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안이 지하 교회를 단속하는 장면. 사진=SCMP 캡쳐
[일요신문] 크리스마스를 탄압하면서, 크리스마스로 돈을 버는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크리스마스는 ‘대목’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전 세계에서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고조된다.
현대 사회에서 크리스마스는 이미 단순한 ‘종교 기념일’의 의미를 넘어섰다. 천주교,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까닭이다. 산타, 루돌프, 트리 등 크리스마스 관련 콘텐츠는 종교적 이질감을 상쇄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중국은 이런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모양새다. 중국은 올 겨울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선포하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랑팡(베이징 인근 도시) 도시관리국이 도시 전역 상점에 크리스마스 판촉 활동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축제나 선물 교환 등 ‘크리스마스 문화’ 자체를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크리스마스와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중국의 ‘반 크리스마스 정서’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2년 전인 2016년 신화통신, CCTV 등 중국 관영매체가 ‘크리스마스 전야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까닭이다.
하지만 10월 제19자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크리스마스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은 차가워졌다. 시진핑 주석이 ‘중국 문명의 위대한 부활’을 강조하며 사상통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이후 중국 관영매체는 성탄절 관련 내용 보도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중국 공산당은 주요 기관에 “성탄절 활동에 참여하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일부 지역에선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를 쓰러뜨리는 낯선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를 탄압하는 중국의 신풍속도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는 나라다. 전 세계에 유통되는 ‘인조 크리스마스트리’ 가운데 6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용품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린이들이 선물로 받는 완구류 역시 대부분 중국산이다.
중국은 ‘크리스마스 산업의 큰 손’이라 불리기에 어색함이 없다. 그런 중국이 내부적으로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선포한 건 굉장히 역설적인 대목이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