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사장의 연임이 결정되기 직전인 2018년 2월 말 기준 KT&G의 최대주주는 지분 9.09%를 소유한 국민연금공단이었고, 2대주주는 6.92%를 가진 IBK기업은행이었다. IBK기업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 51.8%를 가진 기재부이기에 IBK기업은행 입장에선 기재부의 뜻을 무시하기 어렵다.
이에 기재부는 “신 전 사무관이 언급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그는 KT&G 담당과인 출자관리과 소속도 아니었다”며 “(신 전 사무관이 주장한 KT&G 관련 동향 보고 자료는) 담배사업법상 정상적인 업무처리 과정의 일환으로 KT&G 현황을 파악한 것이고, 사장 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근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기재부) 사무관이 유튜브 개인방송에서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를 지시했다”고 폭로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당시 KT&G 사장 선임 과정을 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지난해 1월 30일, KT&G는 2018년 1월 31일~2월 1일 단 이틀 동안 차기 사장 공모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KT&G는 2월 2일 서류 심사와 5일 면접을 통해 사장 후보를 선임했는데 지난해 2월 3일과 4일이 주말이었음을 감안하면 심사와 면접이 각각 하루 만에 끝난 셈이다.
사장 후보자는 경영계획서를 제출해야 했는데 이틀 안에 경영계획서를 작성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설령 제출하더라도 현직 사장인 백복인 사장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건 쉽지 않다. 당시 백 사장은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돼 도덕성 논란도 불거진 상태였다.
외부에서도 백 사장 연임에 대한 반대의견이 있었다. 지난해 3월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KT&G 주주총회를 앞두고 ‘2018년 정기주주총회 임원선임 특이안건 분석 1’ 보고서를 통해 “백 사장 재임기간 중 코스피는 0.9% 상승했지만 KT&G 주가는 19.8% 하락하는 등 주주가치 개선이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KT&G의 주주가치, 기업가치, 사회적 영향 등을 검토해 백 사장은 결격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IBK기업은행이 백복인 사장의 연임을 반대한 건 사실이다. 앞서 지난해 2월 초, IBK기업은행은 KT&G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IBK기업은행 관계자도 백 사장 연임을 반대한 이유에 대해 “주주의 권익보호와 대표 연임 과정에서의 절차적 투명성 제고를 위해 주주권 행사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한 백복인 KT&G 사장. 사진=KT&G
오히려 백 사장이 ‘셀프 연임’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청와대도 백 사장의 셀프 연임을 주목한 건 사실로 보인다. 구윤철 기재부 차관은 지난해 12월 31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KT&G 관리·감독 주무기관으로 당시 백복인 사장의 셀프 연임 보고, 검찰 고발 등의 상황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었다”면서도 “사장을 바꾸자는 내용은 금시초문”이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백 사장의 연임을 막으려 했다면 KT&G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움직이지 않은 까닭도 의문이 남는다. 당시 국민연금은 백 사장 연임에 별다른 이견을 내지 않았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면 홈페이지를 통해 공시를 하게 돼있지만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을 때만 그 사유를 설명한다”며 “공시 기준에 따른 것이기에 이 이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청와대가 KT&G 사장 교체 지시를 내렸다면 역설적으로 KT&G는 외부에 휘둘리지 않는 기업이 된다. 주주총회 결과 백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을 뿐 아니라 IBK기업은행이 KT&G 사외이사로 추천한 오 아무개 숭실대학교 교수와 황 아무개 변호사는 사외이사로 선임되지 못했다. 대신 KT&G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추천한 백 아무개 변호사가 KT&G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처럼 청와대 개입 의혹과 별개로 KT&G 이사회 시스템에 대한 논란은 해소되지 않는다. 2대주주인 IBK기업은행의 의견은 반영하지 않았고, 백 사장 본인은 셀프 연임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KT&G 관계자는 “이사회는 독립기구이고, 사추위에서 독립성과 공정성 제고 노력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KT&G 실적 반등 노림수는 궐련형 전자담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T&G는 2018년 1~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 3698억 원, 영업이익 9912억 원을 기록했다. 2017년 1~3분기 매출 3조 6193억 원, 영업이익 1조 2036억 원에 비해 하락한 실적이다. 4분기 실적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KT&G의 실적 하락이 예상된 수순이라고 분석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 영향으로 중동 수출에 거의 나서지 못하면서 수출담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5% 하락했다”며 “내수 궐련담배는 전자담배 시장 확대와 추석 시점 차이에 따른 영업일수 감소로 인해 총수요와 KT&G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10.6% 감소했다”고 전했다. 올해는 KT&G가 실적을 회복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란 경제제재 해소를 낙관할 수는 없지만 중동 안전재고가 소진될 것으로 파악돼 올해는 수출 증가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해외 시장을 중동에 기대한다면 내수 시장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핵심일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궐련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은 11.3%로 2017년 11월 7.3%에 비해 4% 포인트 증가했다. 지난 4일 KT&G는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릴 하이브리드’와 전용 담배인 믹스의 판매지역을 현재 서울지역에서 전국 6대 광역시와 세종 특별시, 경기도와 지방 27개 대도시로 확대했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7일까지 진행한 릴 하이브리드 1만 대 사전예약 판매는 조기 완판됐고, 출시 한 달 만에 서울권에서만 2만 5000대 이상 판매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도 지난해 12월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3’와 ‘아이코스 3 멀티’의 편의점 판매를 시작했다. 아이코스와 릴의 경쟁구도가 굳어지는 분위기다.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이 확대 중인만큼 KT&G로선 아이코스와의 경쟁에 온 힘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