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연습경기에서 부상으로 쓰러졌던 주세종.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아시안컵 우승을 노리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격전지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떠난다. 대표팀은 U-23 대표팀, U-19 대표팀과 함께한 전지훈련을 마무리했다. 대회에 나설 23인 명단도 결정됐다. 과연 축구 대표팀은 59년만의 아시안컵 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1일부터 울산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동아시아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전지훈련 명단이 꾸려졌다. 기존 대표팀의 터줏대감으로 활약해온 김영권, 이용, 황의조 등 이외에도 김준형, 조영욱, 한승규 등 어린 선수들이 합류했다.
전지훈련 기간 중에는 U-23 대표팀과의 연습경기도 가졌다. 지난 16일 열린 경기에서는 후반 나상호와 김준형의 연속골로 승리를 거뒀다.
20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두 번째 연습경기는 미디어에 공개가 됐다. 벤투 감독은 다양한 선수들을 기용하며 테스트를 하는 데 의미를 뒀다. 후반 부상 선수가 나오자 대체자를 투입하지 않았다. 대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퇴장 상황을 염두에 둔 훈련이었다. 결과는 0-2 패배였다.
대표팀 원톱으로 대회에 나설 황의조.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날 연습경기에서는 전반 수비수 김영권이, 후반에는 미드필더 주세종이 부상을 입었다.
두 선수 모두 들것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그라운드를 걸어 나왔다. 하지만 주세종은 곧바로 인근 병원으로 향해 부상정도가 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의 시선이 쏠리기도 했다. 실제로 주세종의 부상은 경기 후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아시안컵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뒤로 미루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주세종의 진단 결과에 따라 명단이 변경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예정보다 1시간 30분 가량 미뤄진 시점에 기자회견이 열렸지만 진단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주세종의 합류 여부가 확정적이지 않은 상태로 명단이 발표됐다. 벤투 감독은 “주세종이 제외될 경우 이진현을 발탁한다”는 대안까지 만들어 놓고 있었다. 다행이 이튿날 발표된 검진 결과 주세종은 왼쪽 허벅지에 미세한 근육염좌를 입은 것으로 전해져 최종엔트리에 포함됐다.
연습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김영권과 주세종 외에도 대표팀은 현재 선수들의 컨디션 저하와 부상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앞서 중용받던 남태희가 지난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부상으로 쓰러진 바 있다. 이날도 김문환, 한승규, 황인범, 홍철 등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숙소에서 회복 훈련을 진행했다. 이 중 한승규를 제외하면 모두 아시안컵에서 활약이 필요한 선수들이다.
이번 대회에 나설 23인 엔트리 중 한국, 중국, 일본 리그 소속으로 뛰고 있는 선수만 15명이다. 이들은 지난 수 개월간 진행된 리그 일정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시즌이 한창 진행중인 유럽파 선수들에 비해 휴식 없이 대표팀에 합류해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벤투 감독 또한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 그는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유럽 시즌이 끝나는 시점에 열리는 월드컵과 정반대 상황이다. 받아들여야 한다”며 “모든 선수를 좋은 몸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개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표팀은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도 부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권창훈, 김민재, 염기훈, 이근호 등 주전 다수를 잃었다.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경계심을 떨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벤투 감독은 특유의 차분한 어조로 대표팀 명단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이날 발표된 23인 최종 명단에는 예상치 못한 ‘깜짝 발탁’은 없었다. 과거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등 메이저대회 명단 발표를 전후해 일었던 특정 선수 발탁 논란 등의 잡음은 없었다.
그럼에도 대표팀 명단의 경계를 오간 일부 선수들에 대한 의문점은 생겼다. 그간 대표팀을 지켜온 문선민과 지난 2차례 A 매치 에 소집됐던 석현준이 제외됐다. 벤투 감독은 이들에 대해 준비된 듯한 어조로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석현준의 명단 제외는 지동원의 발탁과 궤를 같이했다. 그는 “석현준이 좋은 태도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동원이 우리 팀의 플레이스타일에 더 적응을 잘했다”고 설명했다. 지동원은 지난 9월 첫 소집 이후 소속팀에서 부상으로 벤투 감독과 함께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첫 두 경기 만으로도 지동원에 대한 파악을 완료한 듯 했다.
월드컵부터 대표팀 한 자리를 차지해 온 문선민의 제외는 다소 의외였다. 벤투 감독은 그에 대해 “멀티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집중적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대표팀은 남태희의 부상으로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공백이 생겼다. 문선민의 팀내 경쟁자라고 할 수 있는 이재성, 나상호, 이청용 등은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 모두 자연스레 소화할 수 있다.
또한 벤투 감독은 “좁은 공간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압박을 풀어낼 수 있는 능력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문선민의 소속팀은 상대적 약체로 평가받는 인천 유나이티드다. 그는 전진 수비를 펼치며 넓은 공간을 허용하는 팀들을 상대하는데 더 익숙하다.
수비에선 이번 전지훈련에 처음으로 벤투 감독과 함께한 김진수가 전격 발탁됐다. 그는 월드컵 이전에 입은 부상 회복이 길어져 이번 소집에 이르러서야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의 발탁 요인은 풀백 포지션에서의 수비력이었다.
벤투 감독은 지난 8월 부임 이후 아시안컵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한국 축구는 스스로를 아시아 최강이라 자부하지만 정작 아시안컵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새 감독 부임으로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자존심을 세울 기회가 찾아왔다. 벤투 감독 역시 자신감을 보이는 한편 경쟁자들에 대한 경계심을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능력과 자질이 있다. 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란 확신도 있다. 하지만 우리만 우승후보가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지휘봉 대신 마이크 잡은 신태용 전 감독…‘아버지의 마음으로’ U-23 대표팀 일원으로 연습경기에 나선 신태용 전 감독 아들 신재원. 사진=대한축구협회 20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A 대표팀과 U-23 대표팀의 연습경기에는 반가운 얼굴이 눈에 띄었다. 오는 1월 5일 개막하는 아시안컵에 TV 중계 해설자로 나설 신태용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현장을 찾았다.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직전 2018 러시아 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어 온 지도자다. 감독직을 수행하던 시절인 지난 5월 이번 대회의 대진 추첨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아시안컵 대진은 내가 뽑은 것이다. 목표는 우승이라고 생각한다. 감독이 선수들을 잘 다스리고 차분하게 준비한다면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도 공은 둥글기 때문에 방심하지 않고 우승을 바라보며 잘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습경기에는 U-23 대표팀 소속으로 신 전 감독의 아들인 신재원이 활약하기도 했다. 고려대학교에 재학중이던 신재원은 최근 FC 서울 입단을 확정지었다. 신 전 감독은 해설 준비로 이날 울산을 찾았지만 ‘학부모의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보기도 했다. 그는 아들에 대해 “현재 훌륭한 선수라기보다는 대기만성형이라고 본다”면서 “신체 조건이 좋아 잘 준비해서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