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웹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국내에 수입되는 중국 웹툰의 비중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사진 = 네이버 라인 웹툰
중국 웹툰의 본격적인 국내 플랫폼 진출이 시작된 것은 2년 전이다. 네이버 만화와 다음 웹툰, 카카오페이지 등은 물론, 유료 웹툰 플랫폼인 레진코믹스나 저스툰 등을 통해서 약 300~400여 편의 작품들이 연재되고 있다.
중국 웹툰의 한국 수출 초창기였던 2016년에 비해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중국 웹툰의 양이 국내 웹툰을 직접 위협할 정도로 폭증한 것은 아니다. 유료 연재로 인기 상위권에 오른 웹툰도 있지만 일부에 불과하고, 여전히 국내 독자들은 한국 웹툰을 선호하고 있다.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공습’을 운운하며 업계 내 뜨거운 감자로 중국 웹툰이 떠오르게 된 것은 지난 11일 네이버 만화가 제공하기 시작한 중국 번역 웹툰 ‘Here U Are’가 본격적으로 정식 연재되면서부터다. 이는 네이버 만화가 개설된 후 최초로 공개 무료 서비스되는 동성애 장르 웹툰이다.
일반적으로 이런 장르 웹툰은 레진코믹스 등 성인 인증이 가능한 유료 플랫폼에서만 제공돼 왔다. 이 때문에 네이버의 시도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특히 해당 장르 웹툰의 첫 정식 공개 연재를 국내 웹툰이 아닌 중국 웹툰이 ‘뚫었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들을 긴장시켰다.
흔히들 중국 웹툰은 ‘인해 전술’과 ‘물량’으로 승부한다고 한다. 국내 웹툰이 대부분 택하고 있는 방법인 소규모 공방형 제작이 아니라, 스튜디오를 차려놓고 ‘공장 만화’를 생산하는 방식이 선호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연재 중인 중국 웹툰 ‘여행연가’. 사진=레진코믹스 제공
철저한 분업화와 팀 운영으로 제작을 하다 보니 한 화를 구성하는 컷(만화 칸)의 양이나 배분도 국내 웹툰에 비해 많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페이지를 직접 넘겨가며 양을 확인할 수 있는 잡지형 만화와는 달리 모바일 앱이나 컴퓨터 화면을 통해 종 스크롤로 읽어야 하는 웹툰은 컷의 개수로 양을 따진다.
그러다 보니 잡지 만화에 비해 한 화가 짧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고 이에 불만을 가진 독자들도 속출했다. 이 때문에 한국 웹툰보다 작업 속도가 빠르고, 한 화당 할당되는 컷의 수가 많은 중국 웹툰이 ‘양으로 승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항간에선 중국 웹툰의 한 화당 평균 컷 수가 100컷 이상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웹툰 플랫폼 관계자는 “질이 다소 떨어지는 공장형 만화를 제외한다면 인기 중국 웹툰은 40~50컷 서비스가 평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히려 한 화당 컷을 짧게 끊고 스토리를 편집해서 회차를 늘리는 방식이 플랫폼 입장에선 이득이니, 무작정 컷 수가 많다는 것만을 장점으론 보기 어렵다”라면서도 “다만 연재분을 쌓아 놔야 하는 상황을 놓고 보자면 동시 연재를 한다고 치더라도 제작 인력이 많은 중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지, 레진코믹스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중국 웹툰 엘피스 전기. 사진=카카오페이지 제공
올해 초 불거졌던 국내 웹툰 작가들의 처우 논란도 이 사안과 연결돼 있다. 앞서 레진코믹스 소속 작가들은 레진의 불공정 계약서와 지각비 제도, 작가 블랙리스트 제작 등을 문제 삼아 시위를 이어갔던 바 있다. 결국 한희성 레진코믹스 대표의 공식 사과와 표준계약서 작성 등 작가들의 요구에 응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다수의 작가들은 프리랜서 형태로 불공정 계약에 시달리고 있는 판이다.
이처럼 국내 웹툰 작가들에 대한 권익 보호가 명문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 없는 해외 웹툰의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여기서 극단적으로는 ‘웹툰 쿼터제’라는 제도 도입 주장도 나온다. 국내 시장에서 세를 불리고 있는 중국 웹툰을 경계하기 위해 수입과 서비스 제공 비중을 조절하고, 국내 웹툰과 별도로 적용될 수 있는 홍보나 지원 기준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만 아직까지 중국 웹툰의 국내 서비스 제공이 당장 업계의 ‘밥줄’을 위협할 정도로 공격적이진 않다는 것이 정부기관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일부 제공되고 있는 작품도 한국 플랫폼의 중국 수출과 연계돼 이뤄지고 있는 것이며, 실상으로는 국내 작품의 중국 웹툰 업계 진출 비율이 더 높기 때문에 선제적인 대중 규제를 준비할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잠재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앞으로의 시장 확장에 대한 재조사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2013년 이후로 중국 웹툰 시장의 성장을 꾸준히 모니터링해 왔고 확실히 급격한 성장을 이루는 것을 확인했다. 1억 독자층이 형성될 정도라는 것은 이 숫자의 수요를 맞춰줄 수 있을 만큼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라며 “그러나 시장이 확장됐다고 해서 작품의 질까지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고는 판단할 수 없을 것 같다.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한국 웹툰이 압도적인 선호를 받고 있고 중국 웹툰은 보완재로 소비되는 느낌이기 때문에 섣부른 규제나 시급한 대책 마련이 당장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