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 상권은 유동인구가 많지 않아 매출에서 소위 대박을 터뜨리지는 못하지만 주 고객이 인근 주민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번화가와 오피스 상권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점포비용도 위험부담을 낮춰주는 주된 요인이다. 이러한 장점으로 외형을 줄여 주택가에서 다시 실속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송파동에서 ‘아빠가 만든 스파게티’를 운영하고 있는 이용석 씨(38)는 번화가 상권을 벗어나 주택가 상권에 진입, 성공적인 제2의 창업 인생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는 수원에서 번화가로 꼽히는 남문 상권에서 스파게티 전문점을 3년간 운영해오다 지난 2006년에 눈물을 머금고 폐점을 결정했다.
스파게티 전문점은 260㎡(80평) 규모의 대형 점포였지만 2층에 위치해 가시성이 떨어졌고 높은 점포비용에 비해 주 고객이 10~20대의 젊은 층이어서 구매력이 크지 않았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월 1200만~1500만 원의 매출에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증가하면서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게 되자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2억 원이 넘는 금액을 투자한 점포였지만 1억 원의 보증금만 간신히 챙겨 나올 수 있었다.
그는 번화가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주택가로 시선을 돌렸다. 가시성과 접근성을 높인 1층 매장을 택하되 60㎡(18평) 규모의 소형매장으로 실속 창업에 나섰다. 매장 콘셉트도 바꿨다. 고급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상권의 틈새 아이템으로 분식점과 같은 스파게티 전문점을 차렸다.
점포를 구하는 데 들인 비용은 8000만 원(권리금 보증금 포함). 인테리어 공사 등에 3000만 원을 투자했다. 주택가 진입은 성공적이었다. 오픈 첫날부터 3일 동안 하루 400~500그릇의 스파게티를 판매한 것. 지역 주민, 그중에서도 어린 자녀를 둔 주부와 가족 고객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현재는 하루 평균 80만 원 이상의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주택가에서 맥주전문점 ‘치어스’를 운영하고 있는 진옥희 씨(41)도 주택가 상권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진 씨는 “가족 손님의 등장으로 점포의 이미지가 술집이라기보다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며 “술에 취해 행패를 부렸던 손님들이 자연스레 정리됐고 가게 분위기가 한층 밝아져 운영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고 덧붙였다.
맥주전문점이지만 문을 여는 시간은 낮 12시로 이른 편이다. 낮에는 주부모임이 활발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저녁시간 이후에는 퇴근길 직장인, 주말에는 가족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진 씨의 점포는 상가 건물 안쪽에 위치해 좋은 입지는 아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입소문을 통해 단골 확보에 성공하면서 현재 월평균 매출 5000만~60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단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주택가 밀집 지역에는 주민들이 즐겨 이용하는 커피전문점이 있다. 유명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숍이지만 주민들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고 한다. 운영자 박지수 씨(45)는 “동네에서 차 한잔 마시면서 편하게 쉴 수 있는 동네사랑방을 만들고 싶어서 주택가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한다. 커피숍 인테리어는 집안 거실을 옮겨놓은 듯 소박하고 아담하게 꾸몄다. 모든 메뉴가 2000~3000원으로 저렴한 것도 인기를 누리는 이유다.
최희정 씨(40)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도 아파트 상가에 위치하고 있다. 53㎡(16평)의 작은 규모지만 최 씨가 한 달에 벌어들이는 순수익은 700만~1000만 원에 이른다. 최 씨 역시 “동네 사랑방 점포로 자리 잡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점포에는 오전부터 손님들이 몰려든다. 집안일을 일찍 끝내고 여유를 즐기기 위해 찾아오는 주부들이 대부분이다. 주부들이 안정적인 매출을 만들어주는 ‘효부’라는 설명이다.
동네 슈퍼마켓을 찾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슈퍼마켓의 경우, 매출 신장률이 지난 3월 5% 정도였던 것이 지난달에는 9% 가까이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중랑구 묵동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정석윤 씨(53)는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고 배달까지 무료라 동네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곳을 자주 이용한다는 주부 남선 씨(31)는 “대형 할인점에서는 과잉구매에 빠지기 쉽지만 동네 슈퍼마켓에서는 생각한 만큼의 구매가 이뤄져 과소비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용객들이 증가하면서 동네 슈퍼마켓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진열장 높이를 고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손님이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상품 진열 체계적으로 하기, 마진율을 낮추는 대신 판매량 늘리기 등 매출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