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한일 실무급 화상회의 등 해결방안 모색 다음날 동영상 공개 유감
아베 신조 일본총리가 한일 외교 갈등으로 번진 ‘레이더 동영상’ 공개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일요신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방위상에게 초계기의 레이더 동영상을 공개하도록 직접 지시한 것을 드러났다. 한일 외교 마찰로 번질 것을 우려한 방위성의 신중론에도 아베 총리가 ‘레이더 동영상’을 자국 내 여론 활용 등 정치적 목적으로 삼은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당장 한일 양국 정부의 날카로운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어 당분간 이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될 전망이다.
29일 일본 다수언론 매체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지난 27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을 총리관저에 비공식적으로 불러 해당 동영상 공개를 지시했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발생한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과 일본 P-1 초계기의 레이더 겨냥 논란과 관련해 P-1 초계기가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28일 공개했다.
국방부 등에 따르면, 우리 해군은 당시 동해 중간수역에서 북한 조난 선박을 구조하는 과정에서 ‘레이더 가동’ 문제가 발생했지만 한일 양측이 실무급 화상회의를 갖고 해결 방안 모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회의 다음날 일본은 ‘레이더 동영상’을 전격 공개했다. 사실상 일본이 외교합의 등을 일방적으로 무시한 처사로 뒤통수를 친 셈이라며 유감스럽다는 반응이다.
우리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지난 20일 동해 중간수역에서 활동 중인 모습으로, 28일 일본 해상자위대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도쿄 AP/일본 해상자위대=연합뉴스
정부도 이번 일이 한일 외교 마찰로 이어질 것을 경계하면서 일본 정부에 적극적인 항의와 입장 전달을 계속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본 언론 매체들은 아베 총리의 레이더 동영상 전격 공개를 지시한 것은 총리 자신의 정치적 활용 목적이 다분해 보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급락한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아베 정권이 한국과의 레이더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며 국내 여론 대책으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전했다.
아베 내각은 최근 회기가 끝난 임시국회에서 외국인 노동자 문호 확대 법안 등 각종 법안을 무리하게 통과시켰다가 지지율이 급락해 30%대까지 추락했다.
또한 최근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화해·치유 재단의 해산과 강제징용 판결 등으로 일본 내 보수층의 비난이 제기되자 아베 총리가 자신의 핵심지지층인 이들의 결집을 촉구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일본 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해 레이더 동영상으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레이더파 영상의 음성을 삭제한 것을 두고 증거로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과 함께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한국군의 북한어선 구조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다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2010년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중국 어선과 일본 해상보안청의 순시선이 충돌한 사건 당시 민주당 정권이 관련 영상을 공개하지 않다가 해상보안청 직원이 인터넷에 유출해 논란이 일자 “공개했어야 할 비디오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