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철 좋은스포츠 사업본부장.
[일요신문] ‘수비의 달인’으로 불리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외야수 임재철. 그는 2015 시즌을 마지막으로 유니폼을 벗고 에이전트로 제 2의 삶을 살고 있다. 평생을 지냈던 그라운드를 떠났지만 “에이전트 일 또한 야구 발전에 기여하는 일이라 생각한다”는 임재철 좋은스포츠 사업본부장을 ‘일요신문’이 만나봤다.
올해로 3년차 에이전트인 그는 은퇴 이후 대형 매니지먼트사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최근 적을 옮기게 됐다. 이와 관련해 “전 회사에서 야구 사업부를 접으면서 지금 회사로 왔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돼서 더 잘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구창모(NC), 박민우(NC), 이민호(NC), 이정후(넥센), 송성문(넥센), 양창섭(삼성) 등 젊은 스타들과 함께 성장을 꿈꾸고 있다.
오는 23일에는 야구 꿈나무와 선수들이 함께하는 야구 캠프가 열릴 예정이다. 임 본부장은 최근 캠프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는 “좋은 취지로 시작하는 뜻깊은 행사가 될 것 같다”면서 “올해는 꿈나무 30명을 대상으로 하는데 150명이 넘게 지원했다. 다 만나지 못해 아쉽다. 다행이도 내년부터는 규모를 늘려서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내년 행사는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릴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라운드 밖의 사회생활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어느덧 3년차 에이전트가 됐다. 고교생 이정후와 계약 이후 그가 신인왕에 이어 골든 글러브까지 받을 때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시간이 좀 흐르니 여유가 생기기는 했다. 아직 적응해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잘하는 선수는 아니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한다”며 웃었다.
현역 시절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했던 그에게 아직 ‘술’은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그는 선수시절엔 몸관리를 위해 술을 입에 대지 않았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고 술자리도 많다. 운동 할때는 그래도 몸관리를 잘한다는 선수였는데 지금은 그게 잘 안되더라”라며 “선수는 아니지만 관리가 필요하다. 지금은 이렇게 지내지만 1월 1일부터 다시 관리에 들어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술을 못마시는 편은 아니지만 자주 먹으니 힘들다. 안먹던 걸 먹으려니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선수들에 음주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는 되도록이면 음주를 피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술을 멀리해야한다. 술과 담배 중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담배가 낫다. 야구는 축구처럼 많이 뛰는 종목이 아니지 않나. 다만 술은 게을러지고 몸의 회복도 늦어진다. 야구를 빨리 그만두게되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에이전트라고 하면 선수들의 연봉협상 과정에 대신 나서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는 연봉협상에 대해 “선수생활을 오래 했기에 많은 분들이 내가 잘 하리라 생각하시지만 그런 부분이 경험으로 되는 것 같지는 않다. 경험보다는 논리가 필요한 부분이다. 나도 약점인 부분이다. 회사에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재철 본부장, 이정후, 좋은스포츠 대표 박성희 교수, 박민우. 사진=좋은스포츠
그는 “기술적인 면보다는 야구가 멘탈스포츠다보니 그런쪽으로 도움을 주려한다”고 전했다.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몸관리를 하는데도 도움을 준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그런 선수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도 드는 임 본부장이다. 그는 “우리 땐 이런 도움이 없었다.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면서 선수시절 자신의 정신적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좋은 멘탈을 가진 선수가 어떤 선수인가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결국은 ‘빨리 잊어버리는 선수’다. 나는 선수시절 사직에서 병살타를 치고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내내 자책했다. 지나간 것은 빨리 잊었어야 하는건데(웃음). 이런 부분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다. 혼자 싸워야 했다.”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는 “선수시절 ‘더 멀리 칠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도 많다. 단지 삼진을 당하지 않고 살아 나가는데 급급했다. 레그킥을 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이제와서 많이 든다. 시도를 안했떤 것은 아니지만 뚝심있게 밀고 나가지를 못했다”고 설명했다.
돌아보면 아쉬움이 남는 선수시절이지만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특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내 또래에 이승엽, 홍성흔, 임창용 등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았다. 내가 그 선수들보다 야구를 잘하진 못했지만 외적으로는 복이 많은 선수라고 생각한다”면서 “어릴 때 여유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좋은 글러브나 신발을 가진 친구를 부러워하고 있으면 그게 내 손에 척척 들어왔다.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프로 선수 시절에도 그랬고 그라운드를 벗어난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소속선수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 LG 트윈스 코치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야구계 선배에서 선수 부모와 에이전트 관계가 됐다. 그는 이 코치가 “인성에 대한 이야기 외에는 특별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내 생각도 같다. 선수들은 인성이 최우선이다. 야구만 잘해서는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시대다”라고 말했다.
그라운드 밖에서 활동하며 야구계를 되돌아보는 시각을 갖게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야구 관련 제도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FA 제도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등급제가 절실하다. 등급제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가 나온지 벌써 몇년째인가. 현재 FA 제도는 극히 일부 잘하는 선수들만을 위한 제도다. 금액 상한선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선수협의회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제도를 바꾸려면 선수협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런데 지금 회장이 공석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얼른 정관을 바꿔서 현역 선수가 아닌 외부인이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선수가 하기에는 너무 어려운 자리다. 사실 주장만 맡아도 머리가 아프다(웃음). 선수들이 매일 운동장에만 있다가 무슨 회의를 하겠나. 다른 분들이 대안을 만들어주시면 선수들이 선택을 하는 쪽이 낫다고 본다. 나도 그 회의 많이 가봤다. 그러면 안되는 거지만 그냥 선배들이 손드니까 나도 손들고 그럴 때도 있었다(웃음). 대표하는 위치에 꼭 변호사 등이 아니더라도 이승엽이나 박찬호 선배 같은 분들도 괜찮다고 본다.”
그는 현역 은퇴 이후 ‘야구장 밖에서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을 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조언에 에이전트의 길로 들어섰다. 많은 선배들이 그랬듯 지도자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임 본부장은 “지도자를 포기했다”고 말한다. 그는 “나를 선택해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맙다. 현재 나와 함께하고 있는 6명의 선수들이 은퇴하는 순간까지 함께할 것이다. 이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인성이 좋은 선수로 잘 되기를 뒤에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