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복의 경우 지나친 변형은 오히려 소비자의 거부감을 높일 수 있다. | ||
이처럼 한복대여점은 한복이 필요한 특별한 날을 맞은 소비자들에게 한복을 빌려주고 그 대여료를 주 수입원으로 하는 사업을 말한다.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고 수요층 역시 꾸준히 있어 특히 여성창업자의 도전이 두드러지는 업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복대여점이 결코 만만한 사업이 아니라고 충고한다. 한복이 격식을 갖춰 입는 예복인 만큼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며 소비자 기호에 맞는 신상품을 주기적이고 지속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등 끊임없는 투자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복대여점 ‘창업의 정석’을 알아봤다.
한복대여점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98년 무렵. 외환위기로 고가의 맞춤 한복 시장이 한파를 맞으면서부터다. 그 틈새를 상대적으로 값이 저렴한 한복대여점이 파고들면서 시장이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두세 개 업체에 불과했던 대여점 수는 현재 수백여 개로 늘어난 상태라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온라인과 오프라인 영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어린이 한복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곳도 있다.
한복대여점에서는 관례복을 비롯해 치마저고리 두루마기 조끼 마고자 등 혼수용 한복 일체와 회갑연, 회사 또는 단체의 기념행사, 세미나, 이벤트, 파티 용도에 맞게 디자인된 행사용 한복 등 다양한 종류의 한복을 취급한다. 업체에서 보유하고 있는 한복의 종류는 일반적으로 100~200종이며 디자인별로 다양한 사이즈를 구비하고 있다. 1년에 2회 정도 이뤄지는 디자인 교체는 필수사항이다.
대여 기간은 통상 2박3일 정도. 소재와 장식, 스타일에 따라 대여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성인의 경우 7만~18만 원선, 아동의 경우 2만~5만 원선이다. 신발이나 노리개 등 장식 소품도 1만∼5만 원선에 빌려주고 있다. 대여 기간이 늘어날 경우 하루에 10% 정도 가산금을 부과한다. 반면 추석이나 명절 같은 특수한 날에는 연휴 기간을 기본으로 정해 실질적인 가격 인하 효과를 주기도 한다.
한복대여점의 창업 과정은 복잡하지 않다. 다만 지속적으로 신상품을 내놓아야 하고 다양한 사이즈를 구비해야 하므로 독립점포 형태로 창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게 업계 종사자의 중론이다.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가맹점 형태로 창업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한복대여점을 준비하는 창업자들은 본사가 제품 경쟁력이 있는 곳인지, 주기적으로 신제품을 내놓는 곳인지 등을 사전에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 드라마 <황진이>의 하지원. | ||
입지를 결정한 후에는 인테리어 공사를 실시하도록 한다. 이때 상품 진열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관할 구청에 영업신고,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면 모든 준비가 완료된다.
창업 전문가들은 한복 대여시장이 웨딩드레스 대여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점차 안정화될 사업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정된 수요에 공급이 증가하면서 소재와 디자인 등에 차별화를 시도하지 않는 곳은 생존이 더욱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제품 경쟁력이 비슷한 경우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은 ‘운영자가 한복이 대해 얼마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다. 정확하고 다양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만 제대로 된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퓨전을 표방한 다양한 디자인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한복은 무엇보다 전통적인 양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지나친 변형은 오히려 소비자의 거부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인 이상 단체로 대여하는 손님에게는 할인혜택을 주고 추석이나 설 등 명절기간에는 방문예약을 유도하고 대여기간을 4박5일로 늘려주는 등 탄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매출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한복대여점 창업비용은 7000만 원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 점포 규모를 66㎡(20평) 기준으로 했을 때 가맹비 300만 원, 인테리어 2000만 원, 보증금 500만 원, 초도상품구입비 3300만 원, 포장인쇄비 300만 원, 가구·집기비용 600만 원이 든다(점포비용 제외). 역세권에 위치해 장사가 잘 되는 점포의 월평균 매출은 2500만~30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임대료와 의류구입비 등 제반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률은 30~40%선을 예상할 수 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