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고성준 기자
유 이사장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보는 또 다른 근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지지율 1위라는데 무슨 근거가 더 필요하나. 정치인이라면 그런 상황(대선주자 지지율 1위)에서 누구나 출마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아주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권출마설이 불거지자 유 이사장은 정치복귀는 없다고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자신을 대권주자로 상정하고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에 대해서는 “나를 (여론조사에) 넣지 말라는 공문을 보낼 예정”이라고도 했다.
정 전 의원은 유 이사장이 대권출마설을 부인하는 이유에 대해 “미리 출마 의사를 밝히면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순수해보이지 않는다. 유 이사장을 비판하는 사람도 생기게 된다”면서 “지금은 정치에서 떨어져 있다가 나중에 ‘국민이 원해서’ 이런 명분으로 나오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한 야권 인사도 “그 말(대선 불출마)을 믿나. 그런(정치 안한다고 했다가 복귀한) 사례가 너무 많아서 (정치권에 오래 있었던 사람들은) 아무도 안 믿는다. 노처녀가 ‘시집 안 간다’고 하거나 노인이 ‘일찍 죽어야 된다’고 하는 것처럼 너무 뻔한 거짓말”이라고 평가했다.
이 인사는 “유 이사장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한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활동만 한다면 명분이 있지만 정부여당과 관련된 가짜뉴스에도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치행보가 아니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유 이사장이 정부여당과 관련된 가짜뉴스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선 “오랫동안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을 떠나 있었던 약점을 보완하려는 시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유 이사장은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의원을 지냈으나 2009년 국민참여당을 창당하며 갈라섰다. 이후 2012년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다가 탈당해 최근까지 정의당 소속이었다.
유 이사장이 대권에서 승리하려면 민주당 복귀는 필수조건이다. 경선에 나선다면 당을 10년 가까이 떠나 있었던 이력은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고 당내 최대 계파인 친문 표심을 얻기 위해 정부여당 지키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유 이사장 대권출마를 물밑에서 돕고 있다는 소문도 무성하다. 유 이사장은 이 대표 보좌관으로 처음 정계에 입문했다. 그만큼 두 사람은 돈독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유 이사장을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강력 추천한 것도 이 대표다. 이 대표는 전임 이사장이었다. 당초 유 이사장은 이사장직 제안을 거절했지만 이 대표가 직접 전화까지 걸어 설득했다고 한다.
노무현재단은 역대 이사장 4명 중 3명이 대선에 출마했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그만큼 정치적인 자리라는 평가다.
유 이사장은 지난 2018년 10월 1일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당초 재단은 이사장을 선출하는 이사회를 10월 10일 열기로 했다. 그런데 10·4 남북공동선언 기념행사에 유 이사장을 참석시키기 위해 이사회를 앞당겼다는 것이다.
한동안 정치권에서 멀어졌던 유 이사장이 남북공동선언 행사에 참석한다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유 이사장을 정치적으로 띄우려 재단 차원에서 움직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유 이사장은 북한 측이 일정을 변경하는 바람에 행사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앞서의 야권 인사는 “이 대표가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말하지 않았나.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는데 제가 듣기론 (이 대표가) 꽤 진지하다는 거다. 20년 집권론을 현실화시키려고 이 대표가 대권주자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 인사는 “운동경기에서도 선수층이 두터운 팀이 훌륭한 팀이 되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대권주자들을 키우고 있다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감싸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고용세습 국정조사를 반대하는 등 당내 대권주자들을 적극 방어해왔다. 이 대표가 유 이사장 띄우기에 나선 것도 20년 집권론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이 대표는 이미 킹메이커 역할을 한 경험도 있다. 이 대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문재인 대통령을 설득해 대선에 출마시켰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이 대표가 (대권주자로 키우려는) 포석으로 유시민을 이사장으로 추천했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며 “20년 집권론도 우리 당 정책이 뿌리내리려면 20년은 집권하면서 꾸준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치권이 유 이사장 대권출마설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방송인으로 키워온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유 이사장이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던 점도 강점이다. 어떤 정권이든 임기 말에는 정권 심판론이 불거졌다. 정치권과 거리를 둬온 유 이사장은 여권 인사임에도 비교적 심판론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희 정치연구소 박정희 소장은 유 이사장이 유튜브 진출을 선언한 것에 대해 “보수 진영이 무섭게 결집하고 있는데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면서 “대권을 겨냥한 행보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 소장은 “유 이사장은 차기 대권까지 정치에 복귀하지 않을 것 같다”면서 “현실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이 대안으로 유 이사장을 지지한다. 유 이사장이 현실 정치에 일찍 복귀하면 참신한 인물이라는 가장 큰 장점이 대선 전에 소모된다. 정치권과 거리를 두다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워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너무 늦게 정치에 복귀하면 당내 경선에서 불리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본인이 결심하면 친노 진영이 판을 만들어 줄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