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레호수로 가는 뱃길. 모두 맨발이 되어.
[일요신문] 커피, 와인, 양배추, 해바라기, 호수, 유칼립투스 나무, 메밀꽃. 이 이름들을 쉽게 만나는 곳. 샨 주(Shan State)에서 새해 아침을 맞습니다. 샨 주는 미얀마에서 가장 큰 주여서 중국, 라오스, 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연말연시 직원 연수를 인레호숫가에서 하고, 샨의 주도 따웅지(Taunggyi), 휴양도시 깔로(Kalaw), 전원풍경이 아름다운 아웅반(Aungban), 커피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유아앙(Ywar Ngan) 코스를 둘러봅니다. 이 지역은 한데 몰려 있어 여행하기가 좋습니다. 그래서 연말연시에 사람들이 많이 찾습니다. 국수 종류인 샨 카오쉐(Shan Khao Swe)도 이 나라 국민들이 즐겨 먹습니다.
인따족 마을에 있는 직원 아버지의 집을 찾아갔다.
주도 따웅지는 미얀마 국민들이 살고 싶은 도시 1위로 꼽힙니다. 태국에 치앙마이가 있다면 미얀마에는 따웅지가 있습니다. 해발 1400미터 고원도시로 산 위로 구불구불 올라가야 합니다. 아주 깨끗하고 부유한 도시입니다. 인근에 인레호수가 있고, 영국인들이 많이 살던 깔로, 동굴사원이 유명한 삔다야(Pindaya)가 있습니다. 와인 산지 레드마운틴, 손꼽히는 커피 산지 유아앙도 가깝습니다.
교통수단인 쪽배를 타고.
인레호수를 가로질러 인따족이 모여 사는 마을로 갑니다. 그곳에 직원의 아버지가 홀로 살기에 찾아뵙기로 합니다. 70여 년을 홀로 지킨 호숫가의 큰 집입니다. 넓은 호수에는 오늘 길고 날씬한 배들이 수없이 오갑니다. 일출을 보러온 많은 유럽인들로 호수가 출렁입니다. 수경재배를 하는 좁다란 수로를 따라 한참 들어가니 붉은 나무집이 보입니다. 집 주변에는 교통수단인 쪽배가 여러 척 보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지만 이곳에서 딸 여섯을 반듯하게 키웠습니다. 우리 직원은 그중 막내고, 언니들과 달리 도회지로 나왔습니다. 언니들은 모두 호수를 무대로 사는 같은 인따족과 결혼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집 앞과 옆, 주변에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두 나와 반겨줍니다. 넓은 이층집은 각 층마다 창문이 열다섯 개나 있어 놀랍습니다. 통풍이 잘 되어 시원합니다. 딸들의 노 젓는 솜씨도 대단합니다. 같이 노를 저어 학교에 다녔다고 합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물 위의 풍경은 고요함 그 자체입니다. 고요하게 산 적이 언제였던가, 하고 묻게 됩니다.
유아앙 커피산지에서. 지금은 커피수확의 계절이다.
아웅반에서 커피산지 유아앙으로 향합니다. 아웅반은 양배추와 메밀이 많이 나는 농촌입니다. 이 길은 들판과 구릉지대의 밭들이 광활하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습니다. 모두 탄성을 지르는 전원풍경입니다. 길고 긴 가로수도 모두 유칼립투스 나무들입니다. 나무향을 맡으면 머리가 시원한 키 큰 나무 사이로 노란 해바라기와 하얀 메밀꽃들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 길을 달려 이윽고 유아앙 커피 집적소에 도착합니다.
샨 주는 미얀마 농업을 주도합니다. 기후나 토양, 일조량이 풍부해 모든 농산물이 풍성합니다. 쌀, 콩, 양배추, 양파, 고추, 마늘, 파, 사탕수수, 메밀 등. 농업의 보물창고입니다. 대개는 중국으로 많은 물량이 수출됩니다. 지금은 커피 수확의 계절. 알알이 붉은 커피열매를 따서 햇볕에 말리고 있습니다. 미얀마산 유명 브랜드 아라비카 커피 ‘제니우스(Genius)’의 산지입니다. 젊은 층 마니아들도 많은 거 같습니다. 우리 일행들은 커피협회 귀퉁이 식탁에 앉아 커피를 시키고, 새해선물로 줄 커피원두를 한 봉지씩 삽니다. 부드럽고 달콤한 커피입니다. 샨 주에서 보낸 연말연시. 이제 새해 아침입니다. 고요와 기다림이 있고, 나무의 향기와 커피향이 있는 아침입니다.
정선교 Mecc 상임고문
필자 프로필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일요신문, 경향신문 근무, 현 국제언론인클럽 미얀마지회장, 현 미얀마 난민과 빈민아동 지원단체 Mecc 상임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