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국민경제 자문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정치적으로도 박근혜, 이명박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고 기무사, 국정원 등 정보기관 개혁과 함께 사법부의 재판농단 혐의 등 굵직한 사건들이 지나갔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핵심 기조 중 하나인 ‘한반도 운전자론’에 맞춰 남북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북미 정상회담 등이 연이어 벌어지는 격동의 시간이었다.
2019년도 역시 ‘다이내믹 코리아’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씨를 뿌리는 단계였다면 문재인 정부 3년차를 맞는 2019년부터는 결과를 조금씩 보여줘야 한다. 굵직한 정치 일정들이 여럿 잡혀있거나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연말 예정됐다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다. 많은 언론에서 12월 중순, 다시 12월 말로 김 위원장의 답방 일정을 예측했지만 현재로서는 언제 결정될지 미지수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한국 답방이라는 초유의 이벤트가 일어난다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2018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한마디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8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반면, 지방선거 이후에는 큰 사건이 없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매주 약 3%씩 빠져나갔다. 결국 국정수행 평가에서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뒤집어졌다.
27일 ‘리얼미터’가 교통방송 TBS 의뢰로 24, 26일 이틀간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문 대통령의 12월 넷째 주 주중 국정 수행 긍정평가는 43.8%, 부정평가는 51.6%로 나타났다.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3.3%포인트 내렸고, 부정평가는 5.5%포인트 올랐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문 대통령 취임 후 부정평가가 50%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김정은 답방과 같은 세계적 이벤트가 열린다면 지금과 같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세계적 주목을 받게 될 김정은 답방 이벤트를 주요 외신에서도 주목을 할 가능성이 높고, 구체적인 비핵화 플랜이라도 나온다면 더 큰 반전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의외로 영향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이슈에 대한 피로감도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김장수 제3정치연구소 소장은 “김정은 서울 답방이 현실화된다고 해도 지지율 측면에서는 큰 변화가 없거나 있더라도 ‘반짝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 방문시에도 반짝 올랐던 지지율 효과가 2주를 채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연말 정국을 뜨겁게 달굴 불법 사찰 건도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특감반에서 근무했던 김태우 수사관이 파일을 꺼내 화제의 중심에 있다. 김 수사관은 청와대 특감반장이 330개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감사 등 임원 총 660명의 정치적 성향을 파악해 엑셀파일로 정리했다고 공개했다. 이번 사건이 쉽게 끝나리라고 보는 정치권 인사는 많지 않다. 특히 27일 대검찰청 감찰본부가 발표한 김 수사관 감찰 결과가 더 큰 파장을 낳는 모양새다.
검찰은 김 수사관이 지난해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건설업자 최 아무개 씨를 통해 ‘청와대 특감반에 파견갈 수 있도록 힘써 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발표했다. 반면 검찰은 최 씨로부터 ‘김태우 인사파일’을 건네받았다는 사람이 청와대에 이를 전달했는지 여부는 감찰 범위를 넘어선다며 조사하지 않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에서 의문점은 첫 째 최 씨가 청탁을 받았다면 누구에게 그 부탁을 했는지 여부를 수사해야 한다. 두 번째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일했다는 전 정부 인사인 김 수사관을 굳이 썼던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 주휴수당 정책이 본격화되는 2019년은 경제정책에 관심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내년엔 소득주도성장의 경제성과를 체감할 것’이라고 말한 해이기도 하다. 또한 주휴수당을 두고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2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재까지 해온 방식대로 법정 주휴수당이 포함된 최저임금을 209시간으로 시급환산하자는 것”이라며 “일부에서 주휴수당이 포함되면 2019년 최저임금이 수십 퍼센트 오르는 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작 최저임금 여파를 직격으로 맞은 소상공인연합회는 “주휴수당 강제 방안은 변화하는 시대 환경과 국제 기준에 맞게 폐지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반발이 예상된다. 야당 한 관계자는 “2019년 최저임금 도입 3개월 정도 지난 봄쯤에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본격적으로 일어나 집회나 시위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2월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친박, 비박간 갈등이 내재돼 있는 상황에서 원내대표 선거는 나경원 의원이 승리하며 친박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소위 ‘진박’들이 대부분 정리되면서 강성 친박의 이미지는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현재 유력 당권후보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꼽힌다. 오 전 시장은 비박, 김 전 지사도 친박 색채가 짙지는 않다. 친박은 김 전 지사를, 비박은 오 전 시장을 밀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친박은 이미 끝났다. 어차피 친박도 ‘친박근혜’로 움직이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상관없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복당파가 중심인 비박과 서로 다른 인물을 밀며 치열한 싸움을 벌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국당 전당대회가 중요한 이유는 이후 이어질 정계개편의 방향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김태호 전 지사가 당선되고 더 나아가 친박의 영역이 상대적으로 넓어지면 강성 비박이 많은 바른미래당에 있는 한국당 출신 의원들이 복당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도 “친박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바른미래당 합당이나 복당이 어떻게 이뤄질지 달라진다”고 설명헀다.
4월 3일에는 재보궐 선거가 예정돼 있다. 현재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통영시·고성군, 문경시 나, 전주시 라 지역구가 확정됐고, 선거 30일 전인 2019년 3월 3일까지 공석이 확정되면 선거가 치러진다. 1심 선고에서 유죄가 나온 후보가 많아 1, 2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선거에서 민주당이 웃긴 힘들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재보궐 선거에서 전주 지역구 외에는 민주당이 이기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신율 교수는 “PK지역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이기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재보궐 선거에서 패배하면 다음해 치르는 총선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악재가 많은 만큼 연말까지 대통령 지지율의 급락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 지지율은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지기 마련인 점도 있다. 20%대 지지율을 예측하는 분석도 나온다. 신율 교수는 “대통령 지지율 추세를 이전 대통령들과 비교했을 때 20%대 지지율을 볼 가능성이 높다”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2019년을 맞아 현 정책기조의 부분적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도 “시간이 갈수록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지만 문제는 떨어지는 게 아니라 그 속도에 있다”며 “현재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는 속도, 부정평가가 오르는 속도가 가파르다”며 “20%대 지지율을 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하고 지금의 소통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