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는 지난 19일 정례회의에서 2019년도 금감원 총예산을 올해보다 2% 삭감한 2556억 원으로 확정했다.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2년 연속으로 예산이 삭감되자 금감원 내부에서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가 산하기관인 금감원이 그간 여러 문제에서 ‘할 말을 한’ 것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모피아 출신 낙하산이 원장으로 오던 시절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라며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을 후려친 이유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비관료 출신 윤석헌 원장을 손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금감원 직원들은 윤 원장이 예산 문제로 소신을 굽히지 않길 기대한다”며 “금융위의 예산갑질에 대해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관료 출신 윤석헌 금감원장이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생명보험사 즉시연금,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건 처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등 여러 문제에서 금융위와 다른 태도를 보이자 금융위가 예산 삭감으로 맞섰다는 주장이다.
이인규 금감원 노조위원장은 “금융위가 금감원을 길들이려 예산을 줄이고, 감정적인 대응을 하는 것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오비이락처럼 비관료 출신 원장이 오니까 금감원 설립 이후 최초로 실질임금을 삭감했다”고 덧붙였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직원들 사기가 저하되지 않도록 잘 추스르고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예산으로 금감원을 통제한다는 것은 하수”라며 금융위의 금감원 ‘길들이기’ 지적을 부인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