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기 이영분 부부는 부동산 경력이 25년인 베테랑이다. | ||
2006년 1월 김문기, 이영분 부부가 운영하는 공인중개사무소에 사복경찰이 들이닥쳤다. 이들이 검거한 사람은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거액의 계약금과 중도금을 챙기려한 가짜 집주인.
“계약서 작성을 위해 주민등록증을 손에 쥐는 순간 느낌이 이상하더라고요. 혹시나 하는 마음에 ‘ARS 1382’를 통해 진위 여부를 확인했어요. 6번이나 오류가 나 계약을 중지시켰죠.”
다음날 주민등록증 복사본을 가지고 동사무소를 방문했더니 사진이 인감계의 얼굴과 다른 것을 확인했다.
“위조 주민등록증으로 개설한 통장, 늦은 저녁 시간의 방문 등 치밀한 수법에 노련한 중개업자들도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단위가 큰 부동산의 경우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널 필요가 있다”며 조급하게 계약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김 씨 부부가 부동산에 첫 발을 디딘 것은 부동산 경기가 호황이던 83~84년. 부동산에 일찍 눈을 뜬 부부는 월급을 부동산에 투자해 일찌감치 집을 마련하고 돈도 꽤 벌었다.
“4~5년 지나니 다른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부동산을 그만두고 옷가게를 열었는데 IMF가 터졌죠. 경험 부족에 경기까지 나빠지면서 문을 닫아야했습니다.”
부부는 다시 부동산 업계로 돌아왔다. 부인 이 씨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 고덕동 주공아파트 상가에 중개업소를 열었다. 두 사람이 인수한 점포는 중개업소가 아닌 미용실.
“중개업소는 기존 점포를 인수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다른 업종을 부동산으로 전환해 문을 열면 기존 운영자들에게 왕따당하기 십상이죠. 저희도 그랬고요.”
부부는 웃는 얼굴로 주변 중개업소를 찾아가 인사를 나누고 자주 얼굴을 비치는 등 관계 개선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속담은 틀리지 않았다. 결국 40일 만에 친목단체에 합류한 것.
“최근의 중개업소는 공동 중개 시스템으로 움직입니다. 혼자서는 살아남기 어렵죠. 각 중개업소는 10개 이상의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경우 업체가 더 큰 스폰서가 되는 셈이죠. 때문에 주변 업소와 잘 지낼 필요가 있습니다.”
특유의 친화력과 적극적인 자세는 주민에게도 통했다. 나의 이익보다 상대방의 이득을 중요시했더니 손님이 하나둘 늘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통해 산 부동산을 되팔 때 다시 찾아왔다. 이른바 단골손님이 된 셈이다.
▲ 부부가 사무실로 찾아온 손님에게 조언하고 있다. | ||
고덕동의 성공을 뒤로하고 부부는 올해 6월 재건축 추진단계에 있는 강동구 둔촌동 주공아파트 상가로 이전했다. 고덕동은 재건축조합 설립인가가 나면서 거래건수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었기 때문.
이번에는 기존 중개업소를 인수해 간판만 바꿨다. 고덕동에서는 베테랑 중개업자였지만 둔촌동에서는 다시 새내기가 됐다.
“점포를 옮기면 다시 초보자예요. 자리 잡으려면 초심으로 돌아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다시 할일이 많아져서 즐겁습니다.”
공인중개업소를 여는 데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필수다. 창업비용은 보통 5000만~1억 원 정도가 든다(점포비용 포함). 중개업소 역시 점포비용은 입지에 따라 달라진다. 수익은 일정하지 않다. 보통 6개월 벌어서 나머지 6개월을 생활한다고 보면 된다고. 노력 정도에 따라 월급쟁이 보다는 나은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의 침체로 초보자가 지금 창업을 하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아 ‘창업보다 업체에서 경력 쌓기’를 조언했다.
김문기 이영분 부부의 운영 노하우
① 자격증 땄다고 바로 개업하지 마라
중개업소에 취직해 6개월~1년 정도 경험을 쌓아라. 적성에 맞는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
② 부부가 함께 운영해라
부부 운영은 신뢰감을 높인다. 업무(전화상담, 대면상담)를 성격에 따라 분업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③ 주변 업소와 친해져라
최근의 중개업소는 공동 중개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때문에 나 홀로 성공은 쉽지 않다. 주변 업소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나아가 내 전화번호를 첫 번째로 입력시켜라.
④ 광고에 돈을 아끼지 마라
부부가 광고에 사용하는 돈은 월평균 100만 원 정도. 인터넷 광고가 60%, 엘리베이터, 명함 등 오프라인 광고가 40%를 차지한다.
⑤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라
손님은 중개업소 한 군데만 찾지 않는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다시 찾아오게 만드는 방법은 진심으로 대하는 것. 상담을 끝내면서 ‘같은 물건이면 우리 점포를 찾아와 달라’고 덧붙이는 것도 효과적이다.
⑥ 조급하게 진행하지 마라
부동산은 마라톤이다. 당장의 수수료에 연연해 거래를 서두르면 실수하기 마련이다. 실수는 금전적 손실로 이어진다. 낚시꾼의 마음으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⑦ 초보자는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하라
초보자는 계약 과정이 간단하고 명확한 아파트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⑧ 경제 뉴스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라
신문은 부동산 정보의 창구다. 기사 속에 부동산의 흐름, 돈 되는 정보가 숨어있다.
⑨ 소심함을 버리고 적극성을 키워라
부동산중개업은 사무직 출신보다 자동차, 보험, 화장품 판매 등 영업직 출신이 유리하다. 소심하거나 내성적인 성격이라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바꿀 필요가 있다.
⑩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라
전화 통화나 면담에서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짚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첫 상담이 잘 이뤄지면 계약이 성사될 확률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