여주 산병, 개성 우메기, 강화 근대떡이 유명했다. 신분에 따라 해 먹는 떡도 달랐다는 충청도에는 해장떡, 쇠머리떡, 약편, 곤떡, 볍씨쑥버무리, 칡개떡, 햇보리개떡 등이 있으며 산이 많은 강원도는 감자시루떡, 감자떡, 감자녹말송편 등 감자로 만든 떡이 주류를 이루지만 댑싸리떡, 팥소흑임자, 우무송편, 방울증편 등도 알려져 있다.
경상도는 각 고장에 따라 떡이 달랐는데 상주와 문경에는 밤, 대추, 감으로 만든 설기떡과 편떡을 많이 해 먹었고 경주는 제사떡이 유명했으며 이밖에도 모시잎송편, 밀비지, 만경떡, 쑥굴레, 잣구리 등 특색 있는 것들이 많다. 쌀이 귀했던 제주도의 대표적인 떡으로는 오메기떡, 돌래떡, 빙떡, 빼대기, 상애떡 등이 있다.
북한으로 가도 특징 있는 떡이 널려 있다. 황해도에는 잔치 메시루떡, 무설기떡, 오쟁이떡, 큰송편, 우기, 수수무살이, 닭알범벅 등이 있고 평안도는 장떡, 조개송편, 찰부꾸미, 노티가 대표적인 떡이며 찰떡인절미, 달떡, 오그랑떡, 찹쌀구이, 괴명떡, 꼽장떡, 언감자떡은 함경도를 대표하는 떡이다.
▲ 추석을 맞아 정성스럽게 송편을 빚고 있는 아낙네. 연합뉴스 | ||
서울지방의 송편은 입안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지만 도토리, 감자 등이 많이 나는 강원도에서는 도토리송편, 감자송편 등을 만들어 먹었으며 특히 송편을 빚을 때 손자국 모양을 꾹 내어 산간지역 서민들의 소박한 멋을 내기도 하였다.
남도지방 중에서 전라도 고흥지방의 송편은 푸른 모시 잎으로 색을 내 맛이 쌉쌀하여 별미이기도 하고, 제주도에서는 송편을 둥글게 만들고 완두콩으로 소를 넣는데 마치 비행접시 모양이다. 평안도 해안지방에서는 떡을 모시조개 모양으로 작고 예쁘게 빚어 참깨 속을 넣어 희고 깨끗하게 만든 조개송편을 많이 해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