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대구광역시와 수도권 일부 지역 쿠팡 캠프 소속 쿠팡맨에 ‘화물운송자격증’을 제출하라고 통보한 후 미제출시 캠프 변경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특히 쿠팡이 택배운송업의 거점으로 지목한 대구광역시 캠프에선 이미 화물운송자격증 미제출자를 경북 경산 캠프로 강제 이전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물운송자격증 미제출자를 내보낸 대구광역시 쿠팡 캠프는 지난 12월 14일 쿠팡 캠프에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캠프로 등기됐다.
쿠팡은 화물운송자격증을 낸 쿠팡맨을 사직 처리한 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로 고용하고 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3조에서 택배운송사업자는 화물운송자격증이 있는 택배기사를 고용하도록 하고 있는 탓이다. 그동안 쿠팡은 직접 매입한 상품을 직접 고용한 쿠팡맨을 통해 배송, 화물자동차법을 피해왔다. 배송이 아니라 서비스라는 것. 덕분에 쿠팡은 허가제인 택배용 화물자동차 등록을 피함과 동시에 쿠팡맨 인력 확보에 이점을 점해왔다.
쿠팡 배송차량에 ‘로켓배송’이 크게 쓰여있다. 일요신문
업계에선 쿠팡이 화물자동차법 저촉을 직접 받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진행하는 이유가 결국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 52시간 근무제 피하기에 있다고 분석한다. 쿠팡은 도·소매 판매물류업으로 분류돼 지난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다. 앞서 쿠팡맨 근로시간이 줄자 쿠팡은 물량 배송 불안에 시달렸다. 유통업계 한 인사는 “개정안 적용 후 쿠팡의 로켓배송 지연이 많았다”면서 “택배업 전환으로 활로를 모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로 쿠팡맨을 이전 배치하면 택배기사 신분이 되는 쿠팡맨은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을 받지 않게 된다. 특례법에 따라 육상운송업, 수상운송업, 항공운송업, 보건업, 운송 관련 서비스업, 5개 업종은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를 하면 법정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쿠팡플렉스’가 자리를 잡고 있는 것도 쿠팡이 택배사업자로 전환을 꾀하는 원인으로 꼽힌다. 쿠팡은 현재 일일 배송 물량의 상당수를 일반인 활용 배송서비스인 쿠팡플렉스로 처리하고 있다. 수도권·영남권·호남권 각 캠프에서 쿠팡플렉스가 처리하는 물량은 전체의 약 25%인 것으로 드러났다. 새벽배송도 일부 쿠팡플렉스가 처리하고 있다. 직매입 배송을 일반인으로 돌리고 쿠팡맨 직접 고용에 따른 부담은 택배사업으로 해소한다는 복안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쿠팡 관계자는 “배송 물량 증가에 비해 쿠팡맨은 유지도 안 되고 뽑아도 퇴사하는 경우가 많아 쿠팡플렉스를 대안으로 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향후 택배사업자로서 제3자 물류까지 발을 넓힐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력을 늘리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식이라는 것을 모르진 않지만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택배사업 전환은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쿠팡맨을 중심으로 한 쿠팡 내부에선 사실상 강제 구조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북 지역에서 쿠팡맨으로 일하는 최재선 씨(가명·36)는 “하루 11시간을 넘게 일하는데, 캠프가 갑작스레 변경돼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늘면서 생활하기 불편해졌다”라며 “쿠팡맨 그만하라는 말로밖에 안 들린다”고 말했다. 전남 지역에서 쿠팡맨으로 일하는 김진형 씨(가명·38)는 “쉬는 날을 쪼개 가면서 화물운송자격증을 따도 쿠팡을 떠나야 하는 것은 같다”고 했다.
쿠팡이 본사 내 로켓배송 인력을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로 강제 이전하면서 노사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쿠팡맨 노조와 임단협을 조정하는 중에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가 지점 등기를 완료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등기국에 따르면 쿠팡로지스틱스는 대구광역시 달서구와 동구에 각각 택배 캠프를 등기했다. 하웅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지부장은 “쿠팡이 정규직 전환과 인사평가를 무기로 화물운송자격증을 낼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쿠팡은 현재 주 52시간 근로제에서 비롯한 배송 지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쿠팡맨의 근로시간 조작을 진행하는 등 조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쿠펀치’로 알려진 쿠팡맨 출·퇴근 시스템에서 쿠팡이 전산 내 추가 근로 기록을 삭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수도권에서 쿠팡맨으로 일하는 박수영 씨(가명·40)는 “추가 배송으로 오후 8시 퇴근을 하지 못한 날에도 캠프는 전산을 조정해 추가 근무 기록을 삭제, 정시 퇴근으로 바꾸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는 택배운송사업자로 선정된 지난 9월 7일 이후 2개월여 만에 택배용 화물자동차 120대를 증차했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와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ju@ilyo.co.kr
유통가 속도전 불붙었다 온라인 쇼핑 시장 경쟁이 배송 서비스 ‘속도전’으로 치달으면서 고객이 온라인 주문 후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신규 투자를 유치한 쿠팡이 새벽배송과 당일배송을 확대하자 오프라인 기반 유통 대기업은 30분 배송까지 계획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오전 9시까지 구매하면 그날 받아볼 수 있는 당일배송을, 롯데마트는 모든 점포에서 3시간 배송 서비스를 각각 내놨다. 롯데마트는 여기에 ‘30분 배송’까지 계획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5월 새벽배송을 시작한 후 배송시간 단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쇼핑 시장도 결국 고객이 상품을 받는 것에서 판가름날 수밖에 없다”면서 “초기 투자비용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 누가 더 빠르고 정확한 배송 시스템으로 고객 만족을 이끌어 내느냐가 향후 온라인 쇼핑 시장 주도권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