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사람이 좋다’ 캡쳐
8일 방송되는 MBC ‘휴먼 다큐 사람이 좋다’는 두 번째 인생을 사는 배우 정호근 편으로 꾸며진다.
안방극장을 종횡무진하며 30여 년간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던 배우 정호근(56).
83년 MBC 공채 17기 탤런트로 데뷔한 정호근은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 감초 같은 연기자였다.
그랬던 정호근이 돌연 신내림을 받고 무속인이 된 것은 지난 2015년이다.
사실 정호근에게 있어 무속 신앙은 낯선 대상이 아니었다. 유명한 무속인이었던 할머니의 영향으로 정호근은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무속 신앙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스스로 무속인의 삶을 선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유 없이 몸이 아프고, 첫째 딸과 막내아들을 잃는 슬픔 속에서도 꿋꿋이 버텼지만 그는 결국 운명이라 생각하고 내림굿을 받았다.
그 결정적 이유는 바로 가족. 자신에게 가해지는 무병은 견딜 수 있으나 가족들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다는 절박함이 두 번째 인생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정호근은 “사람 인생이라는 게 참 알다가도 모를 것이다. 내가 이렇게 한복을 입고 방울을 흔들고 부채를 펴며 어떤 영적인 기운을 느끼며 사람들에게 상담하리라고 생각해 봤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정호근은 16년째 기러기 아빠다. 아내와 세 아이는 미국 텍사스주에 거주, 매일 미국에 사는 아이들과 영상 통화를 한다.
그가 이런 선택을 한 것엔 아픈 이유가 있다.
큰딸 유진과 막내아들 제임스를 모두 일찍 떠나보내야 했기 때문이다.
큰딸은 아내의 임신중독증으로 미숙아로 태어나 폐동맥고혈압으로 27개월 만에 세상을 떴고, 뒤이어 낳은 쌍둥이도 미숙아로 태어났다.
첫째 딸을 잃은 뒤 그는 좀 더 나은 의료시설의 도움을 받고자 미국행을 택했으나 쌍둥이 중 아들이었던 제임스 또한 3일 만에 잃게 된 것이다.
자식을 둘이나 앞세우며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졌다는 정호근. 그는 무속인이 된 뒤 처음으로 지난 12월 크리스마스에 막내 제임스의 묘소를 찾는다.
지금까지 겪어야 했던 모든 우여곡절을 이제는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정호근과 가족들.
배우 아버지에서 무속인 아버지가 되어 나타났지만 그의 세 아이들, 동섭(21. 의대 1학년), 혜지(20. 치의대 합격), 수원(16. 고1)은 원망을 접고 아버지의 선택을 응원하고 나선다.
고통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튼튼한 가족애로 다시 뭉치는 화목한 정호근과 그의 가족들을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