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김용태 사무총장이 조강특위회의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 사무총장은 조강특위 위원장이기도 하지만 이번에 당협위원장 배제명단에 포함돼 화제가 됐다.
먼저 조강특위가 밝힌 배제 명단의 기준은 4가지다. 2016년 총선 공천 파동, 최순실 사태를 비롯한 국정 운영 실패에 관련, 보수 분당과 대선, 지방선거의 연이은 패배에 책임, 법원에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를 그 기준으로 들었다.
먼저 친박 핵심으로 분류되는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원유철 전 원내대표, 김재원 의원, 홍문종 의원, 윤상현 의원 등이 당협위원장 자리를 박탈당했다. 여기에 김무성 전 대표도 2016년 총선 공천파동 기준에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 운영 실패 기준에 속한 것인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나 장관으로 근무했던 곽상도, 정종섭, 윤상직 의원도 자리를 잃었다.
김용태 사무총장을 비롯해 이은재, 황영철, 이종구, 홍일표, 권성동, 이군현 의원 등이 배제된 이유는 분당사태 등 연이은 선거 참패 책임 기준에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김 사무총장을 비롯한 이들 의원들은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바 있다.
비록 이미 차기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사실상 출마가 불가능한 의원이 꽤 있다 해도 21명은 예상보다 큰 폭의 인적쇄신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먼저 조강특위 위원장이자 비대위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김용태 의원의 당협위원장 박탈을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어쨌거나 현 비대위 핵심이고 비대위 이전에는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현역 의원이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김용태 의원은 당협위원장 배제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김 의원은 애초에 자진해서 당협위원장 탈락으로 못을 박은 채 조강특위가 꾸려졌다. 당 밖의 사람들은 잘 몰라도 당 안에 있는 사람은 최순실 사태 이후 첫 번째 탈당이 누군지 알고 있다”며 “본인이 포함이 안된다면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이미 오래 전 마음을 먹은 것 같다. 양천구가 아닌 험지 출마도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21명 명단을 두고도 부족하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불출마할 의원에다 1심에서 유죄를 받아 출마가 불가능한 의원이 많다는 지적이다. 앞서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 신인 비율이 50% 정도 된다. 이에 비춰볼 때 30% 이상은 갈았어야 했다”며 “김용태 의원은 본인이 자를 사람이기 때문에 먼저 나갈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과거 칼을 휘두르는 사무총장들은 잘린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의 말처럼 처음 비대위와 조강특위에서도 21명이 아니라 대폭 인적쇄신을 준비했다고 전해진다. 14일 오전 국회에서 조직강화특별위원회 경과 설명에서 전주혜 조강특위 위원은 “여론조사, 본회의 출석률, 국정감사에서의 성과 등 여러 지표들을 참고해 당 강세 지역에서 안주한 다선 의원에 대해 더 엄정한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영남 지역 다선 의원을 꼬집은 발언으로 해석됐지만 예상보다 이 기준에 해당하는 ‘존재감 없는 영남 다선’은 거의 없었다.
한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14일까지만 해도 30명 이상이 기정사실화됐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막판까지 비대위가 고민하다 빠진 사안은 3가지 정도로 압축됐다. 첫 번째는 영남 고령 다선, 두 번째는 음주운전 경력, 세 번째는 병역 비리 연루였다.
먼저 음주운전과 병역 비리 문제는 기준을 어디까지 잡느냐로 확정이 어려웠다고 한다. 매우 시간이 많이 흐른 음주운전도 동일하게 당협위원장 탈락에 넣어야할지, 원아웃부터인지 투아웃부터인지 갈등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병역 비리도 비슷한 문제였고 이 과정에서 10명 이상이 왔다갔다하다 시간에 쫓기는 조강특위가 아닌 총선 공천 과정에서 짚어 보자는 얘기가 나왔다고 한다.
더 어려웠던 문제는 영남 고령 다선 의원들이다. ‘출마가 곧 당선’인 TK와 PK 일부 지역을 차지한 고령의 다선 의원들을 타깃으로 뒀다. 당연하게도 반발이 엄청났다고 한다. 대상에 포함된 의원들은 수도권 한 의원을 물고 늘어졌다는 뒷말도 나온다. ‘왜 우리는 해당되고 저 의원은 해당이 안되냐’라거나 ‘수도권 그 의원도 문제 있다’는 지적에 진통 끝에 앞서와 마찬가지로 총선 공천심사 시기까지 일단은 미뤄뒀다.
어쨌든 일단 이렇게 정리된 것만해도 대부분 현역 중에서도 다선급으로 약 20명이다. 그것도 한때 핵심 실세로 꼽혔던 의원이 다수 포함돼 있다. 어찌보면 당이 쪼개질 정도의 사건인데 다들 ‘책임을 통감한다’거나 ‘받아들이겠다’라고 조용히 끝나는 모양새다. 너무 조용해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신율 교수는 시기상 탈락자가 반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탈락자가 급할 게 없다. 공천이 내년 4월에 있다면 난리가 났겠지만 선거까지 아직 시간도 남았고 피해자 이미지를 쌓고 당에 큰 목소리를 낼 명분을 축적하는 시간이라고 본다”며 “지금은 조용하지만 언제까지 조용할지 모른다. 내년 2월 전당대회 끝나고 당 대표가 바뀐 뒤에 본격적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야당 한 관계자도 “일단 국회의원이란 직위가 날아간 건 아니라서 의정활동이나 지역 관리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 지금 당장 피해가는 건 없기 때문에 조용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당협위원장이 아예 새롭게 뽑히면 그때는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