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 전경. 사진=박정훈 기자
이유는 해외법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해 월드베스트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CJ CGV도 2006년 중국을 시작으로 미국(2010년), 베트남(2011년), 미얀마(2014년), 인도네시아(2014년), 터키(2016년) 등 해외법인을 세우고, 멀티플렉스 사업 전파에 나섰다. 아이러니하게도 미래성장동력이라고 믿은 해외법인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그중에서도 최고의 신흥시장이라고 기대를 모았던 터키에서 실패가 컸다. CJ CGV는 2016년 4월 현지 최대 극장사업자인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 지분 38.12%를 3019억 원에 인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터키시장에 진출했다. 터키 시장점유율 42%의 1위 사업자를 품은 만큼 성공은 보장돼 보였다. 자체적으로 2020년 매출 6000억 원, 영업이익 1000억 원 계획을 세운 것도 이에 힘입었다.
하지만 터키 진출 첫해인 2016년 매출 1148억 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당초 목표치였던 3292억 원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올해 목표치는 4874억 원이었지만 지난 3분기까지 매출이 1156억 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달성하기 힘들어 보인다. 올해는 미국과 터키의 정치적 갈등이 박스오피스 부진으로 이어졌고, 리라화까지 폭락하면서 실적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마르스엔터테인먼트그룹 인수 과정에서 메리츠증권, IMM프라이빗에쿼티 등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해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으로 계약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계약에 따르면 CJ CGV가 원금 보장 의무를 지고, 정해진 시점에 이자까지 지급해야 한다. 재무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베트남 법인마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35% 떨어진 11억 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베트남 법인 기업공개(IPO)도 미뤄졌다. CJ CGV 베트남홀딩스는 지난 11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는데,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상장철회를 결정했다. 미국에 소재를 둔 CJ CGV의 법인들 역시 올해 3분기까지 총 5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자 일부에서는 CJ CGV가 글로벌 시장 진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아마존 등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선택권을 제공해 극장업 자체가 후퇴하는 상황이며 이러한 추세는 외국에서 특히 심해지고 있다”며 “그럼에도 고정비용이 높은 극장을 외국에 세우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J CGV 입장은 해외법인의 성적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CJ CGV 관계자는 “터키 법인 실적이 안 좋은 것은 환율차에 따른 손해 때문으로서 실제로는 극장 수도 늘고 매출도 높다”며 “베트남법인이 IPO에 실패하긴 했지만, CGV가 극장 1위 자리를 지키고 있고 매출 목표치 수준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국에는 현재 극장이 2개밖에 없어 실적이 좋다 나쁘다 말하기 어렵다”며 “그 외 미얀마나 인도네시아에서 실적이 좋아 해외법인 실적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CJ CGV는 해외시장 진출에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CJ CGV는 지난 18일 중국 광동성에 위치한 CGV 동관궈마오점을 개관하면서 국내외 누적 500호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달 안으로 중국 광저우·청두, 베트남 하노이·하이퐁, 인도네시아 프로볼링고·마디운 등에 극장 14개를 추가 오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연말까지 누적 총 514개 극장, 3756개 스크린 오픈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외에 4DX·스크린X 등 특별관 글로벌 진출 수까지 포함하면 전체 스크린 수는 올해 4500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CJ CGV는 국내 보유 부동산을 팔아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 18일 CJ CGV는 CGV인천, CGV일산, CGV춘천, CGV동수원 등이 입주한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처분을 통해 확보하는 자금은 2100억 원 규모다. CJ CGV 측은 “유형자산 처분 금액을 활용한 차입금 상환 등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국내 관객 수도 제자리걸음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국내 영화관 총관객 수가 2억 명을 돌파한 것은 2013년이다. 이후 지금까지 2억 1500만~2억 1900만 명 수준에서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2억 572만 명 수준으로, 전년도에 비해 줄어든 수치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십수 년간 멀티플렉스 3사의 공격적인 확장으로 국내 극장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CJ CGV 측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라지만 극장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객 수 하락은 세계적인 추세다. 세계 최대 영화시장으로 꼽히는 북미도 박스오피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의 극장 관객 수는 1992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매출 역시 티켓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블룸버그’ 등은 넷플릭스·아마존 등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 서비스가 다른 엔터테인먼트 선택권을 제공하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최근 넷플릭스나 IPTV 등을 통해 영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극장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CJ CGV 관계자는 “국내 극장 관객 수가 제자리걸음이라는 얘기는 반대로 생각해보면 관객 수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된다는 것”이라며 “미국 등 다른 나라들에서 관객 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