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강아지 유치원을 포함한 이색 시설·사업 등이 확대되고 있다.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강아지를 하나의 인격체처럼 대우하는 것. 하지만 높은 이용료를 요구하는 시설·서비스도 등장하면서 반려견 주인들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강아지 유치원’을 포함한 이색 시설·사업 등이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놀이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반려견들의 모습. 연합뉴스
최근 늘고 있는 강아지 유치원의 운영 방식과 형태는 제각각이다. 서초구의 B 유치원은 10마리 이하의 반려견만 수용한다는 점에서 앞서의 A 유치원과 다르다. 반려견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보살피기 위해 그 이상은 받지 않는 것. 하원 시엔 반려견을 차를 통해 집까지 데려다준다. 일반 유치원에서 진행하는 하원서비스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B 유치원 관계자는 “우리는 다른 유치원과 달리 강아지 훈련사를 기용해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며 “낮 시간엔 예절교육 등으로 배변 실수를 줄이고 심리 불안 등을 해소시키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곳 유치원은 반려견 주인이 자신의 개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진 스튜디오까지 함께 운영하며 여타 유치원들과 차별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인근 C 유치원은 시간대별 교육을 진행하지 않고 반려견들의 ‘사회성’ 제고에만 집중, 실내외에 강아지들을 풀어놓고 있다. C 유치원 관계자는 “반복된 학습보다는 강아지들끼리 서로 자연스레 가까워지도록 만들어 건강과 안정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이런 환경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일대 강아지 유치원은 10여 곳에 이른다. 대부분의 유치원은 건강문제 등을 우려해 연령이 높은 반려견은 수용치 않고, 기본 예방접종을 끝낸 어린 반려견들을 주로 받는다.
반려견 주인들은 개를 직접 보살필 수 없을 시 그 관리를 위탁하기 위해 강아지 유치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앞서의 B 유치원 관계자는 “이용객들의 70%는 직장 생활 등으로 자신이 집을 비울 때 강아지가 외로움을 느끼거나 불안감을 느끼게 하지 않기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며 “나머지 30%의 이용객들은 사회성 제고나 일반적인 훈련 등을 위해 반려견을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다보니 장기 투숙이 가능한 이른바 ‘강아지 호텔’도 생겨나고 있다. 이들 호텔은 오랜 기간 집을 비우는 반려견 주인들을 위해 강아지를 일정기간 관리·보호한다. 강아지 유치원을 운영하는 사업자가 반려견이 투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강아지 호텔까지 함께 운영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한 반려견 주인은 “3일 동안 가족 여행을 떠나면서 강아지를 봐줄 곳이 없어 호텔에 강아지를 맡긴 적이 있는데 식사를 포함한 전반적인 케어를 부탁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일명 ‘강아지 테라피’(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있다. 사진은 이와 관련한 광고.
테라피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사업장 관계자는 “강아지 미용 등에서 시작한 서비스가 푸드와 헬스 서비스로까지 확대된 것”이라며 “병원을 방문하기엔 과하다고 느껴지지만 반려견에게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 하는 반려동물 주인들이 줄곧 찾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강아지 시설·서비스 이용료는 천차만별이다. 강아지 유치원·호텔의 경우 한 달 이용료가 약 30여만 원(하루 이용료 약 2만 5000원~3만 원)에 그치는 곳이 있는가 하면 100만 원을 넘어서는 곳도 있다. 앞서의 테라피 1회 이용비는 강아지 크기와 코스에 따라 최대 80만 원까지 이른다. 한 달 식이요법을 신청할 경우 약 5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원재료 등이 워낙 고급이다 보니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동물들을 맞춤형으로 직접 관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라며 “유치원·호텔 비용만 따졌을 때 강남 쪽은 대부분 50만~100만 원대의 가격이 형성돼 있으며 강아지 트레이닝만 진행하는 곳에선 더 높은 가격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물권 관계자들은 이러한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연보라 한국유기동물복지협회 본부장은 “사회의식이 동물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수준으로까지 높아진 것으로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기호에 따라 사람도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특별한 브랜드, 고급 제품을 쓰는 것처럼 비싼 가격으로 제공되는 서비스 자체를 비판할 순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 팀장은 “다만 비싼 이용료만큼 제품이나 서비스가 실제 효과가 있는지, 광고 설명이 과장된 건 아닌지 등은 검증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까진 관측되고 있지 않지만, 향후 반려동물 사업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동물을 악의적으로 활용해 수익을 내는 비윤리적 행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군을 미연에 정비할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진 기자 reveal@ilyo.co.kr
‘반려동물 장례식장’ 추모→화장→봉안당 안치…“불법업체도 적잖아” 죽음을 맞이한 반려견을 사람과 동일하게 장사하는 이른바 ‘반려동물 장례식장’도 생겨나고 있다. 반려견 사체를 임의로 소각·매립하거나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지 않고, 장례의식을 거쳐 애도하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 장례식장의 모습. 사진=시민반려동물장례식장 제공 반려견 장례절차는 사람의 장례와 유사하다. 대부분의 장례업체는 가장 먼저 죽은 반려견을 대상으로 ‘염습’을 진행한다. 알코올을 적신 탈지면으로 피부를 닦고 털 등을 정리하는 것. 이후 영정사진과 문구를 전자 스크린에 띄우고 추모식을 진행, 화장을 실시한다. 반려견 주인과 그 가족들은 화장과 수골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볼 수 있다. 이 모든 비용은 평균 20만~30만 원이며 반려견 크기와 장례업체 특성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유골함을 봉안당에 안치하거나 수의 등 장례용품을 추가할 시엔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업계에선 이러한 반려동물 장례문화와 관련 사업체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례식장 업체를 소개, 예약·결제를 도와주는 플팻폼 ‘21그램’(gram)의 권신구 대표이사는 “정부가 동물등록제를 활성화하면서 말소되는 동물들에 대한 확인, 관리도 철저해지고 있다”며 “장례를 통한 말소 확인증 발급 등이 대표적 관리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말 기준 약 68만 8000마리의 반려동물 사체 중 4만 2000마리가 장묘업체를 통해 처리됐다. 하지만 불법 장례업체도 적지 않다. 동물장묘업을 정식으로 영위하기 위해선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일부 업체가 이러한 절차를 생략하고 반려견 주인들로부터 돈을 받고 장례를 진행하는 것. 시민반려동물장례식장 관계자는 “사업자등록만 하고 이동식 차량에 화장시설을 설치해 돈을 받고 진행하는 불법 사업체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와 관련해 “미등록 영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성숙한 동물장묘문화가 정착,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 12월 28일 기준 정식으로 허가받은 전국 동물장묘업체는 총 30곳이다. 이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