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모네곱창’을 운영하는 김옥연 | ||
‘곱창’ 하면 허름한 분위기, 연탄불, 소줏잔을 기울이는 40~50대의 중년 남성이 떠오른다. 왕십리 곱창 골목에 위치한 김옥연 씨의 점포 역시 겉보기에는 주변 점포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완전히 다르다. 은은한 조명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는 카페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든다. 실내에 가득찬 손님들도 20~30대 젊은층이다. 이들 대부분은 이모네곱창만 찾는 ‘충성 고객’이다. 15평 남짓한 작은 곱창집의 한달 평균 매출은 1200만~1500만 원. 1인분 8000~1만5000원의 곱창으로 월 200만~300만 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김 씨는 남편과의 사별로 뒤늦게 사회에 뛰어들었다. 비교적 접근이 쉬운 베이비시터, 산모도우미 등 일을 했지만 그마저 쉽지 않았다. 마음이 맞는 가정을 찾기 어렵고, 지방발령 등 변수가 생기면 또 다른 가정을 찾아야 했기 때문.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 창업으로 눈을 돌렸다. 동생이 곱창을 납품하고 있어 아이템 결정은 쉬웠다. 경험이 없어 기존 점포를 인수하는 길을 택했다. 15평 곱창집 주인은 전수비용을 포함해 3500만 원을 요구했다. 부족한 창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지원금을 알아보러 다녔지만 녹록지 않았다. 결국 이 씨의 손을 잡아 준 곳은 사회연대은행. ‘연 2% 이율, 1년 거치, 3년 상환’ 조건의 신한지주기금 1500만 원을 대출받아 2006년 1월 곱창집 문을 열었다.
기존 점포를 그대로 인수한 결과 손님은 꾸준히 이어졌다. 하지만 초보 장사꾼이 술 취한 40~50대 손님을 대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손님이 술에 취해 따뜻한 온돌 바닥에 누워버리면 대책이 없더라고요. 들어오려던 손님도 나가버리고요.”
온돌식 좌석이 문제가 많다고 판단한 그는 ‘테이블’로 좌석 교체를 결정했다. 이번에도 역시 돈이 문제였다. 그는 사업계획서를 꼼꼼하게 작성해 다시 사회연대은행의 문을 두드렸고, 삼성여성가장기금 1500만 원을 무상으로 지원받을 수 있었다.
내부 공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온돌을 없애고 내부에 복층 공간을 만들었더니 테이블 수가 8개에서 11개로 늘어났다. 골조 공사에만 전문가를 투입하고 페인트, 조명 등 나머지는 직접 해결하는 방법으로 비용을 아꼈다.
▲ 가게 내부. 인테리어를 바꾼 후 고객층이 다양해졌다고 한다. | ||
김 씨는 “인수 당시 주변에선 얼마 못가 문을 닫을 거라고 얘기했다”며 “창업 1년을 넘어서자 태도가 달라지더라”고 여유로운 웃음을 보였다.
뒤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 여성들은 자신감 부족, 자녀문제 등 어려움이 많은 것이 현실. 그들에게 그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지 못하면 다른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포기하지 않고 개선방안을 찾으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씨는 올해 3월부터 대출금 상환을 시작했다. 대출금을 다 갚고 나면 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곱창 전문점을 열 계획이다. 때문에 틈틈이 신 메뉴 개발에도 노력을 쏟고 있다. 곧 해물과 곱창이 조화된 신 메뉴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김옥연 씨의 곱창집 창업비용은 3500만 원(15평 점포비용, 전수비용 포함). 월 평균 매출 1200만~1500만 원. 순수익은 200만~300만 원이다.
김옥연 씨 곱창집 차별화 3종 세트
1. 맛의 차별화
곱창을 삶아서 불순물을 없애고 조리해 더 쫄깃한 맛이 난다. 일반적으로 삶으면 부피가 줄어들기 때문에 삶지 않는다고.
2. 주문의 차별화
주변 점포는 사람 수대로 주문을 받지만 김 씨는 사람 수와 상관없이 주문을 받는다. 매출보다 고객 편의를 우선한 것. 대신 돼지3총사(양념, 야채, 막창)와 같은 세트메뉴를 개발해 객단가를 높였다.
3. 좌석 차별화
따뜻한 온돌 바닥은 손님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인이다. 테이블 좌석으로 교체했더니 회전율이 높아지고 고객층도 20~30대로 바뀌었다.
김미영 프리랜서may4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