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과거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같은 배우가 출연한 ‘써니’와, 모녀 갈등과 엄마의 희생을 다뤘다는 것은 굳이 어느 영화를 꼽지 못할 정도로 많은 영화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럼에도 “엄마도 엄마가 되기 전에는 꿈 많은 소녀였다”는 말은, 관객들이 뻔한 결말을 알면서도 일단 한 번 눈길을 던지게 했다.
배우 유호정, 박성웅, 오정세, 채수빈, 하연수, 이원근, 최우식과 조석현 감독이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언론시사회가 열린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참석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엄마의 젊은 시절’을 되새기는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언론배급시사회가 3일 서울 용산CGV에서 열렸다. 이날 시사회에는 조석현 감독과 배우 유호정, 박성웅, 오정세, 채수빈, 하연수, 이원근, 최우식이 참석했다.
유호정의 과거 시절은 하연수가, 박성웅과 오정세의 과거 시절을 각각 이원근, 최우식이 맡았다. 1970년대 가수를 꿈꾸던 홍장미(유호정, 하연수 분)가 첫사랑인 유명환(박성웅, 이원근 분), 가수 동료인 최순철(오정세, 최우식 분)과의 삼각관계 속에서 홀로 딸인 홍현아(채수빈 분)를 기르며 고군분투하는 ‘엄마로서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배우 유호정이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하연수는 이번 ‘그대 이름은 장미’가 첫 스크린 주연작이다. 가수를 꿈꾸는 홍장미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그가 직접 부르는 노래를 들을 수 있다.
하연수는 “저는 딸을 낳아본 적이 없지만 이 영화를 하면서 엄마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모녀의 사랑은 누구에게나 가슴이 찡한 것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많이 공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참 사춘기를 겪으며 엄마 속을 썩이는 딸 홍현아 역을 맡은 채수빈은 “영화 속 두 가지 이야기(엄마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것이 새로우면서도 재미있었다”라며 “엄마에게도 젊은 시절, 여자였던 시절이 있었을 텐데…라는 뭉클하고 마음 따뜻한 느낌도 많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극중 홍장미를 사랑하는 남자는 두 명이 등장한다. 그의 첫 사랑이자 애인이었지만 사소한 오해로 헤어지게 된 유명환과 홀로 남은 장미의 곁을 지키며 지고지순한 짝사랑을 계속하는 최순철이다.
순한 인상을 가진 이원근이 유명환의 젊은 시절을 맡았기 때문에 세월이 흐른 후 등장한 박성웅을 보고 많은 관객들이 놀랄 지도 모른다. 이 점을 미리 알았는지 박성웅은 “감독님이 부산영화제까지 내려와서 시나리오를 주셨는데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굉장히 이미지가 센 역할을 하고 있던 때였다. 그래서 대체 왜 이런 역을 내게 주나, 나보고 어쩌라고… 이렇게 생각했다”며 하소연을 늘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역할을 받아들인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째는 ‘피 없는 멜로가 처음이어서’ 그리고 ‘유호정이라는 우리 시대의 로망과 함께 영화에 출연할 기회였기 때문’ 이라는 것. 그러면서도 개봉 후 계속 빗발칠 가능성이 높은 ‘왜 이원근이 박성웅으로 성장하나’ 라는 불만에 앞서 “자꾸 제가 뭘 잘못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 같은데 제가 먼저 캐스팅된 거다. 저희는 잘못이 없고 감독님 잘못이다”라며 선수를 쳐 관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배우 박성웅이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순철의 역을 맡은 오정세와 최우식은 순전히 역할에 반해서 출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정세는 “순철이라는 인물 자체가 매력적이다. (가시처럼) 뾰족하진 않지만 장미를 옆에서 든든히 지켜주며, 20~30년 묵묵히 부담되지 않게 사랑해주는 인물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최우식 역시 “(순철은) 키다리 아저씨나 등산할 때 쓸 수 있는 지팡이 같은 느낌이다. 한걸음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장미와의 러브라인이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로서 옆에서 지켜보는 느낌이었기 때문에 그 역할이 예뻐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야기의 중심에 모녀, 특히 어머니가 있는 만큼, 조석현 감독은 영화의 줄거리를 떠오르게 한 매개체로 어머니의 사진을 언급했다. 조 감독은 “제게 있어서 이 영화의 시작은 초등학교 5~6학년 때 봤던 어머니의 사진이었다. 수상스키를 타는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 속에서 제가 모르던 어머니의 젊은 시절을 봤었던 그런 강렬함이 영화의 시작이 됐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은 어릴 때 어머니 앞에서 ‘엄마는 왜 그렇게 살아?’ 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 때는 밖에서 활동하시는 친구 엄마들을 보고 진지하게 엄마를 위한답시고 ‘나와 동생 신경 쓰지 말고 엄마 인생을 살아’ 라고 얘기한 건데, 철이 든 다음 생각하니 정말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더라”고 기억을 곱씹었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과 감정에 대해 “영화의 시작이 어머니의 젊은 시절 사진에서 시작했다고 한다면, 영화 속 이야기 자체는 그때 제가 어머니께 잘못했던, 무례했던 질문의 답을 저 혼자 찾아보기 위해 시작됐던 게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유호정이 나온다는 점, 엄마의 과거를 거슬러 올라간다는 점 때문에 8년 전 영화 ‘써니’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유호정은 “첫 영화가 ‘취화선’이었는데 10년 뒤에 ‘써니’를 찍었고, 그 다음 8년 만에 ‘그대 이름은 장미’를 찍었다”라며 “사실은 부담이 많이 된다. 영화가 잘 돼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 때보다 훨씬 무거운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밝히기도 했다.
조 감독 역시 ‘써니’를 생각하며 “유호정 선배님께 시나리오를 드릴 때 ‘안 해주시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이 있었다”라며 “앞선 영화와 비슷한 구조로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주인공 홍장미라는 인물의 속내를 들여다 봐주시면 좋겠다. 누구의 엄마가 아닌 홍장미라는 이름의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그런 영화라면 비교당하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엄마가 ‘내 엄마’이기 전의 ‘반전 과거’를 추적하는 영화 ‘그대 이름은 장미’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12세 이상 관람가.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