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휴대폰 판매자들 사이에서 ‘지원금’ 미끼를 내걸고 ‘케이스’와 액정필름을 강매하는 수법이 극성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연합뉴스
최근 직장인 여성 이 아무개 씨(30)는 새 스마트폰 구입을 위해 국내 대표적인 휴대폰 판매점 밀집지역인 신도림 테크노마트를 방문했다. 이 씨는 판매점들의 ‘악명’을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사전에 모델 별 출고가의 시세, 공시지원금, 추가지원금, 할부원금 등 계약조건에 대해 꼼꼼히 공부를 해갔다.
여러 판매점을 오가던 중 이 씨는 다른 곳에 비해 출고가 대비 지원금 조건이 퍽 좋은 판매점을 운 좋게 찾을 수 있었다. 계약은 순조로웠다. 모든 계약서류가 완비됐고, 개통에 필요한 신분증까지 첨부가 완료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결제를 하려는 순간, 판매자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개통을 위해서는 장당 2만 5000원에 달하는 고가의 액정필름과 1만원에 해당하는 휴대폰 케이스를 반드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씨가 해당 판매점에서 계약을 하려던 것은 순전히 지원금 조건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판매자가 강매하는 악세사리의 조건을 따져보니, 말 그대로 ‘조삼모사’ 격이었다.
이 씨는 이에 “처음에는 그런 말이 없지 않았느냐”고 따졌지만, 판매점은 무덤덤하게 “이렇게 싸게 해줬으면, 당연히 케이스와 필름 구매가 필수”라고 반응했다. 이 씨는 계약을 없던 것으로 하겠다고 자리서 일어섰지만, 판매자는 오히려 “개인 신상까지 다 입력했기 때문에 무조건 사셔야 한다”고 강요했다. 결국 이 씨는 자신의 신상정보가 허투루 이용될까 두려워 반강제로 케이스를 구입하고 계약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실제 ‘알고사’ 등 휴대폰 구매와 관련한 커뮤니티에는 이러한 피해 사례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휴대폰 판매점이 내건 케이스 및 액정 가격판.
A 씨는 “엄마가 좋다고 하셔서 그냥 넘어 갔지만, 다른 분들은 ‘강매’에 제발 안 당하셨으면 해서 이 글을 올린다”라며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에게 덤터기를 씌운 게 지금도 너무 화가 난다”고 하소연했다.
A 씨 외에도 커뮤니티에는 케이스와 액정필름 강매를 주의하라는 글들이 수두룩 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훨씬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다며, 아예 휴대폰 구입 전에 미리미리 준비해 가라는 노하우도 덧붙여 있다.
기자는 12월 20일, 구입자를 가장해 신도림의 휴대폰 판매점들을 돌아다니며 이에 대해 문의했다. 판매자들은 하나같이 고액의 지원금 ‘미끼’를 꺼내들었지만, 기자가 먼저 ‘케이스 구입 여부’를 묻자 표정이 변하곤 했다. 일부 판매자는 어느 정도 지원금 조건에선 되도록 ‘케이스’에 대한 부담을 고객이 해줘야 한다고 꼬드기기도 했다.
아예 이러한 영업수법과 방식이 빈번한 듯 케이스와 액정단가, 그리고 계좌번호를 내놓은 곳도 제법 많았다.
한 휴대폰 판매업자는 “다른 영업 방식도 마찬가지지만 주로 타깃은 젊은 여성이나 고령의 고객들”이라며 “특히 아이폰 신형 모델의 경우 지원금을 높이기 쉽지 않은 구조인데, 판매자들이 이를 벌충하기 위해서 악세사리를 강매하는 경우가 많다. 차라리 처음부터 악세사리 구입 여부를 물어보는 게 뒤통수를 피하는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소비자원 관계자는 최근 이러한 판매자들의 영업수법에 대해 “판매자는 당연히 부가적인 악세사리 상품을 고객에게 강요할 그 어떤 권리도 없으며 소비자 입장에서도 굳이 거기에 응할 필요가 없다”라며 “만약 그러한 불합리한 영업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압박한다면 관할 구청에 꼭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