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단독 콘서트를 개최한 H.O.T.가 또 다시 상표권 분쟁에 휘말렸다. 사진=솔트이노베이션 제공
김 전 대표는 H.O.T.라는 그룹명의 상표권과 서비스권을 1996년부터 등록해 소유 중이다. 이에 따라 콘서트 직전인 지난해 8월 23일 솔트이노베이션 측에 지적재산권 침해 중지 요청 내용증명을 보내 “유료 공연에 H.O.T. 상표를 사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던 바 있다.
이런 이유로 당시 H.O.T.는 그룹명을 쓰지 못하고 대신 ‘하이파이브 오브 틴 에이저(High-fIve Of Teenagers)’를 사용했다. 이는 H.O.T.의 원래 그룹명이기도 하다. 당시 김 전 대표가 가진 상표권이 H.O.T.라는 이름으로 한정돼 있었기 때문에 틈새를 노린 것이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이미 지난해 9월 18일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도 상표권 등록에 나섰던 바 있다. 1996년 이후 계속해서 H.O.T.라는 상표권만을 등록, 유지해 오다가 이 상표권을 등록하려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이 상표는 ‘출원-심사대기’ 상태로 유지되고 있으며 김 전 대표가 직접 출원한 것으로 확인된다. 이 상표 역시 가수공연업, 대중음악콘서트조직업 등 연예 활동 전반을 지정상품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만일 등록이 이뤄질 경우 H.O.T.는 결국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으면 어느 쪽의 그룹명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이번 고소에서 김 전 대표는 아직 상표권이 등록되지 않은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문제가 된 것은 H.O.T.의 상징 로고였다. H.O.T. 문자로 심벌을 만든 이 로고의 저작권 역시 김 전 대표에게 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김 전 대표의 소송 대리인을 맡고 있는 법무법인 우면의 장지원 변호사는 “H.O.T.의 상표권, H.O.T. 로고의 저작권은 모두 저희에게 있기 때문에 저희의 허락을 맡고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콘서트에서 이와 관련한 협의가 되지 않아 무단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협의’를 주도한 것이 장우혁과 솔트이노베이션이라고 했다. 장우혁이 직접 연락을 취해 왔고, 가장 적극적으로 협의 과정에 참여했기 때문에 그를 대표로 고소하게 됐다는 것이 사건의 전말이다.
장 변호사는 “장우혁은 자신의 SNS에 개인적으로 콘서트를 홍보하면서 H.O.T의 상표와 로고를 사용했기에 법인이 아닌 개인으로 피소가 된 것”이라고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문제는 장우혁 외에 다른 멤버들도 이 로고나 상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일부 멤버는 변형된 로고가 아닌 김 전 대표에게 저작권이 있는 로고를 그대로 사용했지만 피소되지 않았다. 장우혁을 특정해 고소한 것의 이유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김경욱 전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지난해 9월 H.O.T.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하이파이브 오브 틴에이저’ 상표권을 출원했다. 사진=키프리스 캡처
김 전 대표는 이 당시 콘서트에서 사용한 H.O.T.의 상표와 로고에 대한 사용에 대한 대가로 3억 원 상당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솔트이노베이션 측이 김 전 대표가 소유한 로고의 ‘테두리’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저작권을 피하려 했지만, 이 역시 손해배상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저작권으로 등록된 로고의 형태가 일치하고, 사용 범위나 목적 역시 ‘그룹 H.O.T.를 상징‧홍보’하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H.O.T.라는 상표나 로고에 대한 권리가 김 전 대표에게 귀속된다 하더라도 실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적재산권 전문 변호사는 “문제는 김 전 대표가 H.O.T.라는 상표나 해당 로고를 이용해 실제로 영업 등 활동에 사용해 콘서트 전후까지 수익을 꾸준히 발생시켜 왔는지의 입증 여부”라며 “단순히 등록만 한 상태에서 실제로는 사용하지 않았다면 손해 발생이 부정될 수 있어 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솔트이노베이션 측은 “당시 콘서트가 H.O.T. 멤버들이 전원 출연해 개최된 것임을 감안한다면 (H.O.T.의 상표 사용은) ‘자기의 성명‧명칭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상표권 침해 등 문제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김 전 대표에 맞섰다. 이와 더불어 장우혁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모든 멤버의 의견을 반영해 솔트이노베이션이 기획한 콘서트이며 상대의 일방적인 주장에 의거해 특정 멤버를 언급하며 보도되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솔트이노베이션과 장우혁 측은 3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상표권 침해와 관련한 형사 소송도 동시에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