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의 간판 예능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출연자 선정 과정과 관련한 논란에 직면했다. 사진=SBS제공
문제가 된 에피소드는 지난해 12월 19일부터 방송된 ‘골목식당’의 10번째 솔루션, 서울 용산구 청파동 편이다. 이 가운데 백종원의 솔루션을 받고 있는 피자 가게와 고로케 가게 모두 ‘건물주 가족’이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피자 가게 사장 황호준 씨는 건물주의 외동아들, 고로케 가게 사장 김요셉 씨는 사촌누나가 건물주이며 가게 자체는 프랜차이즈를 목적으로 세워진 ‘법인’이라는 것이었다.
애초에 프로그램 제작 취지는 ‘죽어가는 상권과 골목식당을 살린다’에 있었다. 이 때문에 이미 활발하게 상권이 형성돼 있거나 영세 식당 업주로 보기 어려운 출연진의 경우 대중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건물주 가족 의혹이 불거지자마자 대중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황 씨 보다 더 큰 문제가 된 것은 고로케 가게 사장 김 씨였다. 김 씨의 가게가 입점한 건물은 사촌누나와 그 지인이 공동 명의로 운영하고 있는 협소주택이다. 김 씨의 사촌누나와 지인은 협소주택 건설 사업을 운영하고 있었고, 1층 상가를 김 씨에게 임대해 줬다.
그런데 이 고로케 가게가 김 씨 개인이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촌누나의 협소주택업체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가 ‘골목식당’ 출연이 확정되기 직전 개인 사업자로 변경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이 업체는 공식 네이버 카페에 지난해 8월 고로케 가게를 개업한다고 공지했고, 향후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시킬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고로케 가게의 상표인 ‘미스터 고로케’는 김 씨 개인이 아니라 협소주택 건설업체 법인 명의로 등록 출원되기까지 했다.
청파동 고로케 가게가 입점해 있는 건물 외관. 사진=김요셉 인스타그램
논란이 불거지자 명의 변경에 대해서 김 씨는 “방송에 출연해줄 수 있냐는 제안에 동의했을 뿐이고, 작가님이 ‘법인 사업자로는 방송하기 어려워 고로케 사업을 제 개인사업자로 변경할 수 있냐’고 해서 변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따라 고로케 가게는 개인 사업자로 등록돼 있고, 협소주택 업체와는 완전히 별개 분리된 자신의 사업이라는 것이다. 법인 운영이나 프랜차이즈 등 문제도 ‘골목식당’ 출연 전 상황이고 지금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김 씨의 주장이다.
‘골목식당’ 제작진도 9일 공식 입장을 내고 “처음 대면할 당시 가게 명의는 건축사무소였고, 이에 제작진이 ‘함께 방송하기 힘들다’고 얘기했으나 사장님(김 씨)은 ‘본인이 운영하는 가게고 건축사무소와는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며 “이에 ‘상황상 오해의 소지가 있고, 요식업과 관련 없는 회사인데다 개인이 하는 음식점이면 명의 변경을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프랜차이즈 사업은 애초에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요컨대 대중들이 제기했던 ‘가게와 제작진 간 모종의 거래’는 존재하지 않고, 오히려 제작진들조차도 정확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가 문제가 되고 나서야 인지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제작진이 방송을 위해 ‘명의 변경’을 조언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이 식당을 섭외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라는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영세 식당을 타깃으로 삼아온 방송인 만큼,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던 식당이라면 애초에 섭외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고로케 가게가 개업한 지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솔루션이 급히 필요할 정도로 경영이 어려운 식당’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도 쏟아졌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선정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란 게 일부 시청자들의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중들은 “시청률 상승을 위해 제작진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일부러 답이 안 나오는 업주를 솔루션 타깃으로 설정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앞선 에피소드인 포방터시장 홍탁집 편이 역대 최악의 식당이라는 비판을 받음과 동시에, ‘골목식당’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뒷목을 잡으면서도 뒷일을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의 ‘자극적인 에피소드 기대감’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가 관계자들은 ‘답이 안 나오는’ 식당들의 등장이 ‘골목식당’ 시청률에 확연하게 의미있는 영향을 끼친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진=SBS 제공
그는 이어 “예능 프로그램은 어쨌든 강약조절이 가장 중요한데 무조건 자극적인 것만 들이 미는 것은 시청자들의 피로도만 올릴 뿐이다. 드라마야 욕하면서도 본다곤 하지만 누가 힐링이나 웃음을 원하는 예능에서까지 열 받길 바라겠나.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제작진이 답 없는 가게들과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것은 너무 나간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시청자들의 비판 중 ‘초심을 잃었다’는 것은 일견 일리가 있다. 정말 요식업이 좋고, 가게를 살리기 위해 치열하게 매달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대충 ‘식당을 차리면 돈이 되겠지’란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더 큰 출연 비중을 차지하는 걸 경계해야 된다는 이야기”라며 “다만 다큐멘터리나 자선 사업이 아닌 만큼 죽어가는 골목 상권을 살리는 것과 예능 프로그램으로서 시청자들을 만족시킬만한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제작진은 후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딜레마”라고 덧붙였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