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본격적인 금융사 종합검사를 앞두고 윤석헌 금감원장이 시험대에 올랐다. 사진=박은숙 기자
금감원이 연초부터 어수선하다. 임원 인사와 같은 내부 살림 문제가 불거지는가 하면, 그동안 공공기관 지정과 예산 편성, 주요 업무를 두고 건건이 평행선을 달려 온 금융위원회와의 입장 차이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엉킨 실타래는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뒷말만 무성한 셈이다. (관련기사-‘내부에선 반발, 외부에선 압박이…’ 윤석헌 금감원장 궁지 몰린 까닭)
이 과정에서 금감원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할 금융사 종합검사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종합검사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전면에 나서 추진하는 핵심 과제다. 이 과제의 수행 과정과 성과에 따라 윤석헌 금감원장이 최근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잡음과 갈등을 뚫고 임기를 마칠 때까지 순항할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 중심을 잃고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시각이다.
금융사 종합검사는 윤 원장이 전면에 나서 추진하는 핵심 과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사실상 폐지됐던 제도를 취임 직후 다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4분기 10여 곳의 금융사를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벌였지만 모두 시범검사였다. 지난해부터 재정비해 온 종합검사 기준과 대상, 검사 방식 등은 올해 상반기 종합검사 대상 금융사에 적용된다. 결국 윤 원장의 색깔이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건 올해부터라는 얘기다.
실제 윤 원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유인부합적 종합검사(일정 기준을 밑도는 금융사를 우선 검사)를 실시하고자 한다”며 “이와 함께 제반 검사방식의 혁신을 통해 감독행위가 금융회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서비스로 자리매김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종합검사를 제외하면 윤 원장이 흔들릴 만 한 일은 거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원장은 전임 원장들과 달리 ‘수장 리스크’와 같은 잡음이 없다. 상대적으로 온전히 업무 진행 과정과 성과만으로 능력, 리더십 등을 평가받을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적어도 업무 외 다른 일로 금감원이나 윤 원장에게 큰 변화가 생길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독이 될 지 약이 될 지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윤 원장이 힘을 실은 만큼 종합검사가 부각되고 무게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근 임원 인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지만 이는 윤 원장의 ‘조직 장악 실패’나 ‘리더십 부재’ 등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금감원은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전문성을 갖춘 경력직을 대폭 충원하면서 경력직에 팀장 보직을 할당해 인사 적체가 가속화됐다. 전형적인 항아리 구조라 매년 승진과 조기 퇴직 등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강화된 공직자윤리법 등에 따라 재취업이 어려워진 만큼 사표를 내야할 임원들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지만, 금감원 살림 전반을 책임지는 윤 원장으로서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을 것”이라며 “오히려 금감원 내부에선 그동안 관행적이고 겉핥기식으로 진행된 검사 방식에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번 윤 원장이 추진하는 종합검사에 대해 의지도 강하고 지지하는 직원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종합검사를 두고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 점은 윤 원장이 풀어야할 과제다. 종합검사 대상이 될 금융사들이나 야당 측에서 제기하는 ‘과도한 제재’ 지적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금감원의 종합검사 방식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와 금감원은 예산이나 공공기관 지정 등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면서 ‘갈등설’이 심화돼 왔다”며 “종합검사 역시 다소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상급기관인 금융위 의견에 따라 종합검사 방식이 일부 변경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윤 원장이 취하는 입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의 금감원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위와 실무 측면에서는 별다른 갈등이 없고, 금감원이 금융위에 보고하는 검사계획 등도 승인을 받아야할 의무는 없어 추진하는데 문제는 없다. 하지만 금융위 의견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
종합검사는 금감원 검사 인력 20~30명이 약 한 달 동안 금융회사에 상주하며 업무 전반 및 재산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피는 제도다. 회사 건전성부터 경영과 지배구조 등은 물론 예산 집행과 인사 모두 검사 대상이다. 검사 범위가 넓은 만큼 금융사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어떤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몰라서다. 종합검사에서 부정행위가 적발될 경우 제재도 강력하다. 임원 해임이나 영업 정지 등을 권고할 수 있다.
금감원은 조만간 종합검사 대상 금융사를 선정하고 이르면 3월께 검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첫 종합검사 대상으로 삼성생명이 거론되지만, 지난해 즉시연금 등 굵직한 이슈를 두고 금감원과 삼성생명이 충돌했던 만큼 ‘보복성 검사’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은행이나 다른 생명보험사가 첫 종합검사 대상이 될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지난 7일 공식 입장을 내고 “아직 특정 금융사가 정해지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