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진칼과 한진 등 그룹주 상승에 결정적 역할을 한 재료는 경영권 대결이었다. KCGI는 지난해 11월 특수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하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28.93%)에 이어 2대 주주 자리를 꿰찼다. 지난 12월 26일에 지분 1.81%를 추가 확보하면서 10.81%까지 확대했다.
KCGI펀드가 한진칼에 이어 (주)한진 지분도 매입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고성준 기자
하지만 KCGI 편에 설 가능성이 점쳐졌던 크레디트스위스는 KCGI의 지분확보 발표 직후인 지난해 11월 하순 보유주식을 대거 매각하며 지분율을 5% 아래로 떨어뜨렸다. 5% 이상 보유자의 보고의무에서 벗어난 만큼 지분율이 더 낮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분 8.3%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KCGI 편에 설지도 의문이다. 공적연금이 일개 지배구조펀드의 활동에 동조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CGI의 의결권 우세가 어려우면 조양호 회장 측의 가장 약한 고리는 감사다. 한진칼은 6명의 이사 중 석태주 대표이사를 비롯해 조현덕 사외이사, 김종준 사외이사의 임기가 3월 17일 끝난다. 윤종호 상근감사의 임기 역시 같은 날 만료된다.
한진칼은 지난달 단기차입금을 1600억 원 늘렸다. 그 결과 자산총액이 2조 원을 넘으면서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상근감사를 두지 않아도 된다.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로 선임된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로 이를 대신할 수 있다.
KCGI펀드가 제한된 자금 여력에도 불구하고 ㈜한진으로 전선을 넓힌 것도 한진칼에서 열세를 만회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KCGI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유한회사인 엔케이앤코홀딩스와 특수관계인 2곳은 지난 3일 ㈜한진 지분 8.03%(96만2133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한진칼(지분율 22.19%)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기존 5.97% 주주인 조선내화 보유주식을 장외에서 매수한 것으로 보인다. 주당 가격은 약 5만 3000원으로 총투입자금은 1066억 원에 달한다. 한진의 주요 주주는 국민연금공단(7.41%) 쿼드자산운용(6.49%) 등이다.
조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한진 지분율은 34.6%로 한진칼 지분율(28.9%)보다 높다. 하지만 3월 상근감사 임기가 만료된다. 대주주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자리다. 지난해 9월 말까지 2조 원에 못 미쳤던 한진 총자산이 2조 원 미만으로 유지된다면 KCGI에 승산이 있을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