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자가 지난 1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미 1심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다. 현재 장영자는 2015년 7월부터 2017년까지 3차례에 걸쳐 지인들에게 총 6억 2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재판을 받고 있다. 그것도 한 건이 아닌 세 건의 사건으로 세 차례에 걸쳐 기소됐다.
1994년 두 번째 구속 수감 당시의 장영자. 일요신문 DB
장영자는 구속 기소된 상태인 지난 5월 두 번째 기소를 당한다. 이번에도 남편 고 이철희 명의의 재산과 관련돼 있다. 남편 명의 주식의 담보를 풀어야 해 돈이 필요하다며 빌려주면 세 배로 갚겠다고 속여 1억 원을 가로챈 것. 그리고 8월에 세 번째 기소가 이뤄졌다. 브루나이 사업 투자를 제안하며 1억 6000여만 원을 받아 장기 투숙하던 호텔 숙박비로 쓴 혐의다. 이처럼 장영자는 세 차례에 걸쳐 총 6억 2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렇게 장영자는 네 번째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는 6억 원대 사기 사건이지만 1982년 당시 첫 사건은 피해금액이 무려 6404억 원이었다. 바로 단군 이래 최대 어금 사기사건으로 불리는 ‘장영자 이철희 사건’이다. 자기 자본율이 약한 기업체에 접근해 자금을 제공해주고 담보로 대여액의 2~9배에 달하는 어음을 받아 사채시장에서 할인하는 수법으로 6404억 원의 어음사기 행각을 벌인 것. 이 사건으로 인해 경제사범 척결을 위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도 했다.
전두환의 5공화국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선 장영자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만큼 어마어마한 사기 사건이기도 했지만 권력형 비리의 냄새도 강하게 풍긴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장영자의 남편 고 이철희는 육사 2기 출신으로 중앙정보부 차장과 유정회 국회의원을 지냈다. 게다가 이들 부부 뒤에는 전두환의 처삼촌인 이규광 씨(당시 광업진흥공사 사장)가 있었는데 장영자가 그의 처제다.
이 사건으로 장영자는 징역 15년을 선고받아 10년을 복역하다 1992년 가석방됐다. 그렇지만 10년 만에 석방된 장영자의 바깥 생활은 채 2년을 채우지 못했다. 사위였던 고 김주승 씨가 운영하던 회사의 부도사건으로 다시 한 번 구속된 것. 1994년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수감생활을 시작해 1998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그리고 2년 뒤인 2000년, 장영자는 다시 구속된다. 이번에는 220억 원대 구권 화폐 사기 사건이었다. 대법원까지 가서 10년형이 확정됐는데 여기에 92년 가석방 당시 감형된 징역 5년이 더해졌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세 번째 수감생활은 15년이 지난 2015년 1월 만기출소로 마무리된다.
10년의 수감생활 이후 2년의 바깥 생활, 다시 4년의 수감생활 뒤 2년의 바깥 생활, 그리고 15년 형이었다. 82년부터 2014년까지 32년 동안 무려 28년이나 수감 생활을 했다. 그 후 3년가량 바깥 생활을 이어갔지만 지난 1월 다시 구속됐다. 2018년 초부터 수감 생활을 했음을 감안하면 82년부터 2018년까지 36년 동안 29년이나 수감생활을 한 것이며 향후 몇 년 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흔네 살에 다시 시작된 네 번째 수감 생활, 장영자는 고령 등을 사유로 보석 신청을 했지만 기각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5년으로 가장 길었던 세 번째 수감 당시 가슴 아픈 가족사를 겪기도 했다. 첫 번째 슬픔은 2002년 아들 김 아무개 씨가 뺑소니 사건에 휘말려 해외로 도피한 사건이었다. 아들 김 씨는 2004년 8월 입국했지만 해외 도피 과정에서 ‘대뇌수축증’이라는 희귀 질병을 얻은 상태였다. 결국 보석으로 석방됐지만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힘겨운 상태였다.
2007년 1월엔 딸 김 아무개 씨와 배우 김주승이 이혼했고 그해 8월 김주승이 사망했다. 2009년 8월엔 ‘대뇌수축증’을 앓고 있던 아들 김 씨마저 세상을 떠났다. 또한 장영자의 첫 남편으로 두 아이의 친부인 김 아무개 씨와 두 번째 남편 이철희도 세 번째 수감 시절 당시 사망했다.
2007년 아들 김 씨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90년대 초반 아들 김 씨와 연인 사이였던 탤런트 A가 96년 김 씨의 아들을 출산한 뒤 홀로 키워온 것. 2004년 아들 김 씨가 희귀병에 걸려 귀국한 뒤 A 씨는 아들의 존재를 김 씨에게 알렸다. 이후 명절 등 집안 행사에 참석하게 된 김 씨의 아들은 2006년 결국 호적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2015년 1월 출소한 장영자는 남편 이철희 명의 재산을 빌미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그렇지만 고 이철희는 그리 부유하게 노년을 보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 재단을 설립할 만한 재산이 있거나 담보가 잡혀 있는 주식 등이 존재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한다. 반면 첫 남편인 김 아무개 씨는 상당한 재산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와 아들 김 씨가 모두 사망하면서 결국 큰딸 김 씨와 손자 김 군의 생모인 탤런트 A가 재산분할 소송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탤런트 A와 손자 김 군이 상당한 재산을 분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