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S는 농가가 농사를 지을 때 등록된 농약만 허용치만큼 사용토록 하는 제도다. 정부는 주요 농약 허용치를 ‘목록’에 등록해 뒀다. 등록되지 않은 농약 사용을 억제하려는 목적이다. 예를 들어 포도 농사의 경우 일년생잡초 및 다년생잡초를 제거할 때 면적 1000㎡ 기준 글루포시네이트암모늄 액제는 300ml까지만 사용이 허락된다. 등록되지 않은 농약은 모두 0.01㏙(㎏당 0.01㎎)이 적용된다.
2016년 12월 31일부터 열대과일류, 견과류가 우선 시행 대상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농촌진흥청, 산림청 등 관계부처는 2019년 1월 1일부터 모든 작물을 대상으로 PLS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기준에 위반되거나 잔류허용기준이 초과된 농산물은 유통이 불가하다. 이를 어기는 농가는 100만 원, 농약판매상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위와 용어로 가득한 농약 정보. 사진=농촌진흥청 홈페이지 캡처
의도치 않게 검출되는 문제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또 다른 농업인은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구조다. 농약을 치지 않고 농사를 짓는 사람도 인접 농가가 뿌린 농약 때문에 간접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1년 농사를 보상해 줄 체계도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헬기와 드론 항공방제가 농가에서 자리 잡히며 이러한 피해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사후징벌식 제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PLS는 농가가 농약을 사용하기에 앞서 농약 사용과 목적 등을 확인하는 강제 체계가 선행돼야 가능한 제도인데 기초 체계조차 만들어 놓지 않은 채 외국 제도를 들여오니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PLS를 먼저 도입했던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은 농약판매기록과 농약사용기록을 관리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 미국은 더 촘촘하다. 농약 사용허가를 받은 사람도 농약 사용 전 필수적으로 지자체 등에 농약 구입을 신청해야만 농약 구매가 가능하다.
한국은 표면적으로 일반농약판매업체에서 농약을 판매한 뒤 판매기록 등을 기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기도의 한 일반농약판매업체 대표는 “정부에서 안내 책자 같은 것을 주고 몇몇 농약은 관리하라고 하지만 그 개수가 몇 개뿐이다. 의무도 아니고 별다른 교육이나 추가 정보도 없어서 지키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농약 특성상 작물에 따라 사용 범위가 굉장히 광범위하다. 그걸 하나씩 다 확인해가며 농약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대부분 농가가 노인으로 이뤄진 까닭”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PLS가 함정 수사와 비슷한 구조라는 비판이 나온다. 체계 없이 제도를 도입해서 농업인만 범죄자로 몰릴 위기에 놓였다는 게 농가의 입장이다. 어려운 제도를 일단 만들고서 징벌 기준만 세워놓는 건 여론에 떠밀려 제도만 형식적으로 만들어 놓고 보여주기식 처벌로 “일하고 있다”는 걸 보이려는 의도 아니냐는 게 최근 농업인의 불만이다.
게다가 한국 농가의 현실을 모르고 도입된 제도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 농가는 밭에서 한 작물만 키우는 게 아닌 까닭이다. 한 농업인은 “한 밭에서 때에 따라 다른 농산물을 키우는 돌려짓기나 작물과 작물 사이에 한시적으로 특정 농산물을 키우는 사이짓기가 한국 농업의 현실”이라며 “이런 환경에서 특정 작물에 특정 농약을 수치화해 정률적으로 관리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같은 땅에서 농사를 짓더라도 각 작목당 허용되는 농약과 수치가 다르기에 어쩔 수 없이 범법자가 될 위험성을 갖고 농사를 지어야 하는 현실인 셈이다. 희귀 작물에 대한 무대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브로콜리나 아스파라거스 등에 필수인 농약은 아예 등록되지도 않았다.
강석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10월에 있었던 농업진흥청 국정감사에서 농림축산식품부의 ‘PLS제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자료를 공개하며 농민의 28.5%가 아직도 PLS에 대해 알지 못하다고 밝혔다. 또한 “소면적 재배 작물 가운데 병해충 발생이 중간인 작물 105종에 필요한 농약은 7875개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1556개만이 등록된 상태다. 나머지 6319개는 등록이 안 됐다”며 “또 다른 작물 219종은 농약 5475개 등록이 필요하지만 아예 등록조차 되지 않았다”고 했다.
강석진 의원에 따르면 농업진흥청은 2017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도 시행 유예를 검토해달라고 한 바 있었다. “내년에 PLS 제도를 전면도입할 경우 농산물 생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농산물 종류별로 사용 가능한 농약의 등록 및 잔류허용기준 설정 수준이 PLS 전면 시행에 필요한 수준까지 확대되지 않아서 국내 이행 준비에 5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행을 5년 유예하자”고 일렀다. 허나 유예는 없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