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보노이드로 잘 알려져 있는 비타민 P는 과일이나 채소 등에 널리 분포하는 노란색 계통의 색소를 일컫는다.
비타민 P가 처음 명명된 것은 1930년대였다. 건강에 좋은 식물의 색소를 구성하는 화합물질을 설명하기 위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거의 한 세기 전에 알려졌던 이 화합물질은 오늘날에는 플라보노이드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플라보노이드는 모두 4000~6000종이며, 대부분 과일과 채소의 풍미와 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곰팡이, 해충, 세균 등과 같은 해로운 물질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해주며, 뼈와 치아 건강을 위한 중요한 성분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뿐만이 아니다. 혈관, 근육, 피부의 구조를 만드는 단백질 콜라겐을 생성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밖에도 플라보노이드는 염증과 산화를 포함해 노화에 따른 자연적인 신체 변화로 나타나는 주요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즉, 암이나 심장병 등의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데도 큰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비타민 P는 일상에서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섭취해야 할까.
# 감귤류 과일
주황색과 노랑색의 감귤류 과일은 특히 뇌졸중 예방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 7만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식습관 및 생활습관을 조사한 ‘간호사건강연구’에 따르면, 플라보노이드의 한 종류인 플라바논을 다량 섭취한 사람들의 경우, 허혈성 뇌졸중(뇌혈관 폐색으로 인해 뇌혈류가 감소되어 뇌조직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증상)의 위험이 1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플라바논은 특히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혈압을 낮추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혈관벽을 보호하고, 혈관의 신축성을 개선하는 데도 효과가 있다. 이와 관련해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가지 가능성을 추측해볼 수 있다. 요컨대 플라바논이 간접적으로 동맥을 이완시키고 넓혀주는 화학물질인 일산화질소의 수치를 증가시킨다는 이론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감귤류 과일은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이와 관련, 영양사인 헬렌 본드는 “흥미롭게도 감귤류 과일의 플라바논 물질은 과육보다는 껍질 안쪽의 하얀 부분에 더 많이 집중적으로 함유되어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을 벗겨내지 않고 먹는 것이 가장 좋다”라고 말했다.
# 차 및 코코아
차와 코코아에는 플라보노이드의 일종인 플라바놀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특히 차에는 카테킨이라는 특정 플라바놀이 풍부한데, 플라바논처럼 카테킨은 체내 일산화질소 수치를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차를 많이 마시면 혈관의 팽창 및 수축 정도가 향상되고, 이를 통해 심혈관계 건강에 도움이 된다.
과학자들은 하루에 홍차나 녹차를 두 잔씩 마실 경우 심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대만의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 결과, 1년 동안 매일 홍차나 녹차를 450ml(머그잔 2잔)씩 마신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적은 양의 차를 마신 사람들보다 동맥경화 발병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하루에 홍차나 녹차를 두 잔씩 마실 경우 심장 건강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는 동맥의 유연성과 관련이 있다. 가령 동맥이 유연할수록 일상 속에서 받게 되는 신체 및 정서적 스트레스에 잘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반면, 동맥이 경직돼 있고 뻣뻣할 경우에는 혈압이 올라가면서 혈관이 손상되고, 결국에는 심장마비, 뇌졸중, 심지어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런가 하면 코코아에 함유되어 있는 플라바놀은 인지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0명의 건강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코코아 속에 함유된 플라바놀의 효과를 검사한 이탈리아의 연구진들에 따르면, 중간 용량~고용량의 플라바놀을 섭취한 성인들의 경우, 주의력과 기억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보충제로 섭취한 양은 매일 200mg 정도였는데, 이를 코코아 분말로 따지면 한 스푼 정도의 양이다. 코코아 분말 한 스푼을 머그잔 한 잔 정도에 타서 마시면 된다.
플라바놀이 풍부한 다른 식품들로는 블루베리, 체리, 레드와인, 사과, 배, 땅콩 등이 있다.
# 보라색 채소
블루베리, 라스베리, 딸기, 자두, 포도, 가지, 적양배추 등과 같은 보라색 혹은 적색의 채소와 과일들에는 안토시아닌이라고 하는 플라바놀이 풍부하다. 안토시아닌을 꾸준히 섭취하면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증진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본드는 “안토시아닌은 항염증, 항산화 등과 같은 생물학적 효과를 나타낸다. 하지만 보다 확실한 결론을 얻기 위해서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미임상영양학회’지에 실린 연구 결과 역시 이와 비슷하다. 블루베리와 딸기를 통해 안토시아닌을 다량 함유한 여성들의 경우, 거의 섭취하지 않은 여성들보다 고혈압에 걸릴 확률이 8% 감소했다.
안토시아닌이 당뇨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증거들도 속속 발견되고 있다. 때문에 과학자들은 다가올 미래에 당뇨와 관련된 영양 또는 약물 치료에 안토시아닌을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파
브로콜리, 생강, 아스파라거스, 잎채소, 그리고 특히 무엇보다 양파에는 케르세틴이라고 불리는 플라보노이드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케르세틴은 탁월한 항염증 및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특히 꽃가루가 많이 날리는 봄철에 양파를 많이 먹으면 알레르기 증상이 누그러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다만 상당한 양을 먹어야 한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 2009년, 오사카대학의 연구진들은 케르세틴이 꽃가루 알레르기로 인한 눈의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런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큰 양파를 하루에 두 개 이상씩 먹어야 했다.
양파에는 케르세틴이라고 불리는 플라보노이드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케르세틴은 탁월한 항염증 및 항알레르기 효과가 있다.
아무리 양파가 몸에 좋다고 해도 매일 두 개씩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때문에 양파와 함께 케르세틴을 함유한 다른 과일이나 채소를 함께 섭취할 경우, 가령 사과, 케일, 아스파라거스, 녹색콩 등을 함께 먹으면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하루에 150mg 정도 되는 양이다.
단, 케르세틴을 섭취할 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과도한 섭취량이다. 1000mg 또는 그 이상의 케르세틴을 섭취할 경우에는 몸에 이롭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에는 신체 조직이 손상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