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 수사와 관련해 김태우 수사관이 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검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김태우 수사관에 대한 감찰 결과를 지난해 12월 27일 발표했다. 골프향응, 비밀엄수의무 위반, 경찰수사 개입 시도 등이 주된 감찰 내용이다. 결과적으로 김 수사관의 438만 원 상당의 골프향응은 형사처벌 기준에서 미달됐다. 비밀엄수는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첩보와 관련한 녹음파일 등을 언론에 제공해 대통령비서실 정보보안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문제가 된 것은 경찰수사 개입이다. 대검 감찰본부는 ‘건설업자 최 씨’가 지난 10월 경찰청 특수수사과에서 뇌물공여 혐의로 수사를 받는 동안 살아나갈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김태우 수사관과 모의를 한 것으로 봤다. 최 씨가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경찰에게 별건 정보를 주라고 김 수사관에게 청탁을 했다는 것. 결국 김 수사관은 경찰청 특수수사과장을 접촉하기 위해 저녁약속을 잡는 등 최 씨 관련 사건에 부당하게 개입하려고 시도했다고 봤다.
검찰은 보도자료에서 김 수사관의 경찰수사 개입 시도에 앞서 뜬금없이 특감반 ‘채용청탁 확인’을 적시했다. 건설업자 최 씨가 검찰 수사관이자 청와대 특별감찰반에 근무하는 김태우 수사관을 움직인 동력은 ‘채용청탁’이라는 셈이다. 2017년 5월과 6월 두 차례 김 수사관이 최 씨에게 특감반 파견 인사청탁을 했다는 것. 검찰 스스로 김 수사관과 최 씨 사이의 채용청탁이 있었다고 확인했으나 실제로 그 청탁이 이뤄졌는지는 모르겠다는 반쪽짜리 결과만 내놨다. 이것이 오히려 더 큰 논쟁으로 옮아붙었다.
6급 공무원이 민간 건설업자에게 청와대 파견을 청탁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최 씨와 김 수사관의 녹취록이 공개되며 둘 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의문이 남았다. 최 씨에게 어떤 힘이 있길래 아쉬운 소리 할 일 없는 검찰 공무원이 깍듯하게 예를 갖췄을까. 심지어 최 씨는 청탁을 받고 또 다른 민간인 A 씨에게 김 수사관의 프로필을 전달했다. 이 청탁이 청와대의 어느 선까지 올라갔는지, 도대체 건설업자 최 씨는 어떤 사람인지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문재인 정부 특감반은 기존의 첩보인력이 아닌 새로운 인재로 팀을 꾸리려 했고, 대부분 호남 출신의 인원으로 구성됐다. 이 때문에 비호남 출신에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특감반에서 일해온 김 수사관의 파견근무는 이례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인사청탁이 성공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다.
최두영 신영기술개발 회장은 2010년부터 언론에 그 이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부산 혜광고등학교와 계명대학교를 졸업한 최 씨의 인맥이 상당하다는 정도가 알려져 있다. 최 회장의 집안에 대해 알려진 것은 거의 없지만 처가는 정계와 정부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이 포진해있다. 장인은 경북도의원을 지냈고, 김봉헌 전 국세청 조세심판원도 처가 쪽 인물이다.
최 씨와 관련해서 재계 한 관계자는 “자산이 8000억 원이라고 한다. 조국 민정수석 등 민주당 쪽 인사들과 고교 인맥이 있다고 안다”고 말했다. 최 씨는 평소 조국 수석과의 친분을 여러 차례 말해왔다고 한다. 조국 민정수석과 최 씨는 모두 혜광고 동문이다.
국회 운영위에 출석한 조국 민정수석은 최 씨와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일면식도 없고,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어떠한 연락도 한 적 없다”며 “최 씨가 제가 졸업한 혜광고를 졸업한 분이라는 것도 사태 발생 이후 알았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과 최 씨가 친분을 갖게 된 것은 2012년이다. 첩보 제공자로 최 씨와 김 수사관의 인연이 시작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최 씨가 그동안 ‘억울하다’고 여러 번 말해왔다고 한다. 정부 발주사업인 고속도로, 터널 등 SOC 사업 진행에 있어 브로커가 활개치고 공무원과 기업이 짬짜미를 일삼는 것을 참지 못했던 것. 이 때문에 업계에서 겪은 내부 비리나 정보를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최 회장 회사가 특허나 기술을 많이 갖고 있는데 이런 것과 무관하게 수주나 사업이 이뤄지는 현실에 불만을 좀 말하고 다녔다고 들었다”며 “경찰청에서 수사 받은 것도 자기가 제보한 사건으로 도리어 본인이 수사를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기술개발은 굵직한 SOC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다. 터널 방음, 고속도로 유관 건설업을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왔다. 조경공사업을 하던 동원조경이 신영기술개발을 흡수합병하며 지금의 신영기술개발로 자리매김했다. 그 전 신영기술개발은 육사 출신인 윤영호 명예회장이 이끌어오다 현재 최 회장 체제로 바뀌었다. 연간 매출액이 수백억 원에 달하지만 세간에 알려진 대로 자산 8000억 원대의 기업규모를 갖추진 못했다.
검찰 관계자는 “대검 감찰은 검사, 사무관, 계장 이렇게 3명이서 은밀하게 진행했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도 최 씨나 인사청탁 등에 대해 새어나오는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