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패딩은 ‘유행’을 넘어 ‘생존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이쯤 되면 ‘유행’이 아니라, ‘생존 아이템’이라 불릴 만하다. 롱패딩(기장이 목부터 무릎까지 닿는 패딩) 이야기다.
지난겨울(2017년 12월~2018년 2월) 대한민국엔 ‘역대급 한파’가 몰아쳤다. 2018년 1월 24일부터 26일. 서울 기온은 영하 14도에 머물러 있었다. 기록적인 한파였다.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 날씨 역시 꽁꽁 얼어붙었다. 추운 날씨는 ‘롱패딩 유행 열기’에 기름을 부었다. ‘롱패딩 열풍’의 시작이었다.
롱패딩은 목부터 무릎 아래를 감싼다. 일반적인 외투보다 신체를 둘러싸는 표면적이 넓다. 이 때문에 롱패딩의 방한 효과는 상대적으로 뛰어날 수밖에 없다. 롱패딩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인기인 이유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조희진 씨(28)는 “이젠 롱패딩을 입지 않으면 외출을 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씨는 “무릎부터 허리 아래를 감싸는 롱패딩의 체감 보온성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인천에 사는 30대 남성 김정국 씨(33)는 “롱패딩을 ‘유행’이라고만 치부하기 어렵다. 이제 롱패딩은 ‘생존 아이템’이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올겨울 극단적인 ‘세밑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롱패딩이 생존 아이템”이란 김 씨의 말엔 일리가 있어 보였다. 김 씨는 “롱패딩을 안 입은 사람은 있었도, 한 번만 입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 ‘롱패딩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롱패딩 열풍’의 미래를 논하는 업계의 시선은 반으로 갈린다. 최근 롱패딩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까닭이다.
의류업체 관계자 A 씨는 ‘롱패딩 열풍 위기론’에 고개를 끄덕였다. A 씨는 “지난겨울엔 그야말로 ‘롱패딩 광풍’이 불었다. ‘이상 현상’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롱패딩 매출이 높았다. 올겨울엔 롱패딩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롱패딩 열풍이 사그라들었다’고 단정 짓기엔 시기상조다. 하지만 지난겨울처럼 ‘롱패딩 광풍’이 다시 부는 건 어렵지 않을까.” A 씨의 조심스런 전망이다.
업계에서 체감하는 ‘롱패딩 열풍’ 온도는 분명 2018년 초만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거리에 나서면 ‘롱패딩 열풍’은 여전히 위력을 잃지 않은 듯 보인다.
이런 현상에 대해 아웃도어 브랜드 관계자 B 씨는 “지난해 롱패딩이 많이 팔린 까닭에 올해 수요가 많이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분명 롱패딩을 새로 구입하는 소비자층은 줄었다. 그렇다고 롱패딩을 입는 인구가 적어진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B 씨는 “하지만 추운 날씨에 롱패딩의 장점은 명확하다. 결국 ‘롱패딩 열풍’이 분 건 실용적인 제품을 찾는 소비자로부터 발생했다. 이런 트렌드는 앞으로도 의류업계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롱패딩 열풍 지속의 관건은 날씨다. 날씨가 따뜻하면, 롱패딩 수요는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롱패딩 열풍’의 지속성을 판가름할 2019년 1~2월 한반도 날씨 전망은 어떨까.
기상청은 ‘2019년 1~3월 기후전망’을 통해 “기온은 대체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다”고 전했다. 기온은 높겠지만 ‘기습적인 한파’가 변수다. 기상청은 “대륙고기압의 영향으로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질 때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은 겨울 ‘롱패딩 열풍’의 지속력은 기습적 한파에 따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유행은 환경에 민감하다. 2018년 초부터 이어진 극단적인 한파는 ‘롱패딩 열풍’이란 ‘신(新)풍속도’를 낳았다. 트렌드 변화는 마케팅 전략 수립의 밑바탕이 된다. 의류업계가 ‘신(新)풍속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