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입당 환영식을 가졌다. 박은숙 기자
한국당은 당 지도체제를 두고 당내 의견 수렴을 마무리 짓고 곧 비대위 의결을 통해 차기 지도체제를 정하기로 했다. 여러 지도체제 중에서도 현행처럼 당 대표 1명 외에 최고위원을 따로 뽑는 단일지도체제, 1위를 당 대표로 하고 나머지를 최고위원으로 하는 집단지도체제 두 가지 안이 유력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단일지도체제가 유력하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당은 과거 집단지도체제와 단일지도체제에서 둘 다 곤욕을 겪어왔기 때문에 선택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4년 당선돼 2016년 총선을 이끈 김무성 전 당 대표 체제는 집단지도체제였다. 최다득표를 했던 김 의원이 당 대표를 맡았고 2위를 했던 서청원 의원부터 최고위원이 됐다.
결과는 ‘봉숭아학당’, ‘식물당대표’ 등 오명만 남았다. 당 대표급 영향력을 가진 인사들이 모두 당을 이끌면서 당 대표 권한이 상대적으로 낮아 ‘옥새파동’이 벌어지는 등 취약점을 노출했다. 당 대표는 비박인 김 의원이 했지만 최고위원에 친박이 많아 당을 끌어갈 수 없을 정도였다. 당시 한국당 비박계에 속했던 관계자는 “무대(김무성 의원)가 어떤 방향으로 끌어가려고 하면 한 명씩 사퇴하면서 어깃장을 놔 도저히 제대로 일을 처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단일지도체제를 두고도 얘기가 많다. 김무성 전 당 대표 시절을 반성하는 의미로 홍준표 전 대표 체제는 단일지도체제로 변경됐다. 하지만 홍 전 대표의 ‘막가파’식 리더십에 제동을 걸 방법이 없다는 한계도 노출됐다. 당 대표의 독주를 견제할 마땅한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급이 한 단계 낮은 최고위원에 당의 중진은 참여를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되자 류여해 전 최고위원이 당선되면서 당의 혼선이 더 가중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당 내부에서는 비대위나 비박은 단일지도체제를, 친박이나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집단지도체제를 더 선호한다는 의견이 있다. 한 한국당 관계자는 “원내대표 입장에서 힘 센 당 대표가 나오는 단일지도체제는 상대적으로 원내대표의 설자리가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집단지도체제가 낫다고 판단했다고 본다”며 “친박은 당 대표에 출마해 순위권에 들 만한 주자가 많은 만큼 1위를 내줘도 위험부담이 적은 쪽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의 ‘선수’는 대략 윤곽이 나왔다. 친박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 비박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미는 모양새다. 김 전 지사, 오 전 시장 등 당권 주자들은 대부분 단일지도체제를 선호하는 입장이다. 둘 다 전당대회에서 1등이 목표인 데다 정작 1등을 했음에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집단지도체제는 선호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몇몇 인사들이 자천타천 거론되지만 단일지도체제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단일지도체제에서는 거론되는 인사에게 최고위원 자리는 급이 낮고, 당 대표 자리는 당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현재 김 전 지사, 오 전 시장 두 후보 중 누가 이길지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대략 오 전 시장은 일반시민에게, 김 전 지사는 당원에게 강점이 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번 당 대표 선거는 당원 70%, 일반시민 30%로 정해진다. 당원에서 약간 밀리더라도 오 전 시장은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기 때문에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
오 전 시장은 탈당 전력이 문제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당원들이 곱게 보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당원들이 의외로 탈당 전력을 굉장히 민감하게 생각하더라.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오 전 시장이 보통 보수 쪽에서 2위 정도 하기 때문에 그 쪽으로 표가 몰릴 거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줄곧 1위로 꼽히는 황교안 전 총리가 실제로 나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나오지 않는다 해도 그 표가 어디로 갈지 생각을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전 지사는 친박 이미지도 있는 데다 MB 정부에서 총리로 임명했지만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으로 인사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낙마했던 과거 이미지가 발목을 잡는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최근 김 전 지사가 의원들 만나고 열심히 스킨십하고 있다”며 “강점은 바닥부터 올라온 만큼 스킨십 아니겠나”고 귀띔했다.
이번 당 대표 선거에서는 내년 총선 공천을 두고 친박, 비박 각자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나경원 원내대표의 당선에 초재선 의원들이 힘을 실었다는 말이 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초재선 의원들도 친박 쪽 인사가 당 대표가 됐을 때 여론이 안 좋아져서 자신의 재선, 삼선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때문에 당 대표 선거에서는 친박을 밀기 부담스러울 가능성이 높아 각자의 셈법이 복잡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