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부업체 광고가 아니다. 사회연대은행(www.bss.or .kr)에서 저소득층과 저소득 여성가장에게 지원하는 창업자금이다. 담보 및 보증 부족, 신용불량 등의 이유로 일반 금융기관의 대출이 어려운 사람들이 ‘사채’가 아닌 사회연대은행의 ‘마이크로크레디트(무보증 소액신용대출)’로 희망을 되찾고 있다. <일요신문>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연대은행의 도움으로 창업에 성공한 사람과 사회연대은행의 창업지원사업을 두 차례에 걸쳐 상세히 소개한다.
첫 주인공은 서울 동대문구 장위동에서 주꾸미 전문점 ‘용두동쭈꾸미’를 운영하고 있는 임영애 씨(49)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도 있잖아요. 열심히, 정직하게 노력하면 결국 기회가 찾아오는 것 같아요.”
임영애 씨는 올해 1월 삼성생명과 사회연대은행으로부터 1500만 원을 무상으로 지원받아 서울 동대문구 장위동에 주꾸미 전문점을 열었다. 창업 7개월째를 맞는 임 씨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다. 월 평균 매출은 1500만 원. 이 중 400만~500만 원이 순수익으로 떨어진다.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그이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거듭된 사업실패로 남편은 병을 얻어 사회생활이 힘들어졌고 빚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TV에서 우연히 여성가장 창업지원사업 광고를 봤어요. ‘이거다’싶어 바로 신청을 했죠. 경쟁이 치열할 것 같아서 사업신청서와 사업계획서를 최대한 꼼꼼하게 작성했습니다.”
10년 전 대기업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했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아침에 갓 나온 빵을 서비스로 제공해 고객을 감동시켰던 일 등을 상세히 소개하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현했다. 1차 서류 심사 통과 후 7박 8일의 합숙훈련과정을 거쳤다. 마지막 면접에서 5명이 떨어졌다. 합격자에 포함됐지만 마음을 놓을 수는 없었다. 1500만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
아이템은 용두동 주꾸미 골목을 찾았다가 결정했다. 단일 품목으로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발품을 판 끝에 대로변 1층 점포를 싼 값에 구했다. 인테리어는 꼭 필요한 곳에만 사람을 썼다. 나머지는 가족과 함께 직접 작업했다. 그가 30평 가게를 차리는 데 들인 돈은 임대보증금을 포함해 총 2200만 원.
메뉴 역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접 팔을 걷고 나섰다. 원래는 전수창업을 생각했으나 모(母)업체에서 제시한 1500만 원의 비용은 무리였다. 고민 끝에 사회연대은행에 도움을 요청했다. 전문가와 함께 주꾸미 100여 박스를 버려가며 노력한 결과 두 달 만에 제대로 된 맛을 찾아냈다. 3시간 동안 물기를 빼고 잡냄새를 제거한 주꾸미와 청양고추로 만든 양념소스가 바로 그것.
▲ ‘용두동쭈꾸미’ 임영애 씨는 “창업자금을 어렵게 지원받은 만큼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사용했다”고 말했다. | ||
“용두동과는 달리 주변이 주거지역이어서 가족 단위, 30~50대 남성 고객이 많습니다. 이들을 염두에 두고 너무 달거나 시지 않은 양념 소스를 만든 것이 주효했죠.”
대신 가격부담은 낮췄다. 주꾸미 철판볶음, 쭈삼불고기, 주꾸미해물샤브 등 8000~1만 원이면 주꾸미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점심 식사메뉴인 쭈삼불고기정식(5000원), 주꾸미보리비빔밥(4000원)도 반응이 좋은 편이다.
밑반찬도 구색을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다. 과일드레싱 샐러드, 두부전, 콩나물냉국 등 손님이 좋아할 만한 반찬을 내놓는다.
임 씨는 “남들과 똑같아서는 성공하기 어렵다”며 “원가절감보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했더니 손님들도 알아주는 것 같아 기쁘다”며 웃음을 보였다.
지난 4월, 그는 다른 가난한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100만 원을 사회연대은행에 기부했다.
그는 “1500만 원의 지원금은 상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준비 과정에서 흔적 없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며 “어렵게 지원받은 만큼 쉽게 사용하지 말고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 알뜰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영애 씨의 주꾸미 전문점 창업비용은 2200만 원(30평 점포비용 포함). 월평균 매출은 1500만 원선, 순수익은 400만~500만 원 정도다.
임영애 씨 비용 줄이기 팁
1. 발품 팔아 임대비용 줄여
부지런히 발품을 판 끝에 보증금 1000만 원의 1층 30평 점포를 구했다.
2. 집기와 시설은 중고로, 인테리어는 필요한 곳에만
테이블, 주방설비는 업종 전환 점포에서 150만 원에 샀다. 인테리어는 꼭 필요한 곳이 아니면 자신이 직접 나섰다.
3. 전수비용보다 노력 통한 맛 개발
노력을 통해 맛을 개발했더니 1500만 원의 전수비용이 절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