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야금은 소리가 맑아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진은 국립국악원 원로사범인 최충웅 명인(위)과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들의 연주 모습. 사진제공=국립국악원 | ||
-황병기
우리나라 전통 악기 중에서 일반인들에게가장 친근한 것이 가야금이리라. 소리가 맑고 고울 뿐 아니라 연주기법이 다양해 국악기 중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어 가히 국악기의 꽃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민족이 만들어낸 악기이기 때문에 우리 고유의정서를 표현하는 데 가장 적당한 악기라고도일컬어진다.
가야금은 원래 가야국의‘가야’와 현악기의 순 우리말인‘고’가 합쳐져‘가얏고’라고불렸으나 한자로 표기하면서‘가야금’이 됐다.
<삼국사기>는 가야의 가실왕이 당나라 악기인 쟁을 보고 악사 우륵에게 명하여 가야금을 만들게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신라의 토우에도 가야금과 같은 모양의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으며 여러 고문헌에 한반도 남부지방에‘고’라는 악기가그 이전부터 있었다는 사실이 기록돼 있다.뿐만 아니라 가실왕 이전에도 백결선생이나물계자라는 사람이 금(琴)을 쳤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기도 한다.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해보면 가야금은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사용되던 현악기 중 하나가 6세기 초반 가야에서 개량돼 신라로 전해진 것이라고 할 수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우륵은 가야금을 만들고 또 가야금을 위해 12곡을 만들어 가야의 음악과 춤, 노래 등을 발전시켰다. 그러나552년 가야국이 어지러워지자 우륵은 가야금을 들고 신라에 투항했으며 진흥왕은 그를받아들여 제자를 기르도록 했다. 그 후 가야금이 사용된 신라 음악은 고구려나 백제의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가야금은‘신라금’이라는 이름으로 일본에까지 전해졌으며 지금도 일본 교토 정창원에 그 원형이 보존돼 있다.
가야금은 오동나무로 만들어지며 명주실을 꼬아 만든 12줄로 돼 있다. 12개의 줄은안족(雁足) 위에 얹혀 있고 이 안족을 움직여음의 높낮이를 조절하게 된다.
가야금에는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정악가야금과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산조가야금의두 종류가 있다. 정악가야금은 큰 오동나무를 악기모양으로 자른 다음 뒷면의 통속을파내어 공명통을 만들어 쓰지만 산조가야금은 앞면과 옆면을 따로 만들고 이를 붙여 공명통을 만든다.
연주방법은 줄의 머리를 걸치는 현침(弦枕)이 있는 쪽을 연주자의 오른쪽 무릎 위에올려놓고 양이두(羊耳頭)라 불리는 현을 잡아매는 곳을 바닥에 내려놓고 앉은 자세를취한다. 오른손의 엄지와 검지로 줄을 뜯거나 튕겨서 소리를 내고 왼손은 줄 위에 얹어줄을 누르거나 흔들어서 전성.요성.퇴성의 표현을 한다.
가야금은 현재도 개량되고 있는 중이다.
악기 크기를 조절하는가 하면 17, 18, 21, 25현 가야금처럼 현의 수를 늘려 음역을 넓히고, 소리가 적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철가야금도 만들어졌으며 연주방법에도 새로운 시도가 보인다.
뿐만 아니라 최근 훌륭한 새 가야금곡도많이 작곡되어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 가야금곡의 아름다움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중에서도 황병기의‘침향무’‘미궁’등은 현대가야금곡의 걸작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전통 국악기에는 가야금처럼 상고시대부터 전해지는 우리 고유의 것이 있는가 하면 피리나 비파처럼 서역에서 전래된것도 있고, 편종이나 편경처럼 중국에서 전래된 것 등 다양하다. 그러나 수입된 악기들도 대부분 우리 국악체제에 알맞도록 개량되어 완전히 한국화돼 있다. 국악기는 악기를만드는 데 쓰이는 중요한 재료에 따라 금(.), 석(石), 사(絲), 죽(竹), 포(匏), 토(土), 혁(革), 목(木)의 8가지로 나뉘며 이를 팔음(八音)이라 한다. 조선 전기에 쓰인 <악학궤범>에는 65종의 국악기가 소개돼 있으며 1969년에 나온 <한국악기대관>에는 64종의 국악기가 수록돼 있다.
최충웅 명인은 1941년 2월17일에 경기도에서 태어나 13세에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 양성소 제1기생으로 입소하면서 국악에 입문했다. 그는 이 음악학교에서 국립국악원 원로 선배 악사들로부터 궁중음악과 정악의 여러 갈래를 배운 후 가야금을 전공으로 삼게 되는데 그의 가야금 스승은 김영윤이다. 조용하고 반듯한 심성으로 가야금을 잡고 장식음까지도 또렷하게 들리도록 소리를 내며 혼자 가야금을 연주할 때에도 합주할 때의 악상으로 음악의 틀과 흐름을 다스려 자연스럽게 연주하는 것을 중시하는 최 명인의 가야금론이 현재 국립국악원을 대표하는 전통 가야금 음악으로 자리매김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