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디오복합대여점 ‘으뜸과 버금’ | ||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디오대여점의 어려움은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잘된다는 소문에 점포수가 급격히 늘어났고 가격할인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위성방송, CATV 등 다양한 매체의 등장도 한몫했다. 굳이 비디오테이프를 대여하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는 채널이 증가하면서 도산하는 점포가 하나둘 생겨났다.
DVD의 등장으로 비디오 대여점의 하락세는 잠시 주춤해졌다. 비디오보다 고화질을 경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DVD를 찾아 대여점으로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DVD의 상승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인터넷 영화족(族)’의 증가와 도심지 곳곳에 등장한 불법 복제품 판매상이 비틀거리는 비디오대여점에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인터넷 영화족이란 인터넷으로 영화를 내려받아 저장한 다음 TV를 이용해 보는 사람들을 말한다. 물론 불법이다. 그러나 이들은 “인터넷에서 영화를 다운받아보는 데 익숙해져서 비디오 대여점에 안 간 지 오래됐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극장은 커다란 화면과 음향시설 때문에 가지만 비디오로 보는 영화 정도는 그냥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본다는 것이다. 이들의 인터넷을 통한 불법 복제는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할리우드 영화의 90% 이상이 개봉되기 한 달 전부터 한글 자막과 함께 올라온다는 얘기도 있다.
불법 복제품 노점은 최신 외화뿐만 아니라 명작비디오, 국내 영화는 물론 일본 애니메이션까지 2~3편을 단돈 1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복제품이지만 케이스까지 정품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인 데다 ‘대여료에 조금 더 보태면 소장이 가능하다’고 분위기를 조성, 대여점의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 복제품 구입은 다시 인터넷을 통한 불법 다운로드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6년 온라인 불법 복제 시장은 4000억 원 대로 추정되고 있으며 비디오대여점은 지난해 4000여 개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대부분의 비디오 가게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동안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등장으로 전문화, 대형화를 표방하는 가맹점이 곳곳에 눈에 띄었지만 이 역시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했다. 소형 대여점의 상황은 말할 것도 없다. 겨우 명맥만 유지할 정도로 그 입지가 날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그러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비디오대여점이 살아남을 방법은 없는 것일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급격한 매장 감소세에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변화를 시도한 대여점의 경우 여전히 성업 중인 곳이 많다. 경쟁자가 사라져 오히려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곳도 있다. 이들이 발 빠르게 대처한 변화 전략은 바로 ‘복합화 전문화 대형화’다. 30평 이상의 매장에 비디오테이프, DVD뿐만 아니라 도서 등을 함께 취급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 주효했다.
물론 변화를 시도한 곳이 모두 살아남은 것은 아니다. 대여점의 특성상 1층 대로변에 위치해야 하는데 이 경우 높은 점포비용과 관리비용이 발목을 붙잡기 마련이다. 비용을 넘어서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복합화를 시도했더라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B급 입지를 선택해 점포비용을 낮추고 취급 품목을 다양화하는 등 슬림화, 복합화 전략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혼자가 어렵다면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끼리 모여 힘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전국에서 같은 간판을 내걸고 운영 중인 ‘으뜸과 버금’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니다. 서울 YMCA 에서 ‘비디오숍 경영자 전문과정’을 이수한 비디오대여점 경영자들이 결성한 회원 모임이다.
회원사들은 8만 원의 월회비로 공통 홍보물을 제작하고 구입비용에 따라 종류와 수량이 적정하게 선정된 제품(비디오테이프 DVD 서적 등)을 함께 공급받는 시스템이다. 선정 목록 중 50%만 구매하고 나머지는 독립적인 선택과 구입도 가능하다.
회원들은 “10년 이상의 오랜 운영노하우가 반영돼 실패율이 비교적 적고 회원 커뮤니티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한다. 최재숙 팀장은 “기존 운영자의 경우 200만 원의 가입비를 내면 회원 가입이 가능하며 신규 창업자의 경우 50㎡ 점포 기준 약 3000만 원의 창업비용을 예상하면 될 것(점포비용 제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