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소연 대전시의원(오른쪽)이 ‘불법 선거자금 요구 사건’을 폭로하자 이에 연루된 박범계 의원(왼쪽)이 “명예가 훼손됐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민사소송 제기했다. 사진=일요신문 DB·김소연 의원 페이스북
박 의원은 지난해 12월 20일 김 의원을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박 의원의 소송대리인 측은 “김 의원이 허위사실을 적시해 박 의원의 명예와 신용이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은 “민사법정을 통해 진실을 밝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재판에 임하겠다”고 맞섰다.
사건은 김 의원의 기자회견과 자신의 SNS를 통한 폭로로 시작됐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의 측근으로부터 억대의 불법 선거자금을 강요받았으며, 이 사실을 박 의원에게 알렸다고 지난해 9월 주장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4월 11일과 21일, 6월 3일, 24일 네 차례에 걸쳐 박 의원의 전 비서관인 변재형 씨로부터 돈을 요구받았다. 이 내용을 박 의원에게 알렸지만 묵살당했다”며 “4월 11일 박 의원으로부터 ‘직접 돈 거래를 하지 말고 심부름을 할 사람을 따로 만들어 시키도록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김 의원은 “4월 21일에도 박 의원에게 이 사실을 다시 알리며 ‘선거캠프가 사조직 같다’라고 말하자 박 의원은 ‘정치가 사조직이지 (아니면) 뭔가’라고 답했다”고 했다. 또한, 식당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금품 요구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니 박 의원이 “권리금을 안 줘서 그렇지”라고 말했으며, 6월 24일에도 같은 이야기를 전하니 박 의원은 소리를 지르고 말도 못 꺼내게 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의 말에 따르면 금품을 요구받은 김 의원은 도움을 요청하고자 박 의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네 차례나 전달했는데, 박 의원은 이를 무시하고 묵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박 의원 측의 입장은 다르다.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저는 그 누구보다도 깨끗한 정치를 생명으로 알고 정치를 해 온 사람”이라며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박 의원은 “김 의원으로부터 변 전 비서관이 돈을 요구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액수 등 구체적인 사정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 저는 ‘어떠한 경우에도 불법선거를 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후보자는 물론이고, 부모님, 남편, 선거사무장, 회계책임자 역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 의원 또한 이 부분을 인정했다”며 “변 전 비서관은 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16년 6월에 사직했다. 그 이후 단 한 번의 전화 통화나 문자, 일면식도 없었고 공개적인 정당 활동도 없었다”고 반론했다. 또한 ‘권리금’에 대해서도 “사실 무근”이라며 “김 의원의 이 주장은 이후 여러 차례 번복됐다”고 반박했다.
이후 공소시효를 10여 일 정도 앞둔 지난해 11월 28일, 김 의원은 박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박 의원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고, 김 의원은 12월 12일 재정 신청서를 제출하며 반발에 나섰다.
이 외에도 김 의원은 채계순 대전시의원에 대한 폭로에도 나섰다. 김 의원은 “(박 의원이 휴대폰을 보여주면서) 서울시비례 7500, 광역비례 3500을 똑똑히 봤고, 채 의원이 금액을 협상했다고 저에게 수차례 이야기했었다”며 특별당비 납부 의혹을 제기했으며 “박 의원, 채 의원과 함께한 자리에서 채 의원이 저를 두고 ‘(박 의원의) 세컨드, 신데렐라라는 말이 나온다. 김 의원을 비호하지 마라’고 했다. 이에 박 의원은 격노하기는커녕 오히려 저와의 일을 구구절절 해명했다”고 성희롱 피해를 주장했다.
그러나 대전시당 윤리심판원은 12월 17일 채 의원이 아닌 김 의원을 제명키로 했다. 대전시당 윤리심판원은 “김 의원은 SNS와 기자회견을 통해 구체적 근거도 없이 채 의원이 ‘성희롱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다”며 “오랜 기간 지역 여성인권운동가로 봉사한 채 의원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징계 사유를 설명했다. 특별당비 문제에 대해서도 김 의원이 다른 시‧도당 특별당비 명세에 대한 부분을 사실과 다르게 주장했다며 제명을 결정했다.
제명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김 의원은 대전시당 윤리심판원의 제명 결정에 불복해 중앙당 윤리심판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중앙당 윤리심판원도 지난해 12월 30일 김 의원을 제명했다. 시당의 제명 처분이 타당하다는 결론이었다.
중앙당은 더 나아가 ‘공천헌금’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해식 대변인은 11월 2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특별당비는 ‘당원 누구든지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납부할 수 있고 공직선거에 필요한 경우 중앙당이나 시‧도당에 납부할 수 있다’고 당규에 명시돼 있다”며 “민주당 시스템 공천에는 ‘공천 헌금’이란 있을 수 없다. 부당한 정치적 모략을 중지하라”라고 경고했다.
표면적으로는 공천헌금을 공세하는 야당을 향한 것으로 보이지만, 의혹을 제기한 김 의원에도 동시에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대전광역시당 역시 “특별당비는 공천과는 전혀 무관한 적법한 당비로, 정치자금법과 정당법은 물론 공직선거법에도 저촉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윤리심판원은 변 전 비서관이 탈당하는 바람에 징계를 내리지 못했고, 전 전 의원은 ‘징계사유(혐의) 없음’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김 의원에게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던 변재형 전 박범계 의원실 비서관이 11월 2일 구속됐고, 전문학 전 대전시의원이 같은 혐의로 11월 5일 구속됐다. 민주당 윤리심판원의 징계 결과와 검찰의 결론이 상반된 셈이다. 때문에 윤리심판원의 공정성 또한 도마에 올랐다.
윤리심판원의 공정성을 파악하고 판단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징계 내용과 절차 등은 철저히 비공개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박 의원 측은 소송을 제기하며 증거로 ‘대외비’ 표시가 돼 있는 직권조사명령 수행결과보고서를 첨부했다”며 “내용을 보면 윤리심판원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데, 박 의원은 이를 어떻게 입수했고, 윤리심판원은 이를 어떻게 유출했느냐”라고 반문했다. 유출 여부와 그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윤리심판원 측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비공개사안이라 답변이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전시의원들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잘 모르는 사안이다”, “답변이 곤란하다”라고 회피했다. 그러나 익명의 한 의원은 “조심스럽다. 김 의원을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사실상 저도 정치적으로 당에 소속된 사람이라…”라고 밝혔다. 또 다른 의원도 “김 의원의 선배로서 제가 역할을 못 해줘서 안타깝다. 당의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더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입장을 물었지만 “솔직히 그 사건에 관심 없다”, “지역의 일이라 거기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