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롯데타운 전경. 사진=롯데건설 홈페이지
부산은 롯데의 ‘안방’이라고 불린다.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청년시절 부산 영도다리 인근에서 머물렀던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롯데 역시 부산의 향토 대기업으로서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부산 재계에서는 롯데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크다. 신동빈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부산상공회의소를 비롯한 지역 재계 유력 인사들이 탄원서를 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9월 부산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지역 재계 유력 인사들은 “신 회장이 지역 경제에 기여한 바가 크므로 선처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에서는 이 탄원서가 신 회장 석방에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고 보고, 화답을 기대하고 있다. 그간 진도가 나가지 않던 롯데타운타워 설립을 촉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지역 시민들은 롯데가 부산 향토 대기업이라 생각하고 성의를 보이고 있으니 롯데가 조금 더 지역에 밀착해 기여해달라는 뜻에서 탄원서를 제출했다”며 “당장 투자를 더 해달라는 것은 아니었지만 롯데 측에서 지역 경제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답례전화가 왔다”고 전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기대치 기준이 달라 모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어렵겠지만 연고지인 데다 프로야구팀인 롯데 자이언츠 등 애정을 많이 주시기 때문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최근 부산만 별도로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엑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와 관련해 부산지역의 가장 큰 현안은 단연 롯데타운타워 건설이다. 신 회장 석방 이후 롯데가 50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을 때 부산에서는 수혜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간 중단됐던 롯데타운타워 개발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오거돈 부산시장이 잠실 롯데월드타워를 비공식 일정으로 방문한 것도 같은 선상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롯데 측은 아직 부산 롯데타운타워와 관련해 공식적인 언급은 하지 않고 있다.
롯데타운타워와 관련해서는 그동안 여러 차례 특혜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가장 큰 논란은 롯데가 롯데타운타워에 주거시설을 포함할 수 있도록 용도 변경을 신청해왔다는 것이다. 주거시설을 포함해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롯데타운타워는 호텔, 전망대, 콘도, 오피스 등을 위주로 한 ‘관광시설용도’로서 지역 공헌과 관련된 계획이었다. 이를 앞세워 롯데는 1995년 광복동 옛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 부지를 매입했으며 2002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영도대교 앞바다 1만 2000㎡ 매립을 허가받았다. 공공재인 바다를 매립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관광시설용도’ 덕이다. 해당 부지는 또 공유수면 매립지로서 10년간 용도 변경이 제한됐다. 롯데는 이를 풀어달라고 한 것. 그러나 용도 변경은 허용되지 않았고 이 기간 롯데는 백화점과 마트 등 쇼핑시설은 건설해 운영하면서도 공교롭게도 롯데타운타워 건립은 추진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9월 23일자로 해당 부지의 용도 변경 제한기간이 만료되면서 주거시설을 포함할 수 있게 됐다. 일각에서는 롯데가 백화점과 마트 등 쇼핑시설을 지어 수익만 내고, 롯데타운타워 개발은 용도 변경이 가능할 때까지 미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초 지역에 기여할 수 있는 개발 계획이라는 점 덕분에 사업을 승인받았으나, 정작 승인 이후에는 지역 공헌을 뒤로한 채 수익 창출만 목적으로 한다는 것. 지역에서는 주거시설 포함 여부를 두고 “결국 분양 장사를 위해 꼼수매립 한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용도변경 제한기간 만료 후) 롯데가 주거시설을 포함하는 개발계획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 신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허가를 받은 상태에서 건립 진척이 느리기 때문에 이를 촉구하는 공문을 지난해 9월께 롯데 측에 보냈다”고 전했다.
부산시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롯데가 주거시설 포함 여부에 대한 부산시와 시민의 여론을 살피는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롯데가 지난해 말까지 공사 계획을 수정해 계획서를 (다시) 제출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 전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롯데가 그간 롯데타운타워는 건립하지 않은 채 롯데타운 임시사용 승인을 연장해온 것 또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롯데타운타워 건립과 관련해 허가받은 시설과 운영을 롯데타운타워 없이 임시사용 기간을 연장해가며 수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2016년 한 시민단체가 롯데타운 임시사용 승인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백화점과 아쿠아몰은 각 3차례, 엔터테인먼트동은 1차례 임시사용 승인을 연장했다.
고대영 부산시의원은 원도심의 랜드마크이자 관광시설로 기대됐던 롯데타운타워의 의도적 공사 지연과 10년째 임시사용만으로 운영 중인 수익시설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고 의원은 “최근 롯데가 공식적인 것은 아니지만 구두상으로 주거시설은 포기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롯데가 지금까지 임시사용승인을 연장받으며 매출만 올렸던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타운타워의) 주거시설 포함을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계획대로 초고층 타워 공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