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전자담배. 전자담배 판매량이 올해 3억 갑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박정훈 기자.
[일요신문] 전자담배 판매량이 올해 3억 갑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전자담배 판매량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담배세 인상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는 3250만 갑으로 지난해 5월 처음 출시된 후 월별 판매량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달 전체 담배 판매(2억 8800만 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3%로 가장 높았다.
올해 1~11월 전체 담배판매량은 31억 8590만 갑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된 32억 3840만 갑보다 감소했다. 반면 전자담배는 증가해 이 기간 동안 기존 일반담배시장을 대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세수도 전자담배 판매가 늘어날 경우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한갑당 4500원 담배를 기준으로 일반담배에는 담배소비세와 개별소비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 건강증진부담금, 폐기물부담금 등을 합해 3318원의 제세·부담금이 부과된다.
전자담배는 이보다 낮은 2986원이 세금과 부담금 명목으로 걷힌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건강에 미치는 영향,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전자담배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세율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당장 지자체는 담배소비세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전자담배 판매가 늘어날수록 세수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주도의 경우 담배소비세수가 2016년 608억 원에서 2017년 628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올해는 600억 원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물론 담배소비세수 감소 원인으로 흡연인구 감소도 있지만 전자담배 판매로 인한 세수 감소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아이코스 전자담배. 임준선 기자.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정치권에서도 전자담배 세율을 일반담배와 동일하게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내년 전자담배발 담배세 인상 관련 발의가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획재정부는 당장 세율 인상 등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전자담배 판매동향, 전자담배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하는데다 전자담배 90% 세율 부과가 시행된지 일년 밖에 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익명을 요구하는 한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사실상 서민 경제에 직격탄이 될 담배세가 자칫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도 우회적으로 시사하며 현실적으로 담배세 인상 논의가 내년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영국 등 유럽에선 전자담배에 대한 안전성이 일반담배와 차이가 있다며, 전자담배 판매량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발표되면서 정부의 담배세 세율 인상에 대한 반대 입장을 사실상 뒷받침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전자담배의 증가가 지속될 경우 세수 인하에 따른 부담은 지자체는 물론 정부에게 고스란히 넘겨지는 만큼 담배세 인상은 시기적인 문제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